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신문 읽다가 환기미술관과 어울리는 글을 만났다 지난 번 ‘께로티카’랑 두리뭉실 묻혀버려 좀 아쉬워서 따로 올려두고 싶다. 내 잡글들은 지우고…마침 아기 자는 시간이라
김환기 탄생 100주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부암동 환기미술관
‘화가 김환기’ 하면 그의 그림만큼이나 향기롭게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아홉 살 선배 화가 근원(近園) 김용준과 일제 말 서울 성북동 집을 사고팔던 때 이야기다. 근원은 성북동에 집을 지어 ‘노시산방(老枾山房)’이라 이름 짓고 정성으로 가꿨다. 그러다가 살림이 여의치 않게 됐던 모양이다. 워낙 아끼던 집이라 남에게 넘길 수 없어 좋아하는 후배인 수화(樹話) 김환기에게 팔고 의정부로 갔다. 해방이 되자 서울 시내는 물론 변두리 집값까지 뛰기 시작했다.
크게 웃돈 얹어줄 테니 노시산방을 팔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물론 수화는 집을 팔지 않았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워 자기에게 집을 팔고 떠난 선배에 대한 미안함과
그 집값이 갑자기 오르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그는 견딜 수 없었다.
수화는 어느 날 서울에 올라온 근원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근원이 당시 쓴 수필에 나오는 말이다.
"그 후 수화는 가끔 나에게 돈도 쓰라고 집어 주고 그가 사랑하는 골동품도 갖다 주곤 했다. "
근원은 "많은 친구를 사귀어 보고 여러 가지 일을 같이해 봤으나 의리나 우정이나 사교(社交)란 것이 어느 것 하나 이욕(利慾) 앞에서 배신을 당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노시산방이 백만원이 되든 천만원이 되든 그것은 한 덩어리 환영(幻影)에 불과한 것"이라며 "단지 그 환영을 인연으로 현대가 가질 수 없는 한 사람의 순수한 예술가를 얻었다는 게 기쁠 뿐"이라고 했다.
수화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평생 남긴 예술혼의 자취를 지난 주말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보았다.
수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전시회다.
‘어디서…’는 수화의 친구인 시인 김광섭의 시에 나오는 구절로 수화의 대표작 제목이기도 하다.
전남 신안의 섬 지주 아들로 태어난 수화는 아버지가 작고한 후 집 금고에 있던 소작인들 빚문서를 소작인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스스로를 소유의 굴레에서 해방시켰다. 서울대 미대 교수, 홍익대 학장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내며 화단에서 지위도 탄탄했지만 쉰 나이에 모두 훌훌 내려놓고 현대 미술의 중심인 뉴욕으로 갔다
‘어디서…’ 전시에는 1930년대부터 1974년 뉴욕에서 작고하기까지 수화의 대표작 70여점과 메모, 물감 묻은 저고리, 쓰던 붓, 아끼던 파이프와 라이터 등 그의 체취를 전해주는 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가 미국 시절 뉴욕타임스 위에 그린 작품도 걸려 있었다. 그 무렵 수화는 그림 재료는 물론 생활비도 떨어지는 날이 많았다. 신문지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목재소에서 나무를 사다가 캔버스를 직접 만들어 그리기도 했다. 스스로 자초한 궁핍 속에서 그는 오로지 자기 예술의 끝에 도달하기 위해 고투(苦鬪)했다. 어느 날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거의 다 완성돼 가는 그림을 부숴버렸어. 용기가 필요해요. 부수는 용기 말이야. 자잘한 것 뭉개버리고 커다란 주제만 남겼지. 행결 좋아졌어요.’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수화의 위치가 어떻고, 지금 그의 작품이 얼마나 높은 값에 거래되는지 얘기하는 것은 속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도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태에서 예술가는 버리고 비울수록 더 큰 성취와 명예를 얻게 된다는 예술사의 역설은 큰 깨침으로 다가온다. 자기를 비움으로써 어떤 욕망도 해내지 못한 성취를 이룬 예술가의 흔적이 수화 탄생 100주년 전시에는 있었다.
