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경동시장에서 듣는 브람스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지나자 마자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피양랭면이 건너편으로 보이는 인도였다.

노란낙엽들이 허공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낙엽비로 내리기도하고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였다.

손에 약간 묵직한 보따리를 들어서 디카 꺼낼 엄두도 못하고…

교회가기 전에 보따리를 신당파출소 곁 ‘뚜레쥬르’에

맡길 예정이었는데 포기해버리니 예배시간 1분 전에 도착했고

그러는 바람에 영화한 편 물건너가버렸고- 시간이 빠듯하긴 했지

교회 점심 카레밥까지 먹고 신당동까지 편히 걸었다

코앞에서 버스 떠나는 걸 봤으니 …

우두커니 기다리는 대신 걷는 게 훨 낫고말고…

보따리는 맡겼고 영화한 편 놓치고

경동시장에나 가기로했다.

일단 신당동에서 전철을 타고 앉아

혹시하고 손전화로 최단 거리를 찾아보니

1.왕십리–>지상 청량리 (11분)

2.동묘(6호선)–>청량리 지상 (4분)

어머나 세상에…환승역 갈아타는 위치까지 확인하니

벌써 을지로 3가 안내방송이 들렸다.

난 시청앞까지가서 1호선을 탈 예정이었는데

잠깐 머릴 굴렀다 긴 환승역까지 걷는 시간까지 따지면?

급히 내려 차를 탔던 신당까지 되돌아가서

6호선 환승통로를 걸었다 -산넘고 물건너…

(무빙 워커는 움직이지 않았고 두어 번 에스컬레이터 오르락 내리락)

6호선은 리움갈 때 자주 타본 경험있어 잠깐 리움에나? 하다

나도 미쳤지 하늘에서 시어머님이 화내실까봐 접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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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동 지하철역에서 경동시장 가는 계단 앞 가게

웅성웅성 사람들 모여있길래 나도 기웃 기웃

김남주 바지가 뭔지 왕창 세일 만원이라네?

외출복도 된다는 김남주만원짜리 바지 …

아라베스크 무늬 닮아덜렁사고

지상으로 올라와 천천히 즐기며 장보기 시작이다

혹시나 하고 넣고왔던 에코백이 두 개나 들어있으니…

그 때부터 지하에선 지글지글하던 방송이 제대로 들린다

별 10개짜리 *페라스…

이어폰 있는 한 시장보기도 노동 아닌 휴식이다

삶은 오리알도 사고 거북이등같은 표고도 사고

가을 즈음 일부러 경동시장 찾는데 올 해 못했으니

화려한 열매들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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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탱자, 겨우살이,와송…

어머나 마가목 열매라니(아…백석시인)

엄한 생각하는데 큰 소리가 들린다

-저 탱자 한대접 얼마래유?

"2만 5처넌인데유"

-오매 비싼 거

"긍께 내년엔 씨받아 심으소이~~

모두 깔깔깔…덩달아 나도 웃어보이며…

마른표고, 우엉 연근…피문어도 샀고…

이번 시제땐 진주 중앙시장 들리는 대신

곽재우 장군 공원 들러 시아버지 글씨 찾느라.

피문어랑 마른 홍합도 못샀다

마른 홍합한 근인지 한 대접인지 만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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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바구니 무거워 지기 전에

일단 김 폭폭나는 커피 일 잔 …

교회 점심 카레 먹고 입가심 차도 못했으니

시장에서 마시는 700원짜리 봉다리 커피도 꿀맛.

-100원 올랐네요

" 오른 지 한참인데요"

그동안 경동시장을 한참동안 못왔구나…

빨간색 섞인 청량고추 1근 2처넌

깨끗하게 다듬은 실파 2처넌

도미 두마리 조기두마리 민어 한마리 합이 5마리

그 때부턴 시장 바구니가 묵직해진다.

E 마트에선 엄청 비싼 제주 은갈치 아조 굵은 것도 만원.

