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불능,아날로그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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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그간 벼르고 있던 영화 신과 인간,

상영관을 찾아보니 세 군데였다

밥순이가 저녁밥 시간 감안하여

선택된 상영관은 서울극장

복잡한 환승역인 종3. 지하도 안에서 길맹인 나는

입구를 잘 못 나온 게 화근이었다

전력 질주해도 될까 말까 빠듯한 시간

출발한 자체가 모험이었는데

‘티켓 예매 끝나셨는데요"

예상대로 매표소 앞에서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했다

상영시간이 21분이나지났지만 만약

입장만 시켜준다면 들어가려고 일단 사정까지 했다

차가운 디지털 기기가 아날로그 인간의 청을

들어줄 리 만무,

소용없는 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미련하게시리. . .

이럴 때 옛날 방식이 그립기 시작한다

보이콧 당하고 되돌아나올 때 기분 참 더러웠다

한 탕 하려고우리 동네 골목 대중탕 앞에서

‘수요일 정기휴일’ 입간판을 볼 때처럼

월요일 전시장 문앞에서 내몰릴 때 보다 훨씬 더

( 모다 내탓인데 누굴 원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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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용하는 핸드폰 기능은 딱 둘

지하철 노선도와 손전등

환승 위치 때문에 지하철 노선도는자주

아주 가끔은 음악회에 지각하야 컴컴한 공연장에서

조심조심 손전등으로 이용되는게 전부다

아참, 숫자에 약해서

계산기와약간의 메모도 어쩌다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봐야 4가지?

도대체 현대인 계열에 끼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가끔은 삐삐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내 아들을 비롯, 사람들과 함께 일 때도

눈은 오로지아이폰에 가있는 사람들 볼 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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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금요일엔 종3까지 간 발걸음 아까워

버스 한 번만 더 타면 되는 경동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봤다.

제사 전날 ‘민어찾아 삼만리’ 하면서 돈만 주고 두고 온 은행찾으러

건어물 점 앞에서.

여차 저차.

– . . .돈만 드리고… @#$%^&*@…

‘ 그 날 우리가겐 문을 안 열었어요, 다른 가게랑 착각하셨나보네요

– ……….."

– ……….."

매표소 앞에서 처럼 한 번 더 사정하지도 않았다

착한 사람이길 기대한 건 내 오산이었다.

미련따윈 버리자 – 모다 내탓이로소이다.

그래도 억울하야 눈총 한 번 쏘아주고

포기할 때의 참담한 기분이라니

헛걸음 말라던 남편 얼굴이 퍼떡 생각나

바로 옆 가게에서 시위하듯 겨우살이 한 망과

살 때보다 두 배나 더 되는 은행을 보란듯이 사면서

한 번 더날카로운눈총이나 쏘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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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경동시장은 활기가 되살아난 풍경이었다

후딱 영화 본 후 총알처럼 집으로 올 군번이어서

디카 챙기지 않은 게 유감이었을 정도로.

청과물시장 맞은 편으로 건너와 410 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길바닥에 널려있는 ‘발열 덧버선’을 보며 한 할머님이 말을 거신다

-발 뒷꿈치가 마른 논바닥 처럼 갈라져싸서…

오래 전에 5천원 주고 샀는데금방발바닥이 매~끈해지더라며

– 2,500원이면 반값이네…씻고 벗고 하려고 하나 더 산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파는 거 여러 번 봤는데 덥석 살 용기도 없고

밑기지도 않아 사지 않았는데 – 지금 신고있지만 이거 완전 대박!

이후 집에 있는 시간엔 계속 신고 있다.

할머님 말씀대로 발바닥이 많이 촉촉해졌다 – 삼천포로 빠졌네 또

나도 그 할머니도기다리던 버스가좀체로 아니와서

상관없는 은행 이야길 고자질 하듯 고해바쳤다

–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일세. . .단골 하나 떨궜구먼, 쯧.

괜히 위로를 얻는다.

그 할머닌 제삿장 보러 오신 것도 알게된다

내가 탈 버스가 금방 와서 그 자릴 먼저 떴지만

더 있었으면 할머니 한 생애를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민낯의 사람들이 나는 좋다.

한 거풀 뒤집어 쓴 사람들 보다

이런 분들 자주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재래시장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남편에겐 하얀거짓말을 했다.

