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rice Ravel – 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

萬波息笛- 김승희 남편에게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두 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간의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 자리가 생기지.
그 빈 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동물들처럼
서로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 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 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아이는 자라고
악보를 모르는 오선지 위로는
자비처럼 서러운 음악이 흘러라……

117.JPG

장흥 아트파크 에서

4 Comments

  1. summer moon

    21/02/2013 at 04:06

    카릴 지브란(Kahlil Gibran)의 ‘예언자’ 중에서 ‘결혼’이 생각나네요;
    But let there be spaces in your togetherness….   

  2. 참나무.

    21/02/2013 at 04:42

    3월 시인과의 만남으로 김승희시인을 모신답니다.

    결혼뿐 아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랬으면 해서요   

  3. 金漢德

    22/02/2013 at 12:33

    난 잘 모릅니다만
    만파식적은 경주 동해가에있는데..   

  4. 참나무.

    22/02/2013 at 14:05

    …피리부는 사진 한 장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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