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여행가방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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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도 지났으니 이젠 나이 한 살 더 먹은 거 확실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시부 기제사와 월말세금내는 일 까지

다 치뤘으니 나의 1월은 다 지난셈이다

시인처럼, 모란이 지고나면 봄이 다 가듯. . .

해가 바뀌면 세우게 되는 계획들은

작심삼일이 아니고 ‘삼일까지’라든가?

신정 때 세운 계획 구정 때 다시 한 번 더

맘 다지는 분들도 계시지 싶다.

지난 22일은 故 박완서 1주기여서

전집들이 출간 러시를 이루고 있단다

눈 감기 직전까지 손본 원고는 딸 호원숙이 이어받아 묶어

‘새 독자들과 만나 새로운 풍경 만들어내기를 원한’다고. . .

전집류 22권을 구체적으로 찾아보진 못했지만

1월이면 정신이 번쩍 드는 수필 한 편이 있다

‘잃어버린여행가방’-여행산문집 제목이기도 하다

선생은 첫 해외 여행 중에 가방을 잃어버려 영영 찾지 못했다며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1월이면 찾아가지 않는 가방들을

공개 경매하는데, 낙찰되는 가방들은귀중품 보다

꼬질꼬질한 속옷이나 양말 나부랭이들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죽은 짐승의 내장처럼 냄새를 풍기며 쏟아져나와

호기심 때문에 참석한 낙찰자나 구경꾼들이

재밌어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쓴 짧은 산문(수필?)이다

선생이 이용한 여행사는 특이한 경매를 하는

독일 항공사가 아니어서 만천하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겉모양만 보고 중요한 것이 들어있는 줄 알고

속 검은 사람이 뻬돌려개봉되어도창피한 건 마찬가지겠고

그런속 검은 사람들에게는더반듯하게보여지길 원한다며

그 이후 여행 할 때는 그날 속옷은 빨아서챙기는 습관이 생겼단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든 영혼을,
절대로 기만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수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하셨다.

솔직히 나는 아직 영혼 걱정 할 경지까지는 꿈도 못꾸고

헝겁 쪼가리나 나만 아는추억 깃든 소품들

오래된세간살이들도 반듯하고정갈하게잘 정리 되었을 때

‘예기치 못한 사건’ 이 생겼으면 좋겠다

앞으로 몇 해를 더 살아갈지 알 수 없지만

나도 당신처럼 내가 남기고 갈 내 짐들을정리 할
자식들 생각하면골머리가 아파진다

그래서 더러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정리한다고 고백한 적도 있었다.

가능하면 뭔가 한 가지 이상

매일 버리는 습관을 붙이면 어떨까

1월은 거의 지났고 내 건망증까지 감안하면

한 해에 300개 이상은 버려지지 않을까 싶어서

생전에 집필하시던 소설몇 편 (문학지엔 소개된 )이

이윤기 선생의 ‘봄날은 간다’ 처럼

그를 존경하거나각별한 인연이 있는 분들의 편지글 등을 모운

기나긴하루를 교보문고 ‘마이 페이지’ 장바구니에 담으며

예전부터 생각만 하던 일을 실천에 옮기면 좋겠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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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늘기나긴 하루를 보냈다

영화 한 편보고동생과 만나 뮤지컬 볼 시간이

어중간 하게 남아 오랫만에 예전에 자주 다니던

이곳 저곳도 둘러보다 가본 적은 없지만

말로 글로 무수히 들었던 명동의 은성(銀星)주점 터를

우연히 만나 괜히 흥분도 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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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도 다 빻아졌나 모르겠네.

오늘 BGM은 ‘백조의 호수’

그레고리안 성가 빼고 유일하게

라디오에서 흐르던 . . .

신과 인간, Of Gods and Men (2010)

4 Comments

  1. 산성

    29/01/2012 at 00:11

    제목 한 줄에 마음이 움찔…그런데
    육신이란 여행 가방 안에 깃든 영혼…이란 표현엔
    그냥 아무말 없이
    다시 캄캄하게 엎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도 오래 아파 제사를 다시 생각하고 있답니다.
    제사 때문에 아팠던 것처럼…그게 아니면서.

    익숙한 음악,
    오랜만에 들으니 ‘산뜻한 새로움’으로 다가 옵니다.

       

  2. 참나무.

    29/01/2012 at 06:52

    저도 시원찮은 몸으로 이리 저리 다니고 있답니다
    오늘은 MoA 더녀왔어요 동생이 안가봤다해서 안내차…

    신앙에 대해서는 드릴말씀 없음. 입니다
    은은하신분이 그러면 저같은 날라리는 어떻하라구요

    신과 인간을 보셔야 이 음악의 의미를 더 잘 아실텐데
    누구 안계세요~ 신과 인간 보신 부운~~

       

  3. 술래

    31/01/2012 at 15:51

    저희 어머님이 해마다 당신의 소지품을 정리하시더군요.
    심지어는 자식들과 손주들의 사진까지 모두 본인들에게
    돌려주시면서 제일 막내 손주인 제 아들 사진 한장
    이것만 좀 더 두고 보다 주마~~~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젊었을때는 집 나설때마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면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을 고생시켰는데 요즘은 어찌나
    널럴했는지…

    이 글을 보니 저도 다시 준비를 해야할가 봅니다^^*   

  4. 참나무.

    31/01/2012 at 22:43

    가만보면 공통분모가 참 많아요..술래 님 어머님까지
    제 어머님도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선물했던 것들 돌려주시데요
    – 퀼트 소품등등

    저는 그냥 정리만 해두려구요.
    정리 못해서 저 종합검진도 미룬사람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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