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인터넷으로 윤환 시집 시간이 우리를 잊지 않도록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교보로 향했다. 4월 25일도대체 그 소년에겐 무슨일이 있어서 그가 다른 행성을 그리워했는지궁금해서였다.
교보문고는 세종문화회관 맞은편으로 들어갈 때가 많은데
지난 금요일은 종로쪽으로 가봤더니 어느 사이
청진동 주변이 거대한 쇼핑몰로 바뀌어서 두리번거리게 했다
아직 들어가보지않아 어느 정도인진 알 수 없었지만
피맛골이 잠깐 그리웠다
J코너에서 일단 시집부터 사고 이리저리 조금만 돌아다니다
광화문쪽으로 올라와 조선일보 방향으로 진로를 돌렸다
혹시 조선일보 2층 미술관 새해맞이 전시가 있나 하고?
그러나 입구엔 아무 안내 표시가 없었다
그 참 유감이네 하며 성공회 건물로 되돌아 나오면서
건너편 시청건물이 낯설게 다가온다
좀체 그쪽으로 발길이 머물진 않는 이유가 뭘까
건축은 말한다…다큐 본 후 한 번 가봐야지했는데도…
(…동대문 역사문화관, 그 이상한 우주선 같은 건물도 일부 공개되었다는데 한 번 알아볼 일이다.)
덕수궁 앞 엘리베이터까지 걸어 우리 동네 영화관 가려고
시청앞 지하도까지 내려와2호선으로 가기 전 긴 줄을 만났다
지난 번에도 긴 줄이 있어서 참 하릴없는 사람들이 저리도 많나?했는데
어느 날 조선일보에서 그 빵집이 예사롭지않다는 걸 알게되었다만
그렇거나 말거나 갈 길이 바빠 무시하고 걸어오다 갑자기
‘아니 빵이 얼마나 맛나면 저러고들 기다릴까’
호기심이또 발동하는 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가방엔 들어있는 시집이 생각나서였다
누이愛 단팥빵 사장님과 직원 6명이 빵만들기 정신없다.
4월 25일…
교보문고에선 다른 책들 들춰보느라 그냥 집어넣어서…
까짓 줄서는 일 뭐 어려울까…맘을 고쳐먹고
맨 꼴찌 줄에 나도 불어서 시집을 펼쳤다
줄은 암만께나 길었으니. . .
어머니 후기 전문을 먼저읽기 시작하는데
나도 몰래눈물이 흘러내리는거다- 모자없으면 어쩔 뻔 했는지
그리고4월 25이 그 사건부터 읽어내려갔다.
4월 25일 등교길, 친구에게
"xx어를 참 잘하여 내신 1등급 받기 수월할텐데 …"
왜 스페인어를 부전공으로 선택했냐 슬쩍 물었는데 그 친구는아무렇지도 않게
" 스페인어를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서…"
그 친구는 내신 성적 따위 무시하고
‘좋아해서…하고싶어서’
선택했다는 말이 비수처럼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이 짧은 대답을 들은 이후부터윤한은 변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윤환 죽은 이후 그의 컴퓨터 페북 등등에서 찾아내어 알게되었단다
윤환도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어했는데 아버지는 일본에서
중학교를 보냈으니 다른 한국 학생들보다 많이 힘들거라며
‘성적’을 내세웠기 때문에 윤환은 ‘진정으로원하는 것’을 포기한 것에 대하여
많이 괴로워 했다는 사실을. . .
이후부터 소년의 감정은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죽음을 계획하며5.6.7 삼개월간 활화산처럼
시집 한 권이 넘는 시를 저녁마다 쏟아낸다.
"아빠는 항상 양보해라 겸손해라, 참아라…"
그렇게만 말해서 자신은 감정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더 신경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며
친구들과 통닭 먹을 때도 단 한 번도 먹고싶은 닭다리를 먹지못했다고
어머니의 후기 읽을 때 어찌나 허망했는지…
긴 줄이 어느 듯 빵집 앞과 가까워졌다.