신나게 사들고 bus-stop 으로…

121번 타면 서울 숲까지 데려다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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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쵸아 아~~브람스를 선곡해준다

친절한 정만섭씨…

Julius Katchen

일찍 타계했지만 생시에 녹음을 많이해서 …

말년의 브람스가 젊은 연주자에 의에 다시 새롭게 태어났다고

극찬을 아끼지않는다

Intermezzo E Flat Major op,117-1 Brahm

딱 미칠 것처럼 좋아서 장바구니 무거운 것도 잊는다

바람이 불어서 모자가 날아갈 뻔했다

시장갈 땐 털모자로 바꿔야겠다.

앞칸에 날 위한 빈자리가 있어서 다시 낙엽비 감상하며…

(. . . . . . .)

새복잠 없는 현지니하라부진 ‘상감마마’ 모실 준비 모두 끝냈다 했고

나도 아들 & 며느리 빵 먹어도 되고 누룽지죽 먹어도 되고…

모든 준비 상태 양호.

방금 날씨 안내자는

멀리 산간지방엔 눈소식이 있다는 월요알 아침이다

P.S:

* 패라스 찾아질까

1.Wolfgang Amadeus Mozart

Violin Concerto no.4 in D major K218

Christian Ferras(violin)

Orchestre de la Société des Concerts du Conservatoire/

André Vandernoot 1960 23:47

★★★★★★★★★★

15 Comments

  1. 士雄

    17/11/2013 at 23:21

    경동시장! 오랫만에 듣는 정겨운 이름입니다.ㅎㅎ   

  2. 벤조

    18/11/2013 at 01:29

    어떻게 뭘 타고 가셨다는 건 잘 모르겠고,
    경동시장 탱자 아주머니 가라사대,
    "긍게, 내년엔 씨 받아 심으시오"에서 귀가 확 트입니다.
    아…나도 저렇게 말 할수 있었으면…
       

  3. 해 연

    18/11/2013 at 10:35

    마가목 열매는 어디다 쓰는 약재일까요.
    꽃지해변 근처를 지나다가 팬션의 담이 온통 마가목이었는데
    작고 빨간 열매가 소름돋게 다닥다닥 붙어 있었어요.
    와~ 그 집 돈 벌었겠는 생각이 스쳐가네요.ㅎ

    시장 보며 브람스를 듣다니
    나 하고는 전혀 다른 인종? 우~ 하하하하하   

  4. 초록정원

    18/11/2013 at 11:53

    피문어.. 민어.. 조기.. 시어머님..

    일요일에 혼자 제사장 보셨나봐요..
    가족들 같이 가자 하시지요.. 무거워서 정말 힘든데..

    여태까지는 제사를 큰댁에 가서 전 부치는 거만 돕다가
    막상 제 손으로 지내려니 쉬운 게 아니더군요.
    뭐든 해봐야 그 고충을 아는 거구나.. 새삼 느꼈어요.
    지난 주에 벌써 49제 모셨거든요.
    그나마 며느리가 도와줬는데도요~ ^^

    어제까지가 가을 끝.
    오늘부터는 겨울 초입이네요.
    눈 같지도 않은 첫눈 온 날 오랜만에 로긴하고 댓글 달아봐요..
    몸 아끼시고 건강관리 잘하셔요~
       

  5. 바위

    18/11/2013 at 12:38

    브람스 간주곡 잘 들었습니다.
    저도 좀 생소한 곡입니다만, 슈베르트 즉흥곡만은 못 해도 좋았습니다.
    연주자 줄리우스 케첸은 생소합니다.
    제가 아는 연주자는 거의 6, 70년대에 묶여있으니까요.
    확실히 저는 아날로그 세대입니다.^^

    ‘피문어’는 참으로 반가운 단어입니다.
    특히 통영 피문어를 알아줬지요.
    진주 중앙시장 가면 쌔고 쌔삔 것인데 여기선 보기가 힘드네요.
    서울 중부시장이 건어물의 집산지라고 하지만,
    피문어에 관한 한 진주만은 못 하던데요.

