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참…

A

오전 10시 반에 도착하여

해 질 녘까지 예당에서 놀았다.

운동은 새벽에미리 해서에너지는 충분했다

약속된 건 마티네 콘서트 한 건이지만

무턱대고 가도 항상 전시가 있으니…

그 아니어도 도처에 널린 만추…

우면산 자락은 오죽할까싶어

참 오랜만에 들렀다.

고흐 전이 열리는 것도 몰랐다면 믿으실까

예당 맞은편에서 내려건너편 건물에내걸린 큰 광고로 알았고

비타민 스테이션 들어서서첫 날인 것도 알게되었으니…참

085.jpg

1.모차르트 – 플루트 협주곡 제1번 G장조 K.313 1,3악장

2.브람스 – 교향곡 제4번 e단조 Op.98 3,4악장

——-인터미션——-

3.로드리고 – 아랑훼즈 기타 협주곡 2악장

4.차이콥스키 –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미리 살펴본 레파토리도 이 가을에. . .’음…괜찮네’ 였고

송영훈씨 연주회 직전 휴대폰 끄라는 영어 안내 방송이

얼마나 느끼한가 확인 차 -이러면 진짜 흉보시겠지만 …

김성현 기자가 농담으로 송영훈 영어 멘트 느끼하다 할 때부터 ‘언젠간…’ 했거든

아줌마들 음악회…해설이 있는 음악회(?) 비웃는 사람도 있더라만

어쨋거나 예당의 효자상품임에 틀림 없다는 건짚고 넘어갈 일.

B

연주자들 내세워휴대폰 끄자는 운동(?)

오죽하면 그랬을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도 한참심오한 연주 시간에 한 껀 터졌다

– 이럴 땐 아…외국 유명 연주자공연아니어서,

나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한숨까지 난다.

그것도 ‘아주’방정맞은 컬러링이었으니- 컬러링 선택도 잘 해야겠다 싶더라니까

"…수능 치루는날인데 날씨 참 좋지요

설마 이 자리에수험생부모님은 안계시겠지요…"

말문을 연 인기 진행자 송영훈, 알맞은 키에 조각같은 얼굴.

비둘기색바지에 일상복도 아니고 예복도 아닌

짙은 블루 상의가 허벅지랑 무릎 1/3 선에 걸려있는 게 멋졌다.

이젠 진행자 경력까지 붙어 음악회 자체를 부드럽게 꾸며낸다.

12월엔 해외 공연이 있어서 마지막 곡 설명 하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 후 75도 각도로 고개 숙여

잠깐 움직임 없이 예를 표하고 그대로뒷모습 보이며

총총 무대를 떠나자 소나기 박수이어지고…

‘잠깐 멈춤’ 저런 자세도 계산된 것일까…괜한 혼자 생각.

휴대폰 멘트는 농담이고

11월 마티네 콘서트미리 예매한 이유는

지휘자 이대욱 – 더구나 브람스 교향곡 4번이라니

그는 한동일 씨랑 함께 ‘학원’을 장식하던 우리 세대스타 피아니스트였다.

그가 어느 날 지휘봉을 든다 할 때 들락거기기 시작한 음악회가

예당 목요 마티네콘서트- 제일 큰 이유는 아침이어서지만.

C

1.

모짜르트 시대 플루트는 목관이어서 연주도 작곡도 많이 까다로웠단다

요즘처럼 공학적으로 발달된 스틸 플루트면 얼마나 다양한 작곡을 했을까

타임 머쉰으로 초청할 수 있는 음악가 꼽으라면 모찰트랑 브람스라 했다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 빠르게 연주하면서 장중하게 하라니…연주자에겐 얼마나 까다로운 부탁일까

3악장, 론도; 템포 디 미뉴에토…

피부색과 비슷한 끈없는 긴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이예린

걸을 때 뒷자락은더 길어질질 끌릴 정도

허리 아래엔 입체 장미가 불규칙하게 매달려 있어서

검정색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배경으로

여신같은 포스였다. 두어 번 커튼 콜 받고…

2.

브람스 1번 교향곡은 흔히 베토벤 교향곡10번이라 하지만

이번 레파토리 4번 교향곡은 브람스 52세 때 작곡한

1.2.3.번 교향곡과달리 애수에 깊히 잠긴 것 같은 작품이다.

1.어둡고 비극적

2.밝고 목가적 기쁨

3.동경이나 환희, 힘차고 장대한 느낌…그래서 흔히

브람스 2번은 베토벤 6번 전원.

