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질없는 시(雜 -망설이다)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 그 굽은 곡선

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슬퍼할 수 있으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버릴 수 있으며
혹은 세울 수 있고
허물어뜨릴 수 있으랴
죽음으로 죽음을 사랑할 수 없고
삶으로 삶을 사랑할 수 없고
슬픔으로 슬픔을 슬퍼 못하고
시로 시를 사랑 못 한다면
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으랴

보아라 깊은 밤에 내린 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저 혼자 아름답다

– 시, 부질없는 시

먼 길을
떠난단다.

먼 길은
떠남은
떠나기 전에 벌써
쓸쓸함에 물든다.

먼 길에는
떠남에는
항상 죽음의 공기가 떠돌거니와

떠나는 사람이여
사라지는 한 점이여
어디로 가든 우리 가는 데가
뭐 꼭 거기라야서 가겠는가
(가슴은 한 가닥 지평선—)
가는 데가 어디이든 그곳은 다만
한 없이 가고 싶은 마음의 그림자
떠나고 사라지는 그림자의 우주이니.

– 이인성에게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아, 시골 국민학교,
全景이 그 품속에 나를 안는다.
그 품속에
나는 안긴다,
안기고 또 안긴다

(세상을 통틀어
거기에만 있는)

신성 평화여

시간의 꽃이여

꿈꾸는 메아리여

막무가내의 정결이여

우주의 신성 수렴이여

천하 밀림들의 全아지랑이를

한 알의 콩알만한 환약으로 뭉쳐도
당할 수 없는 밀도의
위와 같은 생우주들의 숨결이여
(아무리 집어내려고 한들
말로써 어찌
거기 어린 공기의 숨결에
뺨을 대볼 수 있으랴)

아, 시골 국민학교!

– 시골 국민학교

5.

세상 사람 모두 잘나 보이는데 나 혼자…

나혼자 교정판에 잘 못 꽂혀진 활자처럼 보일 때

한적한 시골 국도를 달려간 적있습니다

(노천탕 간다는 현실적 이유를 만방에 알리고- 만방은 울집 남자 ‘단 한 사람.’

멋을 좀 부리면 이병률 시인의 짬뽕처럼 )

배차 간격 굼뜬 시골 시외버스 어중간 시간에

근처 시골 국민학교 교문에 들어선 적 있습니다 (전 ‘초등..’이 낯선 옛날사람이라 )

소망처럼 풍금소리는 안들려도- 그랬으면 엄마 생각에 무너졌겠지만

진주 진양호 근처 ‘풍금이 있던 팬션’ 생각도 하며…

그 공기…그 숨결…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습니다

포플라 곁 벤치에 오래 앉아있었던 그 느낌을

마치 내 속에 들어갔나 나오신 것처럼 정현종 시인이 담아주셔서…

3.

자화상(Self-Portrait), 1950, 나무에 유채, 26.5 X 21.8cm

덕수궁 이인성 전 갔을 때가 언제였나…

이인성 화백 출생연도를 찾아봅니다

아소(我笑) 이인성(李仁星: 1912-1950)

어처구니 없는 총기사고로 겨우 38년을 살다 가셨고

정현종 시인(1938~ ) 27세 차이,

그러니 생시에 교류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

제가 또 구들막 장군이라

질문해 볼 용기는 없답니다- 혹 뒷풀이 장소면 모를까

수정: 이인성 화백이 아니고 동명의 소설가 이인성씨

4.

저도 시인이었다면 저런 짧은 시 한 수는 써고싶어서…

곡선과 예각을 좋아합니다

(75도 송영훈씨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가 생각나 씨익 ~~)

002.jpg

2.

어제사카에서 청담 회원들의 예비모임이 있었습니다.

( 사진은 사카 근처 꽃집 지날 때 )

적자가 많아 큰 펑크가 났다고 …

총무 담당ㄴ님이 결산 보고서를 나눠줍디다

어려운 시인 섭외담당 ㄱ님.

진행을 맞은 ㄷ님은

송년이라 늘 해 오던 빙고 게임 재료들을 여포창날처럼 가려냅니다

– 저는 죽다 깨어나도 못해낼 숫자놀음을 경이로움 표정으로 살피기나 하며…

뭘 더 대접할까-

점심에다 커피에다 여러 먹을거리를 연신 내어주는 사카 주인장

알바가 또 말썽을 부렸는지 따님인 ‘별이’가 대신…

( 손님없어 좀은 편하지만 – 안편했으면 더 좋을텐데- 부디 )

