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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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 수영장 샤워실에서 누가 앞으로 넘어져

코를 다쳐 피 범벅이 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곁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분이

마침 같은 레인 회원이라 그날 우리 레인 회식이 있어

기다리는 시간에 그 이야길 하는거다.

전하는 이도 얼마 전에 인공관절 수술 한 분이라

‘지금도 벌벌 떨린다’ 라며 다들 조심하라 했다.

이야기 듣던 회원들은 오일 맛사지 금지라고

벽에 써붙여놨는데도 지키질 않아 그렇다느니

청소를 제대로 하지않아 그렇다느니

모두 한 마디씩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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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울 동네 약방갈 일이 있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아 잠시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데

같은 아파트 같은 수영장 다니는 나 또래 할머니가

아픈 얼굴로 처방지를 들고 들어오시는 거다

-어디 편찮으신가

" 지난 화요일 샤워장에서 넘어졌는데 …"

아픈 다리를 손으로 붙잡다가앞으로 넘어져 코 뼈를 다쳐 피를 엄청 흘리셨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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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난 화요일 사워실에서 넘어져 다친 분이 ?

바로 당신이라는거다

나는 놀래서 얼굴을 자세히 보니 왼쪽 눈아래와

코허리에 시퍼런 멍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간 상처는 아물었는데

오늘은 어지럽고 사방이 가려워 병원다녀오는 길이란다.

– 혹시 머릴… 다치진 않으셨나 …

정밀 검사 해보셨나 물었더니

검사 결과는 괜찮게 나왔는데…

끝말을 흐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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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은 바뀐 환경 때문인지

아기가 쉽게 잠이 들지않아

복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같은 동 할머니 한 분이 내 몰골을 보고

‘좋은 시절은 다 갔소잉~’

이러시는거다

안그래도 엉거주춤 엎드린 자세여서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늦게 출산한 아들 부부 좀 원망하고 있었는데

-그러게나 말이지요…

그냥 웃으며집으로 들왔더니

야구보고 있던 남편이

"…제발 횡단보도 건널 때 길바닥에 내려서지마라이~ "

– ???

내 습관을 잘 알고 몇 번 충고받은 적도 있다

친구 아는 이가 횡단보도 길바닥에 서 있다

급히 달려오던 자동차가 발등 위를 지나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거다

순간 샤워장에서 앞으로 미끄러져

피범벅된 할머님 모습과 깨진 발등이 오버랩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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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개월

뭐라 뭐라 얘기하면 이상한 모음으로 따라 하고

슈퍼맨~~하면 양손 양발 다 들고

혓바닥 내밀면 지도 쏘옥 ~

고사리 손…고물거리는 작은 발

만질 수 있 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가

새록새록 잠든 아기 얼굴 오래 오래 디려다 보며 맘속으로 …

지금 내 곁에 아기 천사 자고 있고

지금 흐르는 연주 들을 귀 있으면 된거지

남들처럼 제대로 된 노후대책없어도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사앞으로의 일걱정해서 뭐하겠니

아직 두 다리로 걸어다닐 수 있으니

할미 허리 끊어져도 무럭무럭 자라기만 하거라~

– 6월 10 ‘당밤음’ 들으며…

18 Comments

  1. 김진아

    10/06/2013 at 15:42

    막내 동생 둘째는 여자 아이.
    제가 범준이 만큼..이뻐할지도 사실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겁이 ..슬슬 나서 더 그런지도 모르구요.

    그래도..아가는 그죠. 고슬고슬..고만고만한 손가락 발가락..
    그 묘한 기쁨이..제 불안함을 많이 덜어주리라 믿습니다.

    횡단보도는 정말정말..조심하셔야 해요.
    자동차 보단 오토바이에서 오는 사고가 요즘 많아졌어요.

    ..   

  2. 참나무.

    10/06/2013 at 16:03

    저도 아기 돌보기 전까진 몰랐는데
    딸네집 아이들은 제가 곀에서 차고 키우진 않앗잖아요
    한 번 키워보셔요 힘든만큼 기쁨은 두 배로 준다는 말 틀린 말 아니더랍니다..
    사람들이 아들보단 딸이 쉽다 그러니 안심하셔요
    근데 동생분은 그렇게나 바쁜가요? 진아씨보다 더???

    교통사고가 젤 겁나요…끔찍해서…;;

       

  3. 10/06/2013 at 17:20

    주무시기 전에, 고양이 자세 요가를 잠깐 하세요. 매일 매일.
    화난 고양이처럼 허리를 둥글게 말았다가, 다시 천천히 풀어줬다가.. 반복이요.
    느리게,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요통에 도움이 됩니다.
    의자에 앉아계실때에는, 다리를 굽혔다 폈다, 반복해서 아주 천천히.
    이건 무릎에 도움이 되고요. ^^    

  4. summer moon

    10/06/2013 at 20:16

    전에 이웃집 아기가 겨우 걷기를 시작했을 때
    책을 들고는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하며 걸어와서는
    읽어달라는 듯 무릎 위에 놓고 웃으며 바라보던
    맑고 이쁜 얼굴이 떠오르네요.