브람스 3번은 베토벤 3번 영웅과 대적한다는데

4번은 1.2.3. 번과는 전혀 다른 내성적이면서 적막감이 감도는

우수로 가득 차 있어곡 전체가 체념에 가까운 분위기다

브람스 모든 작품은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영혼 깊은 곳까지 호소하는 느낌을 준다

이 곡은 특히 그의 죽음을 예감한 애처로운 심경까지 담아 낸 곡으로

그의 서정성이 아름다운 선율에 녹아 들어 있어

스스로도 매우 아끼던 교향곡으로

그가 마지막으로 연주를 지켜본 곡이었단다.

솔직히는 브람스 4번 이대욱 지휘로 듣고 싶어 오래 전에 신청해뒀는데

이틀 전에 확인 문자 없었으면 깜빡 놓칠 뻔 했다.

3, 4악장만 연주되어 아침 음악회답게 무겁지 않아 좋았다

4악장 끝난 후 꼭 비유하자면 어쩌면 베토벤 9번?

D

인터미션 이후 급한 표정빠른 걸음으로들어오며

잠깐 꿈을 꿨단다.

시작할 때 타임 머쉰 이야길꺼내어서인지

브람스가꿈속에 나타나 왜 클라라는 같이 안불렀냐하더라나?

믿거나 말거나지만 송영훈씨 표정보니 거짓말 같진 않았다

– 이럴 땐 믿어주고 박수치기…

3.

기타리스트 장승호

새빨간 드레스 셔츠차림 역시 까만무대 배경의방점같았다.

아랑훼즈는 너무 대중화 된 곡이어서해설은생략하고

메인테마가작곡 당시 로드리고 부인이 산후 우울증을 앓아

불안한 심경을 그리 표현했다는 상식적인 멘트 한 건 기억나는데

짦은 시연은 했는진 지금 기억이 안난다- 그러길래 후기는 곧바로 올려야하는데?

4.

발라키레프로 부터 작곡 권유와 충고를 듣고완성된환상 서곡

차이콥스키 29세 때작품이라전체적으로드라마틱하게 표현되어

상세한 설명 없었어도 몬태규와 채플릿가 사이의 갈등이나

피 튀기는 격투 장면도 쉽게연상되었다.

잉글리시 호른과 비올라가표현한우아한 ‘사랑의 태마’ 나

비극적 죽음을 암시하는음악적 요소가

효과적인 대비와 서정성 넘치는 선율로 담겨 있어서…

이경미- Melancholia on the Table, 2011, oil on constructed birchwood, 120 x 120cm

슬라이드 이미지들은

KOREA TOMORROW 2012<– 바로가기

2012.11.04(일) – 2012.11.14(수)

한가람미술관 일반 1만원 / 중학생~대학생 8천원 / 초등학생 6천원

한가람 본관 1,2층 부스마다

다른 도슨트들이친절한설명, 지루하지 않게 해줬다

현대 미술 그냥 보면 재미없고 설명 듣고 보면 재미도 있다.

몇몇 작가들은 ‘설명 듣고’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작품들도 많았다.

반 고흐 in 파리 展은 이미 심하게 떠들었고…

130.jpg

비타민 스테이션 지하에서 고흐 전 티켓팅 하고

맞은 편 가게에서 블루베리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충분히 쉰 후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박명배의 전통목가구전(藝作) <–

2012.11.04(일) – 2012.11.16(금) V-갤러리

후원금 천 원만 내면 볼 수 있는 V 갤러리까지 볼만했다

괴목, 용목(괴목 뿌리부분)흑감나무 결을그대로 이용한

사랑방과 안방가구들,장식미 뛰어난강화반닫이

심플한 나주 반닫이 류와 고비.좌경 등 소품들까지

눈요기 거리들 많은 요즈음 예당, 하루 놀기충분했다

벌써 11월도 초순이 지났네…

세월 참. . .

Brahms: Symphony No. 4 (Carlos Kleiber/Vienna Philharmonic)
Work: Symphonie Nr. 4 e-moll, op. 98
Location: Vienna, Musikvereinssaal
Date: 12 and 15 March 1980

P.S: 슬라이드들 설명 짧게라도…;;
A:

작가는 자연을 무척 좋아한단다

특히 나무와 줄기연결 부분에 관심이 많아

스틸로 표현한 부드러운 곡선이 참으로 우아해서 담아봤다.