고맙게도 날 기억하고 얼른 주더라고

나 혼자 기분 나쁘면 될 일이고

덧버선 하나 건진 것도 잘한 일이고. . .

머피의 법칙이 발생되던 그날은물건너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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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20분 못 본 그 찜찜함은 또 얼마인데

어쩌면 중요할 지도 모를 20분, 앵통해 할 필요도 없이

아조 편안한 기분으로 하루 지난 토요일 11시 프로 보기로 결심하면서. . .

융에 의하면 실수도 우연이 아니다 하지 않았던가

처음부터 서울극장 가기 싫어하던 내 기분이

우찌우찌 뇌파에 작동하여 종3 (어감 참..ㅎㅎ)

지하철 입구를 잘 못 나왔을지도 모를 일 ㅡ삼천포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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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신발 사는 거 어렵지 않아요

개콘 버젼 귀여운 광고가 있는 젊은이들의 거리를 걷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금방 행복해졌다

*

여기까지 오늘 아침 운동 가기 전에 올린 거 다 날리고. . ..;;

지금은 월요일 오후 두시

‘행복해지려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잘 활용하라

– 오프라 윈프리 어록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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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다니던 ‘비미남경’ 지난 번 내부 수리 중이었는데

어떻게 바뀌었나 골목계단을 부러내려가보니

소소한 카페으로 간판이 달려있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아 들어가진 않았다

소소한 카페 – 요담 영화 보러 가서 한적하면 들어가 보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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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뻥 뚤리는 시간 때문에 추억놀이는 명동에서 하기로 했다

Y.W.C.A 좁은 골목 건너편 2층

자주 다니던 크로이체르 음악다방이 있던 자리도 담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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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캐빈 있던 자리까지 더듬어 보려고

‘골목길’ 돌아가니 ‘코리아나 백화점 자리엔

여자 전신 광고가 이~~따마하게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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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자주 다녔던 OB’s캐빈은 또 바뀐 것 같다.

명동에만 가면 괜히 일 없이도 걷곤하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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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캐빈 맞은편 2층

계란 노른자 띄워주는 쌍화차도 팔던 다방은

엔젤이너스 커피 가게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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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회관 쪽으로 다시 나와 옛날 코스모스 백화점 눈길 한 번 주고

다시 국립극장 쪽으로 걸어도 시간이 아직 남아 명동 성당 안 까지 전진.

명동 거리나 명동 성당, 주말인 거 살감나게 사람들은 왜그리 많은지

당췌 디카를 들이댈 수가 없어 한적한곳만찾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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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해소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던 날이었다

혹시 알아?

어떤이는 일없이 남대문을 찍었는데

그 다음 날 전소되더라나 -말 하고도 겁나네. . . 휴유~~

13 Comments

  1. 김진아

    30/01/2012 at 07:56

    할머님 말씀이 옳으세요.장사하시는 그 아주머님 정말 단골 한 사람 잃은것이니까요..그리하면 아니되는 것인데도, 우린 가끔 욕심이라는 그림자에 덥썩 먹히는 짓을 해 버리죠.

    저도 가끔씩 계산만 하고 가는 수가 있어봐서 알아요. 용케 기억하고 돌려주시는 분 점포는 부러 선전도 하구, 그렇지 않으면 두번 다시 발 걸음 하질 않죠.ㅎㅎㅎ

    참나무님…바람 불어 날이 꽤 춥습니다.

    건강 조심 조심요. 지금 곤지암 무척 한가롭습니다. ㅋ   

  2. 산성

    30/01/2012 at 09:38

    신과 인간…예고편을 살짝 살펴 봤습니다.
    시간 다시 챙기셔서 꼭 보시게 되길.

    ‘은행’ 안돌려 준 그 밉상(?) 건어물상,
    죄다 지나가는 손님으로 아는 건 아닌지…ㅉ
    제 일본인 친구는 오랜~만에 서울에 와도 그 넓은 남대문 시장,
    한번 맺은 단골 가게에 꼭 다시 찾아 가더군요.
    헤매고 또 헤매면서 말이지요^^

    올려 두신 사진, 따라 다니다 보니 명동거리가 아슴아슴 해옵니다.
    고해소 탓인가 합니다만…;;

       

  3. 지해범

    30/01/2012 at 10:14

    함께 따라다니며 산책을 한 기분이네요.
    실수도 우연이 아니라는 융의 지적이 제 경험과 일치한다 생각이 듭니다.
    어디론가 가는데 중간에 무엇인가가 방해하면 원하는 결과가 아닌 경우가 종종 있었지요.
    소소한 카페에 가서 소소한 것이나 생각하며 차한잔 하고싶어 지네요.    