요즘 바쁘지 않는 사람 누가 있다고…

부러 시간 쪼개어…’약속’ 때문에 모인 사람들

그런 그녀들을 보며 참 어려운 일,

‘ 시, 부질없는 시’ 모임을

4년간이나이끌어 온 이유를 알게됩니다

먼 곳에서 1년치 회비를 선납해 주시는 분

오시진 않아도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 계시는 한

그녀들은 이 일을 계속할 것만 같습니다

( ‘요즘 누가… 시, 부질없는 시, 그거 어려울텐데…’

제 주위에서도 한 일 년 계속하다 중도 하차 했다는

일례를 드는 지인들도 몇 분 있어서…)

아직 청담 교제가 제 손에 들어오질않았고

직타 어려워 드르륵 한 시들 몇 수 올려는 보는데

특히 行- 알려주시면 많이 고맙겠습니다. 제 氏들

( 김사인 시인 무서워서 말이지요)

(오늘은 유난히 괄호가 많네요- 괄호의 시인 때문? )

032.jpg 033.jpg

아파트 정문 앞 노랑 장미 두 송이가 또

방향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니

어쩌면 나에겐 첫눈 쌓일 때까지?

바래보는. . .

11 Comments

  1. 참나무.

    24/11/2012 at 02:18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 도토리

    24/11/2012 at 02:36

    흠…
    정현종 선생님의 詩.. 마아니 좋아합니다.
    예서 만나니 더더욱 반갑구요….
       

  3. 산성

    24/11/2012 at 05:35

    詩,그 부질없는 시에 빠져…

    청담엘 가게 되고
    시인들을 만나게 되고
    어딜 가도 만날 수 없는
    귀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고
    살다 바빠져도
    때가 되면 또 기다려지는

    아,이 부질없는 詩에 빠져
    또 다른 시인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어여쁜 사람들…청담.

    밥상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4. summer moon

    24/11/2012 at 07:16

    ‘부질없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아시는 참나무님
    가슴 한 켠에
    이쁜 노랑 장미 한 쏭이
    늘 피어있기를 !!   

  5. 참나무.

    24/11/2012 at 08:39

    청담에 오시는 모두 Vip 고갱 니임…^^

    이번엔 또 어떤 예리하신 질문으로 우리들에에 감동을 주실지
    특히 엄원장님은 질문도 공부다… 그러시잖아요
       

  6. 참나무.

    24/11/2012 at 08:41

    장미 …자알 받았어요
    아름다운 미스 제리 특별 보너스까지…*^^*   

  7. 겨울비

    25/11/2012 at 23:40

    옮기고 싶었던 시들이 여기에…
    댓글에도…^^
    읽기만해도 되니 좋으네요.
    이 시간 씀…
    마음 씀에 고개숙이며…

    도토리님 정현종 선생님 시 좋아하신다니
    왜 이리 좋은지…

    썸머문님도 언젠가 뵙게 되리 기다리며 살지요.

    부질없음에 붙들려 사는 우리
    서로 미안해 하고 감사하며 네 번째 겨울을 맞아요. 산성님…

    이인성씨는
    제가 많이 좋아하는 몇 안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왠지 그쪽이 아닐까 싶기도…

       

  8. 참나무.

    25/11/2012 at 23:55

    음…소설가 이인성씨…
    글쓰기에 전념하려고 서울대 교수직을 퇴임한 일이 맞을 것도 같네요
    전 이인성화백의 자화상이 왜 먼저 떠올랐을까요

    좋은 지적입니다- 역시!
    뒷풀이 장소에서라도 질문안할랍니다…^^
       

  9. 참나무.

    26/11/2012 at 00:46

    이거 큰 오륩니다
    이인성 화백 타계 년도가 1950이면 정현종 시인 12세 국민학생 시절인데
    출생연도만 따져 27세 차이면 했으니…

    3번은 없는 일로 해야겠네요…그 참…^^
       

  10. 佳人

    26/11/2012 at 06:32

    스크롤 압박하며 내려오다 포인세티아에 눈이 환해집니다.
    겨울여신 같은 꽃..^^

    가시고 난 후에야 오리고기 안좋아하시는 게 생각났어요^^

    부질없음의 회의에 일억에서 찾지 못하는 행복을
    천원에서 찾게되는 답을 내게 되더라구요.
    행복에 대한 자잘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해요!

    드뎌 별이를 잊지 않으셨군요..ㅋ
       

  11. 참나무.

    26/11/2012 at 06:42

    이인성 화백과 어떤 교류를 하셨기 저런 시를 …하며
    끝없이 비약 했더랬는데- 숫자맹이 빚어낸 큰 오류랍니다

    넵 첨으로 별이를 기억한 날…^^

    날씨가 을시년스럽네요 한강 물살 장난이 아닙니다
    아이디가 보여서 시집에 도착했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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