    모처럼, 덕분에 고향생각도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6. 산성

    19/11/2013 at 02:01

    탱자는 어릴 적 먹을 것 없던 시절의 간식(?)아닙니까?
    새콤달콤한 맛,달콤 보다는 새콤했던 기억만.
    어디서 보이면 저도 한 쟁반 사서 목기에 담아두고
    좀 보다가 차도 만들고
    바짝 말려가는 즐거움도 누릴텐데…합니다.
    바람 불고 흐린 아침.

       

  7. 참나무.

    19/11/2013 at 15:45

    벤조님…저도 비슷한 생각했더랬어요
    세상천지 스승님들은 참 많으시다고…^^
       

  8. 참나무.

    19/11/2013 at 15:49

    해연님의 웃음소리 참 사람 기분 좋게 하십니다…^^

    마가목 하면 오래전부터 백석시인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상하게 어느 시에 나오는지 아직도 찾질 못한답니다

    마가목 열매 고혈압 기관지에도 좋다해서 저도 좀 사올걸 후회되네요
    오늘도 경동시장 다녀왔는데 깜빡했답니다…
       

  9. 참나무.

    19/11/2013 at 15:57

    ‘줄리어스 카첸’ 솔직히 바위 님은 이런 피아니스트는 아셔야되는데…^^
    왕년의 쥬피터 운영자시라면-농담입니다…^^

    ‘브람스 스페셜리스트라는 그는 브람스 말년의 관조적인 연주를
    침잠이 아닌 생기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연주…’ 라 해설하데요

    오래 전부터 저는 좋아하던 연주랍니다.
    바위님과 이런 얘기하니 오래 전 쥬피터시절이 자꾸 그리워지네요…;;
       

  10. 참나무.

    19/11/2013 at 16:03

    탱자가시로 땡깔(꽈리 진줏말) 씨 파네어 "뽀드득뽀드륵" 불진않으셨나요

    산성님 오늘 저는 운이 참 좋은 날이었어요
    수영장에서 멀리 캐나다 가는 회원 환송회가 있어서 점심 자알 먹고
    버스타기 직전에 회원 한 명께 전화가오데요

    "형님 뭐 잊은 거 없냐?"는

    세상에나 만상에나~~
    온갖 카드 다 든 지갑이 제가 앉은 방석 곁에 떨어져있더라고…;;

    한 턱 톡톡히 내야겠지요..ㅎㅎ
       

  11. 참나무.

    19/11/2013 at 16:07

    변화무쌍한 첫 눈…저도 맞았어요
    은행가기 전에 멀쩡하던 날씨
    은행 볼 일보고 나오는데 강풍과 함께 사선으로 내리던 첫눈
    덕수궁 정문앞에 나갈 사람 헷갈리지않겠네…
    햇빛짱장한 날 비오면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는데
    햇빛짱짱 바람불고 눈오는 날은 뭐지? 했답니다…

    그나저나 벌써 49제라니요…
    그리고오~~새아가 보신 이야기 좀 흘려주셔요
       

  12. 揖按

    20/11/2013 at 02:04

    여유로우신건지, 도를 터신 건지, 태평이신 건지, 아주 푹 빠지신 건지….
    세상 만사 이렇게 다 챙겨도 되는 건가요 ? ㅎㅎ

    온갖 카드 다 들어 있는 지갑 놓고 내리신게 차라리 인간적으로 보입니다… ㅎㅎ   

  13. 푸나무

    20/11/2013 at 12:37

    탱자가 비싸네요.
    경동시장 조차 우아하게 만드시는
    ~~~~~
    참나무님….   

  14. 참나무.

    21/11/2013 at 05:05

    탱자탱자 노는 중입니다 지금 여기 영화보기 전 잠깐의 시간이 남아서…^^
    푸나무님…   

  15. 참나무.

    21/11/2013 at 05:05

    읍안님…카드 지갑 분실…자주 있는 일이지요
    참 고맙게도 대형사고는 아직 안일어났습니다만…

    도사도 태평도 아니고 비현실적일 덜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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