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가는 버스 탈 때마다 안내방송으로 ‘윤동주 언덕’ 이란 멘트가 들리면 언젠가 한 번은 꼭…했지만 이상하게 부암동 갈 때는 볼것 들이 많아선지 매번 그냥 오곤했다. 어제 토요일은 작정하고 윤동주언덕에서 먼저 내리기로 했다
언덕으로 한참 올라갈 줄 알았는데 도로 초입에 있었다.
길따라 더 올라가면 시비도 있는 윤동주 언덕이 있다.
첫 느낌
생각보다작고 소박했다
주황색 옷 입은 안내자가 사진은 ‘절대’ 안된다 했다
2,3 전시장은 가능해도 3 전시장영상물 또한 촬영 금지를 강조했다.
참 작은 문학관 한 쪽 벽엔 오래된 시집들이 붙어 있었고
한 가운데 우물이 보였다.
본가에 있던 우물을 그대로 옮긴 거란 설명과 함께
그 우물이 등장하는 시 ‘자화상’ 일부가 적혀있었다
제1 전시장안에서 밖으로-허락받고 찍은. . .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오래 된 물탱크를 리모델링했단다
제3 전시장 앞에는 철문이 굳게 잠겨있고
영상물이 상영 중이어서 문도 열지말라는 경고를 했다
총 상영 시간 12분…
기다리는 동안 사진 허락된 제2 전시장 몇 컷 찍고 있으니
마치 감옥같은 철문이 열리고
예닐곱 명 정도나오기 시작했고
나 혼자 들어갔고
좀 있다 두어 사람이 더 들어왔다.
유일하게 허락된 공간
애조 띤 배경음악이 깔리고
연희 전문 시절의 낯익은 사진과
일본 유학을 허락받은 조건으로
창시 개명을 할 때의 슬픔을 적은 시가 흐르고 . . .
난 꼭 후쿠오카 감옥에 갇혀있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뜬금없이 엄마가 첫 일본 여행 때 사오신
후쿠오카 아트 뮤지움, 미로의 포스터 생각은 왜 났을까
물 탱크 안 사다리도 그대로다
문학관을리모델링한 건축가 이소진씨는
가급적 변형없이 그대로 이 공간을 사용했단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불온한 시를 썼다는 죄목으로 투옥
19개월 동안 강제 노역을 당했으며
어느 날 이후 매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았다고
같이 투옥된 ‘사촌 동생의 증언’이 흘렀고. . .
아…외마디 비명과 함께 저세상으로 떠난 6개월 후
일본은 패전, 우리나라는 해방되었다는
나레이션인지 자막인지 흐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 모니터 시인의 모습과 윤 동 주 …그리고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로 끝날 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패.경.옥. . . 까진 흐르지 않았다.
문학관을 나와 탁 트인 서울 정경을 담고 나올 때까지
가슴에 뭐가 맺힌 거 같아
다음 행선지 환기 미술관까지 걸어 갈 힘이 없었다.
잠깐 입구의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팥빙수 하나? 먹으면
다소 시원할 것같아 낯익은 문을 열었는데
세상에나 ~~무슨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간신히 ‘팥빙수 하나’…
데스크에서 시켰는데팥빙수가 안된다네?
오래 전 집 주인 마사장이 왔다갔다 할 땐
팥을 직접 삶는 걸로 유명했던 그 팥빙수가 안된단다
가만 생각하니 벌써 오래 전 옛 이야기였다.
늙은 여자 혼자 커피 마시긴 좀 그래서
환기 미술관으로 진로를 틀었다.
우수 간판으로 상 받앗다는 간판 근처
처음으로 ‘박선영 치킨’이 보이네
(혹시 ㅍ님이 맛이 기막히더라는 사람 이름 들어간다는 그 집?)
동양방앗간을 지나 내리막 길
담 너머로 목백일홍이 먼저 보인다.
계단 입구 도라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바로 곁엔 누런 수국 흔적만. . .
정해진 포토 존…청매가 피던 자리에서 한 컷 후
데스크 매표 직원은 환기 선생님 작품은 4점 뿐이란 말을 한다
-그래도 티켓팅 하겠냐 란 표정으로
나는 말 할 기운도 없어 고갤 끄덕이며입꼬리만 살짝 올리고
(…그럴 거면 사간동 갔지요…오마주 김환기 전알아요. . .속으로만)
왜 자꾸 기운이 없을까
본 전시장으로 향하기 전조금만 쉬고 싶었다
환기 과일차(?)
나 혼자 혹시 매실? 하고 시켰는데
지나치게 단 맛의 모과차였다.
이젠 가급적 오후엔 커피 안마시기로 나 혼자 결정했기 때문.
얼음이라도 빨리 녹으면 희석이라도 됐을텐데
할 수없이 생수를 더 청해 마시고 본 건물로 향했다.
역광 처리여러 번 했음
홍익대 교수하실 때 강의 들은 수화 선생을 오마주 하는 화가들이
선생을 추억하는 글들이 작품 아래에 적혀있다.
입체적인 전시장 벽과 가운데 공간엔 목조각 도자기 사진작품
그래도 회화가 제일 많았다.
