새벽 5시 집에서 출발
S 병원 발인 예배 오전 6:45
차가 막히지 않아 일찍 도착했다.
종이 그릇에 담긴 밥과 육개장
이쑤시개가 손잡이 한가운데 있는 을씨년스런 수저로
거절하기 어려워 국에 말아 몇 번 뜨고
한방차 한 잔을 천천히 마셔도 시간이 남는다
구석의 각진 의자에 앉아
시집 아무 데나 펼쳤다
하필. . .
눈물이 저 길로 간다 – 김사인
눈물이 저 길로 간다 슬픔 하나 저 길로 굴러간다 물 아래 물 아래 울음이 간다 찔레꽃 한 잎 물 위에 흘러간다 오늘 못 가고 내일 내일 못 가고 모레 글피 글피도 아니고 아득한 훗날 그 훗날 고요한 그대 낮잠의 머리맡 수줍은 채송화꽃 한 무더리로 저 길로 저 길로 돌아 내 눈물 하나 그대 보러 가리 그대 긴 머리칼 만나러 가리 서늘한 눈매 만나러 가리 오늘 아니고 어제 어제도 훨씬 아닌 전생의 어느 날 눈물은 별이 되어 멀리로 지고 손발 없는 내 설움 흰 눈 위로 피울음 울며 굴러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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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채송화 지나칠 때 생각나
맘속으로 읊던 구절과 시인의 목소리, 그 웃음,
이도 저도 할 수 없어 마시게 되는 술에 관한 말씀 들은 이후
다르게 읽히는 구절구절이라니
‘당분간 묵언’
대문에 써 붙이지 않은 건 다행이라 할까
못 말리는 다변, 어이하리
돌아가신 분은
울집 남자랑 같은 항렬 제일 맏형이다
오래전에 갑자기 타계한 사촌 형 이후 처음 맞는 일이라
같은 純 자 항렬 가족들은 기분들이 그런갑다
다음엔 누굴까
이런 표정들이 읽힌다 – 나도 포함
2남 2녀 자손들도 그만 그만하여 화환이 넘쳐난다.
둘 데가 없어 리본만 조르륵 매달린 모습
요즘 자주 목격하는 장례식장 풍경이다
누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을까,
낭비다. . . 하다가도
그 꽃으로 일용할 양식 구하는 사람들 생각하며
앞의 생각은 눌러버린다.
현충원으로 떠나는 영구차들 묵례 후
반포대교를 건너 돌아도
아직 미명. . .
풍경의 깊이 – 김 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 김 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p.11~12 강으로 가서 꽃이여- 김사인 이마에 손을 얹고 꽃이여 어둡게 흘러가는 강가로 가자 강으로 가서 우리는 하늘엔 찬 별도 총총하리 취한 듯 슬픔인 듯 강으로 가서 – 김사인 시집 ‘ 가만히 좋아하는’ p. 111 창비. 2006 |
발인 예배식장, 찬송가 491,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열심히 따라부르고
고린도후서 5:1 다 같이 봉독 후
브라질 출장 중이어서 임종 못한 작은 사위
조사 읽어가다 끝부분에서 흐느끼느라
말문을 놓친 것까지는 괜찮았다
나이 많이 드신 동생의 고리 쩍 영탄조의 조사는
소름 돋아 혼났다 – 제발~
김사인 시인의 그 목소리가 생각나서 더더구나
당분간. . .
김사인 시집이 가방 안에 있을 것 같다.
무무
19/12/2011 at 03:27
이번 이낭송회 후기를 여기저기서 보니
김사인님 시집을 저도 한번 읽어 봐야겠다 싶네요.
참나무.
19/12/2011 at 05:18
무무님~~ 시집 사지말고 좀만 기다려보셔요…^^
산성
19/12/2011 at 07:35
사는 일, 잠깐 인 것 같습니다.
오늘 특보로 나오는 뉴스 역시 그런 생각이 들게 하지요?
추웠던 금요일과는 달리 날씨가 좀 보드라워졌습니다.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참나무.
19/12/2011 at 08:15
그러게나 말입니다
특보 라지도로 들었네요 저도…
필사…들이 밀고 빼느라 혼줄이 났습니다
낭독회 후유증..이번엔 오래 갈 것같네요
( 그나저나 제가 아는 퀼터 김사숙씨가 직계라면 어찌하오리…^^)
도토리
19/12/2011 at 09:46
그러면 김사숙씨도 함 뵈어야지욥..ㅎㅎ^^*
Elliot
19/12/2011 at 18:21
올 때는 순서대로 와도 갈 때는 무순서니깐 삶에 열중하다 보면 때가 오겠지요. ^^
揖按
20/12/2011 at 04:38
한국은 요즘 영하로 많이 춥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남가주도 연일 구름끼어 해가 안 보이니, 으슬으슬 춥습니다.
이제부터 가는 것은 나이 순이 아니지요…
제 아무리 별별 좋은 거 다 먹고 쓰고 온갖 호사 다 해도,
죽네 사네 하더니 결국 70도 못 살고 가는 사람도 있고…
고기 없이 나물 반찬에 된장만 먹어도 매일 운동하고 편한 마음이면,
백세 넘어 건강하게 살다 가겠지요.
참나무.
21/12/2011 at 03:53
정말 한 번 알아봐야겠지요.
이름자에 思 자 든 집안들…
도토리 님 좀 전에 ‘좋은사람’과 긴 통화 후 베란다 나가보니 눈오시는데요…^^
분당도 혹시?
참나무.
21/12/2011 at 03:58
한 줄의 진실 되겠습니다
홍시보다 먼저 떨어지는 땡감도 있지요…더러는…^^
참나무.
21/12/2011 at 03:59
이젠 추울 때가 되었지요…
70도 못살고 가는 사람 때문에 국내외가 시끌시끌한가봅니다
자세히 보진 않았어도
매일 운동 할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다 싶네요 정말로…
오래사는 것 보다 살 때까지 남에게 피해안입히고 건강하게만 산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요…
도토리
21/12/2011 at 07:06
잠시 눈이 펄펄 내리더니
가는 비로 변하더니
이젠 흔적조차 없습니다.
.. 교통장애 아니되니 다행이다… 라고 생각을…^^*
참나무.
21/12/2011 at 08:34
그러게요…
어느 순간 눈은 교통장애가 된 세상
하루죙일 딩굴딩굴…놀기도 어렵습네다아~~
백건우 새 음반이 참 좋습니다
브람스가 되어 연주하는 간주곡, 로망스…자주 소개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