*이준 화백의 김환기 화백회고는 해드 폰으로…
2층에는 판화랑 드로잉, 100주년 기념 특별전답다
자료 사진들 본 것도 많고 안 본것은 더 많고. . .
푸나무
27/03/2013 at 00:37
내일 일하나 보고 환기미술관 가야지…..
참나무님 사람 움직이게 하는 기술좋으심. ㅎ~
자는 아기도 업청 이뿌지요.
참나무.
27/03/2013 at 00:54
내일은 청매가 좀 더 벙글었지 싶네요
– 푸나무님이야 애개개 하시겠지만
가시는 길목에 빨간 포스터 유혹도 만만치않을겁니다…^^
쑥떡 먹기 좋게 잘라(홀수 좋아해서 3×7=21조각 다시 세 봉지에 나눠담아..)
냉동보관 했다가 먹고 싶을 을 때 한 조각씩 꺼내어 전기밥솥 ‘보관’ 으로
자연스럽게 녹인 후 콩고물에 찍어도 먹습니다
– 남편께 이 떡이 보통 떡 아니란 설명해가미…^^
어제 서울숲에서 만난 쑥 보며 다시 채송화 어머님 생각…
도토리
27/03/2013 at 03:42
이 열정 앞에
유구무언….
참나무.
27/03/2013 at 05:13
무신 말씀을…재 구성이라 미안해 하고있는데요…
제가 이제 육아박사가 되겠어요
분유를 한 단계 업 해선지 안먹고 데모하길래
미음 좀 멕이고 놀다가 업고 재운 후 잠결에 먹였더니 한통 다 먹더라구요
지금 다시 곤하게 잔답니다
메느리에게 그대로 전했더니 저보다 더 좋아하네요
저 칭찬받을만 하지욥..ㅎㅎ
산성
27/03/2013 at 05:27
금세 음악이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조재혁이 연주하는 것 운전하며 들었노라는 답글
마음으로 쓰고 있었거든요^^
환기 미술관의 조촐한 청매,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느린 걸음으로 다가가 만나고 싶은 봄.
이준 화백 사진,동영상인가 싶어 눌러봤어요..ㅉ~
참나무.
27/03/2013 at 05:32
…공간은 달랐지만
우리 함께였네요…수요일은 언제나 with piano..~~ 악센트는 ,Mr. 장…상상하시고오~~
그거 들으면서 즉석에서 올렸거든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포스팅관 안어울려서
김영태 씨 생각까지나서 포레…급 수정했지요
함 가보소소..누가 알아요 청매 때문에 가는 분과 혹 만날지…^^
푸나무
27/03/2013 at 12:50
내일 오후에 환기미술관에서 만날가요? ㅋㅋ
우연을 빙자한 필연적인 번개…..
이카면서요.
매화는 많으면 아니 꽃들은 거의 다
적을 때
미모가 빛나요. .
참나무.
28/03/2013 at 00:28
산성님 답하셔요 오바~~~^^
맞아요…매화는 반개일 때…벚꽃은 만개…복사꽃은 멀리서
배꽃은 자세히 봐야 아름답다지요- 리바이블입니다요
커피는 어디서?
이왕이면 좀 높긴하지만 박노해시인 안데스 사진들 보신 후 하셨으면
환기 미술관 아트샵 커피는 별로거든요…^^
말씀 들으니 환기미술관 또 가고싶네
면 분활 잘된 조선조 가구 속을 거니는 것 같은…
해군
29/03/2013 at 13:45
백사실 간다고 그 앞을 지나기만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잘 정리해주셔서 안 봐도 될 것 같기도 하고…ㅎ
참나무.
29/03/2013 at 23:40
한 여름 밤, 백사실 계곡에서 목욕하는 화백 한 분 아는데…혹시?
종로구에 속하는 그 곳은 어쩌면 이상향 인지도 모르지요
자주 가시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