내 앞의 두 할머님은 줄서기 지루하신지
한 할머니가여러 번 빵가게 앞에 다녀온 후
‘누이愛 단팥빵(1,600원)은 1인당 5개와 야채빵(2,500) 2개 이상 살 수 없다’
‘하루에 만드는 빵 다 팔면 문 닫는다’
‘할머니들이 줄 섰을 때 100명 이상이었나 보더라’
‘나처럼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알았노라’ 고. . .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 (아 참 씰데없는 짓거리를 나는 왜…;;)
내 차레가가 왔을 땐 사고싶었던 야채빵은 동이나고 없었다.
할 수 없이 줄선 거 억울해서-뭐 책은 읽었지만
단팥빵. 고구마빵. 밤앙금빵. 치즈빵, 치즈+치즈빵…두개씩 종류별로 다 사봤다.
내 아기 둘 키울 때 나도남에게 폐끼치지않는 걸 자주 주입시킨 것 같아
뜨끔한 마음도 들었지만 내 아들은 소년의 나이 두 배도 훨씬 넘도록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하고 먼 흑국으로 시집간 딸도
원하기만 하면 전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 소년 부모님 생각하면 이런 비교죄송한 일이지만
내 아이 둘 특출나지않은거 많이 감사했다.
집으로 돌아와 별 일도 없는데 괜히 국제전화도 하고
현지니 볼땡이도 한 번 더 부비고 . . .
. . . . . . .
프랜차이즈 빵집 떨게 만든 ‘동네 빵집’2014. 1. 7 (화)
그나저나 야채빵 맛을 못봤으니 또 궁금하면 이 일을 어이할꼬…;;
초록정원
13/01/2014 at 00:38
빵맛은 어떻던가요.. 상상하는 맛은 이스트 냄새가 나고 덜 단 맛.. ^^
저도 닭다리 못먹어요~ ^^
산성
13/01/2014 at 07:20
시청 역사 안에 있는 빵집이군요.
신문에도 나고 이렇게 피워블로그에도 올랐으니
빵 줄이 더더더 길어지겠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함 맛봐야지 싶어지네요.
단거 많이 좋아하니 단팥빵,빠질리가 없겠지요?
현지니는 아침 이후 어찌 놀고 있습니까?
먼곳 사촌들이 한데 모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그참…
김진아
13/01/2014 at 07:45
어릴적 그책..저도 읽고 있답니다. ^^
선물해 주고픈 친구에게도 선물하구요.
긴 줄 끝에 만난 단팥빵..어떠세요? 궁금궁금…
참나무.
13/01/2014 at 08:54
아침에 잠깐 들렀다가 이제사 들옵니다
현지니 이후엔 단번에 포스팅 하기도 어렵네요
바로 위 포스팅오 좀 전에 겨우~~^^
아직 사촌들 사진으로만 상봉한 상태…;;
언제가될지 모르지만 그 날을 저도 기다린답니다…^^
참나무.
13/01/2014 at 08:55
빵맛 궁금하지요…부드럽고 맛났습니다.
근데 일방 단팥빨보다 사이즈는 훨씬 작고 값은 비싸고…
입소문 때문이 거품도 좀 섞여있겠지요
아류들이 나오지않을까 걱정이 약간…;;
초정 님 자주보니 참 좋습니다요..^^
참나무.
13/01/2014 at 08:58
곽아람 기자 책 그니까 우니는 다 소장하고 있는건가요…^^
언제 덕수궁 가시는 날 한 번 들러보셔요…^^
밥
13/01/2014 at 12:20
우리나라 팥빵들은 사실 전부 다 일본에서 전해진거라서요.. 경주빵이라고 자랑스럽게 지역특산물처럼 내세우는 빵도 일본에서 온거고.
