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뎅 커피 & 로마네 꽁띠

"포도나무가 흘린 피가 병 속에 들어가 비단이 됐다"

"제비꽃 다발에 묻힌 체리향이 심오한 루비옷을 입었구나.

오로지 왕의 식탁에 오르라."

로마네 꽁띠라는 와인에 대한 찬미란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궁금해서 할 일도 많은 데 찾아봤다

나야 술맛도 모르는 사람이라 이름도 난생 처음이다

신문 삽화엔 차가 나왔길래 車이름인가? 했는데

다 읽고 자세히 보니 차 뒷트렁크에 실린 박스에 쓰인 글자가

‘로마네 꽁띠’였다 로마네 콩티 <–(기사 전문)

나원참 호로록 마시면 없어져버리는와인 한병 값이 얼마라고?

어떤 나쁜 사람이 최근에 이 술을 뇌물로 바쳤단다.

단언컨데 . . .누리꾼들에게 큰 낚시밥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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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수영장 셔틀 버스 기사가 얼마 전에 바뀌었다.

이 기사가 처음엔 지나치게 친절하더니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차가 좀만 밀려도 듣기 거북한 욕을 해대고

회원들이 인사를 해도 답도 않고.

수영장 버스가 모두 6대인데

내가 타고 다니는 6호 버스 기사가

제일 불친절 하다고 소문이 났단다.

나는 일반 버스를 타도먼저 ‘안녕하세요’ 하든지

사람 많으면 고개 까딱하며 고맙다는 뜻을 전하는 편이다

솔직히 땡볕에 서 있다 시원한 냉방차에 오르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는 이번 여름 아니었나

ㅡ 환경 파괴는 뒷전이고 나 혼자를 위한. . .은아니라 합리화 시키며

내릴 때도 사람 없는 우리 동네 근처 낯익은 기사 아저씨면

‘감사합니다 ‘ 인사도 가끔 하는데

매일 보는 기사 아저씨 인사를 안할 수가 없는 일 아닌가

하여도 계속 인사를 받지 않아

나도(우리도) 그냥 타고 그냥 내리곤 했었다

요즘은수영 끝난 시간이어도 시원한 바람불면

서울 숲 산책 좀 하다 그 다음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있다.

목이 말라 수영장 근처 편의점에 들러 뭘 마실까

상표를훑어보니 아 반가운 자뎅이란 상표가 보인 날이었다

아들이 몇 주 전에 집에 왔을 때 며느리에게 질문을 하는 거다

‘우리나라에 젤 먼저원두 커피 판 카페 아냐’

며느리는 고갤 잘레잘레 흔든다

ㅡ 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자뎅이야ㅡ어릴 때 엄마 따라 다니며알았’다 는 거다?

그 장면이떠올라 그날 내 손에 쥐어진 건

당연한 듯 자뎅이었다.

혹 모르는 사람들 계실까ㅡ나는 최근에 알아서. . .

요즘 편의점 들리면 시원한 음료들 손쉽게 고를 수 있다

ㅡ 맛은 책임 못지겠지만

취향대로 고르고 계산하면 직원이 얼음 봉지를준다

1,200원참 싸기도 하다ㅡ 아구 또 삼천포로. .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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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편의점 ‘아이스 커피’저으며 마시려는 데

아차차,차 떠나는 15분, 시간이 1분 밖에 안 남은 거다.

급히 튀어나가 다리야 날 살려라달리니

‘부렁부렁’ 시동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시간대도 아닌데 늦게 탄 게 미안해서

내 손에 든 아이스 커피를 순간적으로 기사에게 전했는데

그게뇌물이 되었다.

말 않고 그냥 내려도 먼저

‘안녕히가세요’ 인사를 하는 거디었다.

다음 날 같은 시간대 같이 내린 같은 아파트 엄마들이

‘저 기사 오늘 더위 마셨나,왠일로 인사를 다 하네?’

여차저차 내가그간의썰을 풀어놓자

‘아항 뇌물 효력 100%네요’ 이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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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꽁띠 나에게 준다해도 – 줄 사람도 없지만

난 사양할 것이고 또 관심도 없다.

오늘 내 관심사는 류태형 기자의 책 소개다.

솔직히 유럽 축제 순례기 이런 책 읽으면 나는 절망감 부터 먼저 느낀다

이 나이에 이 형편에 도대체 어느 곳을 몇 번이나 갈 수 있을까 싶어

그래도 그들이 발로 뛴 생생한 정보는 얼마나 귀하고 값진 그 무엇일까

오늘 아침 김성현 기자의 책소개와 독후감 읽으며

이런 정도의 뇌물이라면

주는 분도 받는 분도 멋지지않나. . .전문을 소개하고싶다

사실은 어제 다녀온 우예주, 하콘이야기 하려고 컴을 열었는데.

뭐 살아내는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때가 그리 흔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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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숙녀가 맨 앞에앉아있어서 또 산호 생각에 눈이 자주 갔거든. . .