B:

나무 만지기, 차를좋아하는 작가라

콜랙션 한 것들 모아 작품화 한…
벽에 걸려 있는 것도 내리면 차탁이 된다

C:

젊은 시절 즐겨 입던 청바지…

그 시절 자신이 즐기던 것들 그리워 하며 ‘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회한을 담은…

D:

미디어 아트 작가 이이남 작품인데
흰 공간 다른 한 쪽에 걸려있는 명화가
개미랑 나비가 조금씩 물어오면 좌 우 위치가 바뀌어 버린다(13분 후)

전시된 수많은 작가들은 관객들과의 소통을 원하는 것 같았다

어떤 작품은 스토리가 많기도 했다

6 Comments

  1. summer moon

    10/11/2012 at 21:00

    우와!
    참나문님이랑 이렇게 놀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런지요,
    (저는 도중에 낮잠을 잠깐 자야될 거 같기는 해요, 기력이 딸려서…ㅋ)
    제 삶이 한층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었을테구요.^^

    얼마나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은지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올려주신 작품들도 잘 보면서요.

    연주회나 연극 등 기타 공연장에 들어가면서
    핸드폰 체크하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에요, 특히 연주 도중에 울리는 전화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미운 소음 중의 하나 아닌가 해요
    전화 주인이 누구이든지 마구 두들겨주고 싶어지는…ㅎ
    (예당에서 있던 연주회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 친구의 전화가
    연주 도중 울려서 제가 완전히 기절할 뻔 한적이 있었어요.ㅠ)

    하늘과 나무가 담긴 작품…마치 저도 그 주위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2. 참나무.

    10/11/2012 at 23:45

    늦잠 자고 좀 전에 일어나 버라이어티한 아침 먹었네요- 요 얘긴 요다음에…^^

    저도 가끔 제가 다녀온 행로 그려보면 참 많이도 쏘다녔네…이럴 때 있어요
    첨엔 그 이유를 몰랐는데…요즘은 조금 알겠습디다.

    음악 들으며 감동하고
    전시장에서는 또 작가의 氣와 작품에서 넘치는 고운 기운 때문일 것이라 믿는답니다.
    그리고 이 날은 새벽부터 명상…단 수련(스트레칭 포함)으로 에너지가 충만해서?
    그리고 또…원장님이 제 아픈 부위 치료하는 법을
    알려주며서 좀 만져주셔서(아이구 어감이 이상하네그려..ㅎㅎ)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시작하리다 믿습니다
    써머문도 당.연.히!!!

    브람스 좋지요
    오늘 아침 첫 곡은 슈베르트 마지막 곡으로 시작했는데…
       

  3. 아카시아향

    11/11/2012 at 07:02

    역시 참나무님이십니다!
    예당 분위기 흠뻑 들이마셨어요.
    요즘… 그렇구나~ 하면서요.

    ‘세월 참’이 아니라
    ‘역시나 참!’^^
       

  4. 참나무.

    11/11/2012 at 07:41

    운영자 님께서 친절히 지어 준 제목은 ‘듣는 재미가 있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
    많이들 가보시라는 제 마음만 앞섰나봐요- 참한 전시들이 많아서 말이지요

    독일의 여뀌는 우리나라 애들보다 좀 큰 듯하데요?    

  5. 산성

    12/11/2012 at 11:46

    그날 오후, 그 앞을 지날 일 있어 백년옥 신호등 앞에서
    잠시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래도 그냥 나오실 리가 없지 해가미^^

    이래저래 바빠서
    붉게 익은 예당 감나무는 못보고 지나려는지…
    송영훈의 45도도 아닌 75도 인사를
    상상해 봅니다.
    좋으셨지요?

       

  6. 참나무.

    12/11/2012 at 12:25

    집 나설 때는 백년옥 팥죽 한 그릇? 했는데 건너갈 시간이 없었답니다…^^

    혹시 라두 루푸나 얀손스 예매하지않으셨나요?
    슈베르트 레파토리 확인하고 또 7시라 한 시간 앞이어서- 망원경 필요한 자리..^^
    저녁 외출이라 눈치 볼 일이 지금 부터 걱정입니다
    그 날 부디 저보다 늦게 퇴근해야할텐데…^^

    넵 좋았어요 레파토리도 그랬고…
    잘 생긴 사람은 뭘 해도 멋지던걸요
    영어 멘트도 느끼하지않았구요…

    근데 왜그리 바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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