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혹시 나만 모르는 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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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혹시 나만 모르는 쇼 아니야?’

유독 나에게만 이상한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 것 같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남자가 떠오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철저히 기획된 리얼리티 쇼 속에 갇혀 살았던 남자,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다.

‘트루먼 쇼’… 피터 위어 감독, 짐 캐리·에드 해리스 주연, 103분, 미국, 1998년.


그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시민이다.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고향도시 시헤븐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매일 마주치는 이웃도, 그리운 첫사랑도, 절친한 친구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만나는 사람들도, 그가 사는 세계도 진짜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24시간 생방송으로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에 중계되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며,

그가 사는 곳은 특별히 제작된 커다란 세트장이다.

그가 겪어온 모든 인생행로는 제작팀에 의해 정교하게 짜인 것이었다.

그걸 딱 한 사람, 주연배우인 트루먼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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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갇혀 살던 곳은 일반적인 의미의 감옥과는 달랐다.

그는 어떤 물리적 구속도 없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했고,

인생의 갈피갈피에서 자신이 내린 수많은 선택들이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 없이 믿었다.

보통사람들이 그렇듯 그의 마음속에도 추억이라는 이름의 다채로운 무늬가 지그재그로 새겨져 있다.

그러나 그의 가슴 속 깊은 슬픔으로 간직된 어릴 적 아버지의 익사(溺死) 사고는 트루먼이 물을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해 정교하게 연출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평생 바다 건너 먼 세계로 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아프게 각인된 그의 상처는 진실인가, 허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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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거짓 세계를 탈출하려는 트루먼을 프로그램의 총책임자 크리스토퍼(에드 해리스)가 설득한다.

세트 바깥의 세상은 얼마나 행복할 것 같으냐고.

거짓과 기만 없이 완벽히 통제된 세상에서 사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는 그의 궤변에 이마가 서늘해진다.

나아가 타인의 삶을 훔쳐보며 낄낄대는 걸로나 위로를 받는 우리의 지루한 삶이 트루먼의 꼭두각시 인생과

얼마나 다른지 물어온다면 말문이 턱 막힌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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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참나무.

    13/06/2012 at 23:23

    막심 벤게로프가 연주한 ‘유재하-사랑하기 때문에’안찾아지네요
    – 오늘 배경음악은 S님 카페에서 대신…^^*   

  2. summer moon

    14/06/2012 at 01:32

    저는 이 영화 생각하면 ‘hidden camera’가 먼저 생각나요
    현실의 삶에서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곳에서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을 카메라 렌즈….

    가끔 제가 잘못된 시나리오, 역할을 맡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의 삶을 빌려 입고 있는 것 같은…ㅠ   

  3. 도토리

    14/06/2012 at 02:44

    시 낭송회 이야기가 나올듯 했어요.
    ….^^*   

  4. 참나무.

    14/06/2012 at 03:49

    저는 이 영화를 못봤지만 대신 ‘타인의 방’ 독일영화 생각을 했답니다
    가끔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면…정말 끔찍하겠지요…^^

    작가 정이현의 글 아침신문에서 읽고 그런 생각이 다시 들었답니다. 저도…
       

  5. 참나무.

    14/06/2012 at 03:56

    ‘낭독회’라고 그렇게 누누히. 강조해도 또 낭송회…;;

    그래서 앞으로는 ‘시인과의 만남’ 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답니다

    오늘 저녁, 장대건 기타로 땅고 연주 들을려면 지금부터 약간의 준비를 해야하구요…
    아… 이칸에선 그냥 연주나 들읍세다아~~^^    

  6. 교포아줌마

    14/06/2012 at 04:09

    저 상위의 김밥 그리고 따뜻한 차가 연출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정말 섬뜩하지요.

    내가 먹는 김밥과 차는 내가 먹는 한, 남을 의식하지 않고 먹는 한
    맛있고 향기롭습니다.

    허구가 아닌 진짜입니다.

    cheers!   

  7. 도토리

    14/06/2012 at 06:59

    시 낭독회..ㅎㅎ
    낭송은 외워서 읊는 시.
    낭독은 보고 읽는….
    알면서도
    ‘낭송’하고픈 욕심은 있어요…ㅎㅎ^^*   

  8. 참나무.

    14/06/2012 at 07:57

    도토리 님이 그런 욕심있으신 줄 또 몰랐네요
    저는 죽다 다시 태어나도 그런 건 못합니다- 아니 안합니다…ㅎㅎ

    낭송, 하는 사람은 즐거울 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들은 내내 불안불안
    특히 시를 지은 시인 앞에서는 더더욱…;;
       

  9. 참나무.

    14/06/2012 at 08:05

    다리도 절고 손도 다쳐 그날은 시인 사인만 겨우 했답니다
    김밥은 청담 고정 메뉴구요..전 그냥 목련 잎 두어 개랑 도시락만…
    요담 서울 오면 다시 준비할까요…^^

    서울숲 방문한다…먼저 기별하면
    저 도시락에 유부초밥 담아 대환영 한다고 약속하지요..^^*

    ( 괄호 안…안그래도 안타까웠다우…^^)   

  10. 몽기(夢器)

    14/06/2012 at 13:40

    오늘은 낭독과 낭송, 차이를 배우고 갑니다. 그리고 저도 낭독이 더 좋습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ㅋ   

  11. 참나무.

    15/06/2012 at 03:37

    ..벽돌 두어 개 빼고… 교아 님 마음 다시 접수합니다
    오독에다 난독증까지 발동을 하는 요즈음이네요…
    사과드립니다…    

  12. 참나무.

    15/06/2012 at 03:38

    몽기 님은 또 낭독 낭송 공부까지 하셨다니 고맙습니다.
    호주 이야기 열심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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