낯익은그림들 먼저 보고
화가 이름 나혼자 알아 맞히며 슬쩍슬쩍 도촬
아이를 데리고 온 어느 엄마 이재효 작품 위에
당신 아이를 앉히고 기념 촬영을 한다
좀 심하다 해ㅛ지만 나도 도촬하는 주제에 뭐라 할 순 없었다
2층에서 내려다 본. . .
그리고 . . .그냥 갈 수 없는 아름다운
窓
窓
실내 이곳 저곳 왔다 갔다
힘없이 계단 오르내리다
실외로 나왔다.
환기 미술관 실내가 갑갑해지긴 처음이다
윤동주 때문일까
아니면
후쿠오카 아트 뮤지움?
-호안 미로 그 포스터 액자 망가져서 어디로 치웠는데
한 번 찾아볼일이다
모과차에도 취하나?
서울에서 좋아하는 미술관 베스트 1. 환기 미술관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자꾸 힘이 없어지는 이유가 뭔지. . .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환기 미술관에서 나와 다시 윤동주 언덕으로 행했다
그 곳에서 bus 타기로 하고. . .
. .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오호~~정류장에서 위를 바라보니 안 풍경이 약간 보인다?
이 풍경이 나를 이끌었을까
입빠이 줌 인- 아고 나쁜 말…
윤동주 시인은 항상 광목이나 모시옷을 입었고
일본말 하는 친구들 앞에서도 꼭 한국말로 답하셨다는데
모과차한 잔으로 모과주 마신냥취하다니…
정말 시인을 꼭 닮은 윤동주 문학관
오래된 밀린 숙제를 한 기분이다.
개관 1주년 즈음. . .
조르바
21/07/2013 at 13:28
윤동주언덕에서 자화상과 물탱크안에서 시공초월하션나부다…
윤동주님이 계셨다면 위로 많이 받으셨겠다.. ^^
날개 이상시인도 일본에서 갑자기 끌려가 무지막한 고문 뒷탈로 세상을 등졌잖아요
일본 나빠요~ 천재들 명을 맘대로 유린했으니..
참나무.
21/07/2013 at 22:34
그러게나 말입니다
너무 안어울리는 시인의 죽음을 그런 공간에서 만난다는 게…
이상 시인도요?
잘 몰랐는데…조용히 내리던 비가 지금은 장대비로 변했네요
이 비를 긋고 올 울 애기 기다리는 중입니다
식탁은 차려뒀는데…밥 먹을 시간이 날 지 모르겠네요
더 일찍와도 커피 마실 시간 없어 종이컵 찾는아들이어서…
참나무.
22/07/2013 at 07:11
오래 전에 저는 통인동에서 등산로 따라 윤동주 시비 있는 언덕까지 가본 적 있는데
등산 아니하셔도 문학관 지나친 후 두 번째 사진, 길따라 가면 쉽게 갈 수 있답니다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11009&logId=6307870#
청매필 무렵이었네요 방금 찾아보니
혹 관심 있는 분들 계실까봐..이거이 노파심.
shlee
22/07/2013 at 08:34
같은 교회 다니시는 분이이곳에 다녀 온 사진을 올렸더군요.
그래서 나도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벌써 다녀오셨네요.
가보고 싶퍼라….
환기 미술관도~
푸나무
22/07/2013 at 10:09
환기미술관 골목 들어서긴 전 길가 조금 아래쪽…..
맞는것 같은데요.
이름은 하 기억력이 없어서…ㅎㅎ
trio
23/07/2013 at 06:19
윤동주언덕, 윤동주문학관….환기미술관….가고 싶은 곳이네요. 언제가 될지…
별 헤는 밤 돗자리 음악회? 돗자리에 앉아서 연주를 듣나요? 재미있네요.
참나무.
23/07/2013 at 07:49
그러게요 ‘별 헤는 밤 돗자리 음악회’ 저도 참석못할 확률 101% 부암동은 종로구여서 참 특별한 곳이지요 백사실 계곡하며…한국 방문 하실 때 꼭 가보셔요
참나무.
23/07/2013 at 07:50
독서 많이 하시고 ..또 시 좋아하시는 쉬리님도 꼭 가보셔요…^^
참나무.
23/07/2013 at 07:51
푸나무 님 기억하세요 저는 외웠어요- 박선영 치킨!!! 언젠가 맛볼게요 창문으로 보니 후라이드 치킨이데요 삼계탕집 아니어서
summer moon
23/07/2013 at 20:32
‘아니 왜 팥빙수 안되는 거냐고?’큰 소릴로 야단치고 싶네요
참나무님이 쪼끔은 기운(, 기분)을 추스리실수 있었을텐데….
윤동주 문학관-어떤 기분이셨을지 너무나 잘 느껴집니다,
저도 울었을것만 같아요, 옆에 있었다면…
환기 미술관 까지 모두 보여주신 마음에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참나무.
23/07/2013 at 22:37
1주년이라니… 나들이 함 해보셔요
명소가 많은 부암동이니
쉬리님은 거기까지 진도나가시다니…
딸의 큰 기도 제목이기도 해요- 언젠가는…저도 소망해봅니다만…
참나무.
23/07/2013 at 22:41
"누가 그랬어 내가 혼내줄께!
설움받았던 아이가 든든한 엄마 품에 포옥 안긴 기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