  4. 참나무.

    30/01/2012 at 10:17

    만약 은행을 다시 찾았다면
    저도 그 일본분처럼 했을지도 모를일이지요…^^

    명동, 로얄호텔은 그대로데요
    친척 사무실이 내부에 있어서 가끔 가봤거든요

    신괴 인간 새겨둘 대사들 명 장면들 다시 생각나네요

    병이 있는 한 수도사: – 저희는 가지 위의 새들로 언젠가는 날아오르지요
    마을 주민: – 당신(수도사)들이 가지이고 저희들이 새지요

    크리스티앙 주임(?) 수도사:-들꽃은 햇빛따라 움직이지 않아도 빛이 다가갑니다"

    확고부동한 신앙심이 부러웠던 날
    명대사가 많이 나오지요
    어떤 크레일러인지 몇 편은 다 찾아봤거든요
    혹시 백조의 호수 나오는 장면 있을까봐…^^

    산성님께 추천하고픈 영화랍니다- 음악회장 찾으시듯 그렇게…   

  5. 참나무.

    30/01/2012 at 10:20

    앗 지기자 님 반갑습니다아~~

    지기자님도 융의 실수 이야기 자주 겪으시나봅니다…^^

    (요즘 종이신문에 자주 보이셔서 꼭 읽어본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많이 배운답니다 – 건필하시길 빌어요 올 한해도 계속…^^)

       

  6. 참나무.

    30/01/2012 at 10:25

    곤지암 가게…진아씨는 저같은 곤망증 고객들께
    얼마나 친절하실까 상상이 간답니다

    아이들 데리고 서울대 미술관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전’
    추천합니다 방학 끝나기 전에…^^

    서울대 교문의 상징탑 낙서도 찾아 읽오보시구요…^^
       

  7. Elliot

    30/01/2012 at 17:19

    소상인의 하루살이 생존경쟁법이겠죠 ^^
    밥 한그릇에 양심도 쉽게 팔아버리는….

    근데 주위를 둘러보시면 그런 사람 한두명이 아닐겁니다.
    언론계, 정계, 학계에도….

       

  8. 참나무.

    31/01/2012 at 00:34

    곤지암 가게…진아씨는 저같은 건망증 고객들께
    얼마나 친절하실까 상상이 간답니다

    아이들 데리고 서울대 미술관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전’
    추천합니다 방학 끝나기 전에…^^

    서울대 교문의 상징탑 낙서도 찾아 보시구요…^^
       

  9. 참나무.

    31/01/2012 at 00:34

    엘리엇님도 ‘애정남’ 맞으십니다…^^   

  10. 도토리

    31/01/2012 at 05:07

    따라 다니는 것 같이
    흥미진진했습니다..ㅎㅎ^^*   

  11. 참나무.

    31/01/2012 at 07:00

    눈같은 눈이 억수로 쏟아집니다
    그곳도 오십니까?
       

  12. 술래

    31/01/2012 at 16:05

    추억속에만 있는 명동거리를 참나무님 따라 즐겁게 다녔습니다.

    수술해서 아기를 난 임산부 언니 퇴원시키라고
    형부에게서 건네 받은 퇴원비 봉투를 숄더백에 넣고
    미도파를 가느라 지하도를 건너다가
    돈을 쓰리맞고 난감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다시
    떠오르기도 하네요.

    언니와 형부에게는 말도 못하고
    직장에서 급 대출을 받아 퇴원시키고
    다달이 갚아 나가던 기억…

    그 이후로 저는 숄더백을 매면
    꼭 끌어 안는 습관 아직도 못 버리고 있어요.
    지금은 가방속에 귀중품이라곤 크레딧 카드와
    신분증 정도인데오…ㅎㅎ   

  13. 참나무.

    31/01/2012 at 22:39

    아주 큰 사건이었네요 원 세상에…ㅜ.ㅠ

    미도파 지하도…
    우리 때는 스냅 사진사들도 많았는데…

    저도 명동에만 들어서면 추억속에 빠져버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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