‘베를린 필’ 감상 뒤엔 소니 센터서 건배를

– 류태형·음악평론가(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 입력 : 2012.08.18 00:12

유럽 8개국 누비며 공연 32편 꼼꼼히 정리
‘파리 극장 에티켓’ ‘뒤풀이는 어디서’ 등 발로 뛴 정보 한가득

365일 유럽 클래식 기행
김성현 지음|아트북스|408쪽|2만원

1년간 해외 연수 기회를 얻은 일간지 음악 담당 기자인 저자는

프랑스 파리를 베이스캠프로 삼아서 유럽 클래식 기행을 꿈꾼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위스와 영국,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독일과 이탈리아 등

8개국의 21개 도시를 누비며 42개 공연장과 축제에서 관람한 176편을 빼곡하게 메모로 담는다.

그 가운데 32편의 공연장과 페스티벌을 추려서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단순한 기행문은 아니다.

기행문의 리듬을 타고 저자와 함께 유럽의 공연장을 걷고 둘러보면‘클래식 본고장’의 공기가 생생하게 포착된다.

그 역사와 문화가 자연스레 근육처럼 달라붙는다.

연주자와 관객이 만나는 현장감 있는 무대가 이 책의 씨줄이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5시간에 이르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연주하고서도 혼자서 무대 위로 오르지 않는다.

단원들을 모두 끌고 올라와 베를린의 관객들에게 다 함께 인사하며 ‘팀워크’를 과시한다.

피아니스트 키신이 리스트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동안,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의

공연장 천장에는 빗방울이 떨어져서 음악에도 그 소리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거기에 저자는 유럽의 도시와 공연장의 역사, 작곡가의 기록,

지휘자의 계보와 오케스트라의 특징 등을 날줄로 엮는다.

108년 전에 지휘자에 대한 반란에서 출발한 런던 심포니는

지금도 단원 자치와 민주주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유난히 여러 번 화재와 폭탄 테러에 시달렸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극장은

지금도 관객들이 공연장에 출입할 때마다 꼼꼼하게 티켓 검사를 한다.

이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면서 유럽의 공연장들이 알아보기 쉽게 분류·정리된다.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등 과거의 거장부터

마리스 얀손스와 사이먼 래틀, 크리스티안 틸레만 등

동시대 지휘자들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폭넓은 관계도로 펼쳐지는 점도 흥미롭다.

공연장 기행이 끝날 때마다 말미에 수록된 팁은 당장 써먹을 수 있어 유용하다.

주소와 인터넷 홈페이지, 예약 방법 외에도 저자가 발로 뛴 정보들이 실려 있다.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는 안내원에게 팁을 주는 것이미덕으로 통한다든지,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인근 소니 센터의 맥주 홀에서 뒤풀이를 하면 좋다든지,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1층 뒤편의 입석을 사보라는 것 같은 솔깃한 정보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유럽으로 음악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당장 손에 들고 갈 수 있는 지침서.

읽다 보면 본고장 유럽 클래식 음악을 겨냥하는 사격 영점(零點)이 잡힐 것이다.

Ginette Neveu – Chausson Poème (studio recording in 1946)

9 Comments

  1. 푸나무

    18/08/2012 at 02:32

    아하, 그 커피가 그렇게 효력을 발휘하다니요.
    불친절을 친절로 만드는….   

  2. 도토리

    18/08/2012 at 02:55

    ㅋㅋ. 우예주 이야기는 다음 편을 기다려야겠군요…
    늘 재미있어요..살아내시는 소소한 이야기들…!!^^*   

  3. shlee

    18/08/2012 at 03:33

    로마네집안에서 만든 수프인가 했네요…
    아이들 보여주려고
    페북에 가져갑니다
    로마네 콩트~
    ^^   

  4. 참나무.

    18/08/2012 at 07:34

    정해진 점심 시간도 없이 쫒긴다는데…
    조만간 다른 간식 정성껏 한 번 선물하리라 오늘 다시 맘 먹었답니다
    그러면 지대로 뇌물인가요?
       

  5. 참나무.

    18/08/2012 at 07:40

    제목 바꿨어요 오타도 고치고- 세상에 고유명사를…;;
       

  6. 참나무.

    20/08/2012 at 00:01

    우예주 일산 돌체음악회에서 어린 시절 만난 적 있는데
    이젠 어엿한 숙녀가 되었더군요
    노력 많이 하니까 앞으로 더 유명한 연주자로 우뚝 서리라 믿는답니다   

  7. 참나무.

    20/08/2012 at 00:02

    저만 모른 게 아니어서 괜히 반가운데요 쉬리 님…^^   

  8. 지해범

    20/08/2012 at 02:00

    한때 국내에 와인 바람이 불 때 저도 와인 강의를 한번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뒤론 시들해지더군요. 우리나라 막걸리도 스토리만 잘 입히면 얼마든지 명주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 참나무.

    20/08/2012 at 05:02

    전 와인에 무식합니다
    공부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던걸요

    요즘은 어느 분야건 스토리를 엮어야 먹히나봐요…^^
    우리나라 막걸리도 제발 그랫음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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