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에서 계모임 & 도마뱀 이야기

인생의 밤중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

그래도 사랑하기!

끝끝내 사랑하기!

김승희.김점선 그림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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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에서 계모임

매주 만나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다 3,6,9,12 …

4계절 계모임이 되어버린

15년인지 20년인지? 여튼 숫자는 잼병이지만

이룩한 것도 없는저의 퀼트 시작한 햇수와 맞먹는

퀼터모임이 있습니다

분당선 개통으로 한결 교통이 편해진 사카에서

어제는 바느질 대신 밀린 이야기나 했습니다

만난 지 오래되다 보니

바느질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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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해를 넘겼으니 비엔날레 되겠네 하며…

12시에 만나 칼 퇴근 시간 3시를 약간 넘기고 말았네요

저보다 아래인 회원 2명. 동갑 1명. 띠동갑 2명

제일 고령이신 87세 되신 분만 빠지고 6명은

이런 저런 못 만난 동안의 이야기들과

그간 만든 것들 보여주기도

사이즈 때문에 못가지고온 것들은

디카나 손전화로 돌려보다 보니 . . .

010.jpg크레이지 퀼트로 만든 가방

015.jpg제대 덥개- 신부님 부탁으로

013.jpg침대 스프래드

001.jpg간편한 손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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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도 저는 살짝 나와 3월 21일김승희 시인 포스터랑

쌓여있는 시집들 책들 보며

사카는 이제 조촐한 북 카페가 더 어울리겠구나. . .

이런 생각도 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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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과는 안내도 할 겸

일부러 자작나무길로 걸어

엘리베이터를 타고내려와 헤어졌습니다.

저는 김승희시인이조선일보에 고 김점선 화백 그림과 함께

연재했던 산문들을 정리하여 묶은

그래도 라는 섬이있다 (마음 산책)를 들고.

다음 행선지 서촌으로- 그이야긴괴발개발 올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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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뱀 에피소드

김승희 산문집 ‘그래도…’ 앞부분엔

모홈피에 올라온 도마뱀 이야기가 있어서 대강 요약합니다

(…일본 도쿄 올림픽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삼년되는 집을 헐게되었다.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데 꼬리 쪽에 못이 박힌 채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가 살아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3년 동안 도마뱀이 못 박힌 벽에서 죽지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워 사람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철거 공사를 중단하고사흘동안 도마뱀을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이 두 도마뱀은 어떤 사이일까. 부모와 새끼, 서로 사랑하는 사이? 아니면 한 곳에 살았던 동료일 수도 있으리라. 살려고 몸부림 친 도마뱀이나지켜보는 도마뱀이나 그 고통이 얼마나 처절했을까…)

#불가지원증(不可知願症)

도마뱀 이야기는작가가 미국에 있는 딸로부터

생일 꽃배달 선물을받고 답으로보내는 편지인데앞부분에는

*불가지원증(不可知願症)이라는 설명이 먼저 나옵니다

( *엄마들은 자기 자식들이 세상에서 알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질병처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죽음이나 좌절, 배신, 이별의 고통 같은 것들은 자기 자식들이 몰랐으면…하는 )

김승희 시인은 남편 병 간호이후 집에서 10분 거리인 당신 어머님께

신산한 마음보여드리기 싫어출입을 거의안하셨다네요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여놨으니 먹고 가라는 부탁까지거절

그 미역국을 내리 사흘 어머니 혼자드셨을 것을 예상하며

멀리 미국에 있는 딸에게 꽃선물까지 받은 착찹한 마음을,

당신 닮지않은 따님이야기랑 이런 저런 예화를 보태가며 설명하셨더군요

당신 어머님께 어지러운 마음 상태 들키기 싫은 것도 불가지원증,

일종의 정신질환 아니었겠냐는 묘한 심리를 차근차근 쓴 긴 편지인데

제가 줄이고 줄이니 이해가 잘 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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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에 관한 글을 읽고 작가는 딸에게

인생의 밤중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 . . . . . .이 글은 그것을 보여주고 있더라

그래도 사랑하기!

그래서 사랑하기!

끝끝내 사랑하기! 라는 말이 떠올랐어

신의 사랑 이외에 이렇게 완벽한 사랑은 있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이 도마뱀들의 모습은 바로 가족 사랑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제한을 받지 않는 신의 사랑을 빼고

그래도 가족이이런 사랑을 조금치라도 가지고 있겠지

그래서 사랑하는구나

그래도 사랑하는구나

끝끝내 사랑하는구나

그런데 우리는 이런 걸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사는가

‘사랑할 시간이 많지않다’ 고 어느 시인은 말했지그러나사랑할시간 자체가 없는 게 아니고

‘사랑할 그 시간’에우리는 맹렬하게 다른 것들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생을 망치는 바로 그 문제야

사랑할 시간에 얼마나 많이 가지없는 다른 일에 몰두했던가. 사랑할 그 시간에 얼마나 많이 분노하고 증오했던가. 사랑할 시간에 얼마나 많이 피로해하고 불평했던가 사랑할 시간에 얼마나 좌절했던가 … ….사랑은 현재에서는 성취되자가 않는 꿈이었고 어딘가 머릴 다른 곳에,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에 ‘현현되는’ 것으로 오해했다는 것 ㅡ그것이 인생 최대의 오해와 낭비가 아니었나. 조금만 힘들어도 사랑보다는 다른 편리한 것들을 얼른 마구잡이로 부여잡지 않았나… ….

