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네덜란드?

Adriaen van der Spelt’s ‘Still Life with Flowers’

Adriaen van der SpeltTrompe-l’Oeil Still Life with a Flower Garland and a Curtain (detail)1658

Adriaen van der Spelt 1658

Trompe-l’Oeil Still Life with a Flower Garland and a Curtain (detail)

선반 위에 화사한 꽃이 가득 피었다.

반짝이는 푸른 커튼이 그 앞을 가리고 있어,

이를 들추어 보려고 했더니, 이게 웬일인가.

만지면 바스락댈 것처럼 생생한 커튼은 실은 그림이었다.

알고 보면 그 뒤에서 고운 향기를 뿜어내던 꽃다발도 그림이다.

네덜란드 미술이 황금기를 구가하던 17세기,

아드리엔 반 데르 스펠트(Adrien van der Spelt·1630~1673)

프란스 반 미에리스 ( Frans van Mieris· 1635~1681 )가

합동으로 그린 ‘커튼이 있는 꽃 정물화’ ( 1658·사진 )다.


이 둘은 아마도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두 화가가 벌였던 그림 대결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플리니우스의‘박물지’에 의하면 라이벌이었던 파라시우스와 제욱시스는

우열을 가리기 위해 서로의 역작을 공개하기로 한다.

포도를 그린 제욱시스가 먼저 그림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벗기자

진짜 같은 포도에 홀린 새들이 그림으로 달려들었다.

의기양양한 제욱시스는 파라시우스에게 빨리 커튼을 열어 그의 그림을 보여 달라고 했다.

사실 파라시우스가 그린 것은 ‘커튼‘이었던 걸 모른 채 말이다.

승리는 당연히 새를 속인 화가의 눈마저 속여 넘긴파라시우스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아드리엔과 프란스는 대결 대신 협력을 선택했다.

꽃그림 전문이었던 아드리엔이 을 맡고,

고급 드레스의 질감 표현에 특히 능했던 초상화가 프란스가 커튼을 그렸다.

관객들은 그들의 역작 앞에서 꼼짝없이 사기를 당하게 될 것이다.

커튼에서 한 번, 꽃에서 또 한 번. 세상에 두 번이나 속임수에 넘어가고도

기분 좋을 일이 이 그림을 보는 일 말고도 또 있을까.

P.S

Quince, Cabbage, Melon, and Cucumber 1602 Oil on canvas /68.9 x 84.5 / San Diego Museum of Art

1635~1681- Gerard Dou (1631-1675), Still life with sleeping dog, 1650
Private collection

W. A. Mozart – Lacrimosa (Requiem)

2 Comments

  1. 도토리

    07/03/2012 at 03:06

    바스라질 것같은 저 꽃과 린덴같은 저 커텐을 대체 어떻게 그렸을까…
    감탄이 아니나올수 없습니다.
    참 대단한 !! 붓끝은 재능과 노력과 그리고 인내도 아울어져있을테지요…   

  2. 참나무.

    07/03/2012 at 04:41

    오늘 주제는 두 예술가의 재능을 대결 대신 협동으로 차원을 높인 점이지요
    네덜란드에 다시 빠진 아침이었답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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