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잘린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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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영동 대교 건너면 바로 있는 모처에서 오늘 결혼식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수영도 못가고 집안 정리 대강 하다보니

늦어버려 도착했더니 식은 이미거행되고 있었다.

접수대에 2인 봉투 전하고 메인 홀로 입장하려니

안내 담당 직원들이 -죄송하지만 ~~

6층으로 올라가 스크린으로 보셔야 . . .한단다.

6층으로 올라가도 라운드 테이블은 벌써 차서

-어디로 가야하나?

난감함을 얼굴에 달고 직원들께 물었더니

– 9층으로 올라가세요…;;

그냥 집으로 와버릴까 하다

그래도 그렇지. . . 아들 결혼식에도 오셨는데…

맘을 고쳐 먹고 나처럼 지각한 일행들과

9층에 올라갔지만 그 곳 역시 만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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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 사지. . .

내 아들 결혼식 때도

나같은 사람 많았겠다 싶어기분이 좀 그랬다

우리도 메인 홀이넘처따로 한 층 더 빌렸지만

오늘처럼세 군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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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나는 외국 영화처럼

꿈같은 결혼식을 떠올리고는 했다.

신랑 신부가 넝쿨장미 아취문으로 입장하는 야외결혼식

진심으로 축하해 줄 하객만 초청해서. . .30명 넘지않게.

아니면 오래 전 T.V 드라마 차인표김지영 ‘그대 그리고 나’에사

신부는 뮤즈처럼 들꽃 화관을 쓰고. . .

그러나 현실은 비현실적인 나같은사람에게 ‘아나콩콩’이었다

내딸 결혼식 때

폐백, 이바지, 모두 나 혼자 하느라 죽는 줄 알고

아들 결혼식 땐 싹 없애야지 결심했다

칼자루 우리측에서 찼을 땐만고에 필요없는허례 허식 모두 생략

집 얻는 데 다 보태자 ~~로 합의했고 실행에 옮겼는데

결혼식 만큼은 사돈 측이 개혼이라

호텔에서 했으면 `해서 할 수없이 응했던 거다

오늘과 같은 장소인데 그 땐 정신 하낫도 없어 둘러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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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잡생각 하며 우두커니 서 있는데

직원 눈에 내가 포착되었는지

한 군데 가리키며의자를 끌어내어 줘서 앉았다.

라운드 테이블 이미 앉은 사람들께 눈인사 간단히 하고. . .

첨 보는 사람들 도대체 신랑측인지 신부측인지 알 수가 있나

어떤 사람은같은 자리에서 실컷 신랑 집안 흉을 봤는데

한참 나중에 조용히 앉아 있던 한 분이

신랑측 하객이어서 그렇게 난감할 수가 없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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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엔 스크린이 있긴 한데 아주 많이 희미해서

도대체 보이지도 않는다.

잘못했다…그냥 접수만 하고 나갈걸…

후회 막급이지만 먹는 걸 앞에 두고 그럴 수도 없어서

우선목 말라물한 잔 마셔가미. . .

한복 입은 분이 축가를 한다

암말 않고 칼질만 하기 머쓱한데

옆자리 앉은 분은 신랑 측 하객이라며 말을 건다

-아 저는 신부 어머니 때문에…

갑자기 신부 편 드는 입장이 되어

-신부 어머니가 소프라논데. . .노랠 아주 잘 한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아 그렇군요 신부도 악기 다룬다는데 / 네 신부 아버지도 노래 잘 한답니다.

-음악 가족이네요/ 아 네에~~

(신부 아버진 자동2붑니다- 이 말은 않했다 나도 체면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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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는데 목소리가 낯익다

희미하지만 핑크 계열 저고리에자주 치마

세상에나 ~~신부 어머니가 축가를 . . .

그제사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분이 희미한 스크린

잠깐 쳐다보긴 했지만 어느새 하객들은

도대체 결혼 장면은 볼 생각도 없고( 보이지도 않았으니)

그냥 식사하며 밀린 얘기하기 바쁘다

순번대로 들어오는거 먹는 둥 마는둥

커피만 두 잔 청해마시고 먼저 일어섰다.

들어올 때 계단 근처에 낯익은 그림들 보며 옳다구나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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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혼주께 인사하고 다시 계단으로 내려오며

낯익은 작품들 보이는 대로 찍는데

어? 갤러리도 있네!

지금 전시회도 한다네?

방앗간 그냥 못지나가는 참새처럼당장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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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꽃꽂이가 있는 진열장

오래된 나무판이랑 참 조형적어어서 먼저 찍고

내부는

아. . .적막 강산. . .

시끌시끌한 식장과는 다르게 아무도 없는 거다

"내 쉬일 곳은 작은 집 내집 뿐이리~~" 가 아니라 이 작은 갤러리구나

데스크 직원도 없겠다 맘놓고 찍어대다

거리로 나왔다

강남 한복판 좀만 더 걸으면 천지 삐까리 전시가 많은

코엑스가 바로 코앞인데 . . .

삐딱구두 신고 돌아다닐 용기가 도즈흐 안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발통달린 로동화 따로 들고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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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횡단도 아니되는 강남 대로- 도대체 몇차선?

중간에 서서한 번 더 바뀐 신호등

다시기다리면서 난 강남 스타일은절대 아니네. . .했다

울집 남자 저녁 먹고 온다 해서

잘 읽지도 않는 서울 미술관잡기 올리다 막살하고

엄한짓이나 하다니 – ‘나원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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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거나 전문직 올드 미스 결혼은 맘껏 축하하고 싶다.

백자 항아리만큼 풍성하게 잘 살라고 . . .

로비에 보이던 낯익은 강익중 작품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호텔, 우리집에서 가깝고

갤러리 한가하여 가끔 가봐야지 했다.

커피도 별로 비싸지 않고. . .

4 Comments

  1. 도토리

    06/10/2012 at 21:11

    옆길로 빠져 결국 갤러리 행사 이야기가 되셨군요
    늘 흥미진진하게 사시는모습 보여주셔서
    이불 속에서 아이폰으로 즐감했어요.ㅎㅎ
    오늘도 행복하게 ..!!!!^^*   

  2. summer moon

    07/10/2012 at 01:14

    저도 ‘참나무님 스타일’ 이라는 !!!!!!!ㅎㅎ

    결혼식에 참가해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네요.
    어렸을 때 엄마 따라서 몇번 갔던거 기억이 나요-
    카스테라나 모찌떡이 담긴 선물상자를 나눠주서 좋아했던..ㅎ

    오래된 나무 판& 꽂꽂이- 더할 것, 덜할 것 없는 ‘작품’ 입니다 !^^   

  3. 참나무.

    07/10/2012 at 07:27

    다 올리진 않았지만 작품들이 굉장이 많아서
    평일 한가할 때 천천히 한 번 더 가볼 예정이랍니다
    특히 요즘 작가들 작품이 많던걸요 복잡해서 담지는 못했지만

    제주도 사진 170여장 숙제 얼른 보고싶어요…^^
       

  4. 참나무.

    07/10/2012 at 07:35

    맞아요 찹쌀모찌나 종로복떡 참 유명했는데…우산도 있었지요
    요즘 우리나라 결혼식 참 재미없답니다…;;

    예전에 화동(들러리)이 신부 입장할 때
    꽃 뿌리던 그런 결혼식 그리워지네요

    네…화랑 입구랑 바깥에서도 볼 수 있는
    진열장 풍경, 시선을 잡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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