‘지금 밖에는 사랑할 시간이 없다’ 라고 생각을 바꾸면서 … ….

그 도마뱀들의 릴레이 사랑의 ‘끝끝내사랑하기’ 의 정신을 배워야지.

끝끝내 사랑하기

ㅡ 뉴욕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18~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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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호선 경복궁 역에서 우리집으로 오려면

을지로 3가 환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하는데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다

아차!눈을 들어보니 ‘동대 입구’ …;;

허러럭 내려 반대 방향에서 탈 때는 책을 펼치지 말아야하는데

재금도 없이 또책을펼쳐 다시 환승역을놓치고. . .

배웅하려 상대편 집과 자기 집 왔다갔다 하느라

밤을 새웠다는 옛날 연인들 생각하며픽! 웃기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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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꼬리 못박힌 채 사력을 다 하는 도마뱀과

그 앞에서 같이 괴로워 하는도마뱀 두 마리 모습이

왜이리 자주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괜한 호기심과 쓰잘데기 없는 짓거리

대폭 줄여야겠다는 마음도 먹었지만

글쎄…잘 될진 모르겠네요

시인의 산문집 ‘그래도…’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마지막 책장 덮으면 김승희 시인의 시,

좀 더 이해가 빠르지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사카 근처 지나칠 때들어가보셔도 좋겠네요

카페 앞쪽 테이블에는 서점까지 가지않아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책도 있거든요

점심 시간은 밥도 먹을 수 있고,

귀찮게 자릴 옮기지 않고도 차 까지 제공되고

무엇보다 친절하고 고운 사카 마담의 미소도 만날 수 있으니

권해드리고도 싶어 퀼트 조각처럼 짜맞추다보니. . .

How to Make An American Quilt ost—Thomas Newman

8 Comments

  1. 산성

    10/03/2013 at 13:41

    열대지방에서 도마뱀에 질린 사람인데…하면서도 아프네요.
    사카에 새 찻잔이 들어왔구나
    원래 북카페라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말 속으로 웅얼웅얼
    금세 영화가 사라졌네요?아름답다 생각했었는데요.
    내용은 전혀 모릅니다만…

       

  2. 참나무.

    10/03/2013 at 14:12

    오늘 법정스님 3주기 추모 음악회 다녀오면서
    ‘그래도…’ 때문에 또 내릴 정거장 지나쳤답니다

    시인의 산문은 처음 접하는데 참 재밌어서- 아니 공감이 많이가서가 더 맞겠네요
    짤막짤막하게 김점선 화백 그림도 보미… 혼자 고개 끄덕이고 그랬겟지요

    그런 와중에도 자꾸 도마뱀이 떠나질않더랍니다
    저도 아프리카에서 도마뱀 때문에 많이 놀랜 사람이면서도…

    휴일 잘 보내셨나요…
       

  3. 지해범

    11/03/2013 at 09:19

    도마뱀 얘기 가슴뭉클하긴 한데 의문이 생기네요.
    도마뱀은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꼬리를 자르는 동물인데, 왜 그러고 있었을까요?
    혹시 이 얘기가 과장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혹시 지구상에 ‘내 청춘 돌리도’라는 섬은 없나요? ㅎㅎㅎ   

  4. 참나무.

    11/03/2013 at 09:30

    역시 지기자 님…!!!
    전 어찌 꼬리 자르는 건 단 한 번도 생각하지못했을까요
    꼬리 잘라지는 부위를 살짝 피한 곳에 못이 박혔지 싶습니다만…^^

    ‘내 청춘 돌리도’ 라는 섬
    3월 21일에 사카 오셔서 김승히 시인께 직접 여쭤보심이…^^*

    중국에 관한 전문적인 거 고맙게 읽고는 있는데
    어려워서 답글을 못드리고있답니다
    계속 건필하시길~~
       

  5. 佳人

    11/03/2013 at 09:46

    지기자님 답글에 웃습니다.ㅎㅎ

    사카가 지대로 홍보되는데…^^
    감사드립니다. 참나무님의 귀한 모임이 지금처럼 늘 즐겁게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6. 참나무.

    12/03/2013 at 00:22

    ‘내청춘을 돌리도’ 그 섬이 사카라고 우겨볼까요..ㅎㅎ

    사카가 있어서 …앞으로도 쭈욱 계모임 하기로 합의봤답니다…^^
       

  7. 실타래(leedaum)

    12/03/2013 at 14:39

    다른 친구님 블방에 들렸다가 댓글을 타고 이방으로 건너 왔습니다.
    사카에서 계 모임이란 제목에 모임을 일본에서 하다니…..하고 들렸답니다.

    도마뱀의 사랑에서 많은걸 배웠구요.
    좋은 글로 마음과 눈을 활짝열고 갑니다. 행복한 오늘이 되시길….    

  8. 참나무.

    13/03/2013 at 00:56

    사카=사케로 오해하셨나봐요 내용도 시원찮은데
    낚시성 제목이었나봅니다…죄송하게도…

    산문집을 다 읽고도 유난히 도마뱀 ‘끝끝내 사랑하기’ 그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지않는답니다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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