    귀여운 손과 책이 함께인 사진들이 너무나 좋아서….!^^

    가까이서 살고 있다면 베이비시팅 해드릴 텐데…책 읽어주는 걸로요.^^   

  5. 무무

    10/06/2013 at 22:20

    그저 건강하세요~ 라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어요
    저는 조금 부럽기도 해요
    허리가 부러져도 좋으니 손주녀석 업어 봤으면…소원이랍니다 ^^   

  6. 참나무.

    10/06/2013 at 23:57

    매일매일…그거 참 힘들어요 습관이 붙어야하는건데…
    신곡발견하면 또 알려주셔요
    자니 캐시 몇 곡듣다왔어요…전 오래 전 컨트리싱어로 기억하는…

    낙원동 옛날호빵 맛은 보셨나요..ㅎㅎ   

  7. 참나무.

    11/06/2013 at 00:00

    책읽어주는 여자…썸머문이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맛난 거나 하면서 대령하고…^^

    책이 지 손에 닿으면 아직은 입으로 먼저 가고…나중에 박수처럼 치는 등
    아직은 장남감으로…
    저 쥐그림 안에는 부드러운 천…코끼리는 도들도들 주름이 있는 책들
    자스민 스점에서 산 것같네요…
       

  8. 참나무.

    11/06/2013 at 00:01

    무무님도 곧 허리 끊어지겠다 하소연하실 날 올겁니다
    쪼매만 지둘리셔요…아무렴요…^^
       

  9. 바위

    11/06/2013 at 01:27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입니다.
    삶과 죽음은 순간이라는데….

    귀여운 손자 있고, 좋은 음악 들을 수 있는 귀 있으면 좋다는
    ‘소박한 행복론’에 머리 숙여집니다.
    행복은 먼 데 있는 게 아니거든요.

    파랑새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집에서 찾았다는
    동화가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10. 揖按

    11/06/2013 at 04:41

    오늘은 손자 사랑에 푹 빠진
    마음씨 후덕하고 부지런하며 아는 것 무지 많은 어느 할머닐 보고 있습니다.
    재주도 무척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 옆에 부지런히 어정거리다 보면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 읊는다 했으니.   

  11. 지해범

    11/06/2013 at 06:52

    손주 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래도 보들보들한 손발 만지면 피로도 싹 가시겠어요.
    요즘들어 자기 나이에 맞는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12. shlee

    11/06/2013 at 06:56

    벌써 영어 공부 시작했나봐요?
    ^^
    트럭이라고 쓴 책
    야물딱지게 쥐고 있는 손을 보니
    벌써 차를 좋아하나…?
    남자아이들은
    자동차나 공룡이나 로봇을 밝히더라고요~
    ^^   

  13. 해 연

    11/06/2013 at 13:10

    나는 손주 셋을 키웠어요.
    그래도
    아기 안 키운 사람들 보다 더 아프지는 않아요.
    그냥 나이 만큼만 아픈거지요.ㅎ

    저 오동통한 손과 발이 어서 커야 하는데요.
    할머니는 늙거나 말거나요.ㅎㅎ

       

  14. 참나무.

    11/06/2013 at 22:26

    바위 님 의 ‘파랑새 행복론’ 답글 보니
    지난 주 제 아들이 생각나는군요
    현충일 ‘전전날’ 아들 내외가 집으로 왔더라구요

    ‘어? 현충일 전날 데리러 갈껀데…’ 왜 오늘 왔냐니깐 내일 또 올거하며

    며느리 왈: 오빠가요… ‘행복이 멀리 있는게’ 아니더라며 다른 ‘좋은데’ 가려다
    왔다는겁니다 아기보러나 가자…해서

    제 말: 참 오빠가 늦게 철들었네…

    꼭 분류를 하자면 ‘재외동포’ 끼가 좀 있었거든요
    잘 키운 아들은 국가, 그다음 장모…빚쟁이 아들만 우리아들인 건 아는데
    젤 심도 높은 ‘재외동포’ 란 말 최근에 들었거든요

    늘 좋은 시선으로 봐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음악 전문 블로거로 거듭나시길 기대합니다.
       

  15. 참나무.

    11/06/2013 at 22:33

    지기자 님
    그잖아도 어제 신문 펼치자 마자 사진이 떠억하니 나와있어서
    ‘반가웠어요’ 인사 드릴까 했는데 어쩌다 기회를 놓쳤네요

    아기 돌보면서 저에게 맞는 건강챙기는 거- 그게 정답같습니다.
       

  16. 참나무.

    11/06/2013 at 22:43

    揖按 님 선비같으셔요
    속이 비고 마디가 있어서 꼿꼿이 서 있는 대나무를 많이 그린 옛 선비처럼.

    씰데없는 것 많이도 채우고 있는 제가 제일 본받아야할 덕목이지요
    몇 번 충고하신 거 고맙게 받습니다.

    얼른 건강회복하시고 …
    그간 못하신 미 대륙 동서남북 여행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17. 참나무.

    11/06/2013 at 22:52

    shlee님은 여튼
    독특한 그물을 지니셨어요- 작가나 시인처럼…

    진취적으로 잘 살렸으면 좋겠어요 부디!    

  18. 참나무.

    11/06/2013 at 22:53

    요즘 해연님이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빛나는 훈장 달아드리고싶은 …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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