약간 작은 싸이즈로 고급화시켜서 요즘 인기몰이 중인 이런 팥빵들도 (저곳 말고도 여러곳이 성업중입니다) 일본에서 수십년째 (어쩌면 수백년? ㅋ) 파는 빵들 똑같이 따라하는 것들이고요. 현대백화점 지하에도 들어와있죠? 기야마 kiyama 빵이라고요.. 그게 일본 긴자에 있는 앙빵집 들어와서 장사하는거잖아요.. 몇년전에 그게 먼저 상륙하더니, 좀 지나니까 슬슬 따라하는 집들 생겨나더라고요.
음식문화라는게 원래 세상을 돌고 돌아다니는거라서, 따라한다고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원조인척, 자기가 만든척, 이런건 좀 안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부끄러워하지 않던데, 보는 제가 부끄러워서요.. ㅎㅎ
참나무.
13/01/2014 at 12:33
어머나~~그런거였군요
밥님은 참 대단하셔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럼 국화빵도요???
밥
13/01/2014 at 12:46
제가 먹보라서.. 먹는 얘기 나오면 말이 좀 많아집니다. 죄송. ㅎㅎ
국화빵도 ~~ 네~ 일본에서 온거죠. 붕어빵은 타이야키 (도미빵) 카피구요 ㅎㅎ
참나무.
13/01/2014 at 12:53
허윽~~책 한 권내셔도 되겠어요…^^
좀 전에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나의살던 고향은~~’ 듣고있었어요
지금은 내맘의 강물…연주곡으로…^^
술래
13/01/2014 at 16:48
소년의 얘기가 내 귀에 생생하면 나 문제 있는거 맞지요?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를 너무 심하게 한 여파 제 딸이
심각하게 겪어 속죄할 정도랍니다.
그 정도 까지 하라는 뜻 아니었는데…
이 소년의 얘기
남의 집 얘기 같지 않아 가슴이 메이고요.
참나무.
14/01/2014 at 00:18
환이 부모님 많이 망설이며 다른 부모님들께 이런 사례 만들지 말았으면
그런 의미도 시집 출판에 큰 몫을 했을거라 믿습니다…
shlee
14/01/2014 at 11:15
정말 무서운 아이네요,
삼개월을,,,
닭다리 볼때 마다
가슴 아플 부모님은…?
서울 연인 단팥빵이라고
홍대입구 역에 늘
긴 줄 늘어서있어요,
그런데 이 집처럼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빵을 제한하지 않아서…
언젠가 줄섰다가 앞에 사람이 10박스 사는 바람에
분노~
포기하고 왔어요.
참나무.
14/01/2014 at 15:18
폭발할 것같은 아픔과 고민을 초인적으로 이겨내며
마지막날까지 환하게 웃었다니 ‘무서운 아이… 맞나요?
그러고보니 밥님 말대로 요즘 우리나라 단팥빵과 점핑이 대센가봐요…ㅎㅎ
근데 자연 발효 유기농…그거 믿어도될까요 전 밋봤으니 이제다신 안갈겁니다만
아니다 야채빵만 안먹어봐서 그거 하나만 더 사먹어보고요…쯧…;;
밥
14/01/2014 at 16:06
아 생각났어요. 어제 말씀드리려다가 이름이 입에서만 맴돌고 떠오르질않아서..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기야마 얘기만 하다 갔는데, 원래 저렇게 생긴 단팥빵 일본 원조집 이름이요. 기무라야.
야채빵 좋아하셔요? 양재역 한전아트센터 근처에 ‘햇쌀마루’ 가보셔요.. 군산 이성당 야채빵을 거기에서도 만들어 판다더라고요 ㅎㅎ
참나무.
15/01/2014 at 00:44
기무라야…전 처음 들어보는데요
이미지 찾아보니 도톹하고 가운데 쏘옥 들어간 모양이 누이애랑 비슷하네요
누이애는 구별하느라 한 가운데 쏘옥 들어간 데 밥 암금빵은 밤이 꽂혀있데요
이러다 제가 빵쟁이로 소문나겟네,,,ㅋㅋ
제가 빵 먹을 군번아닌데 현지니하부가 빵을 좋아해요…;;
한전아트센타 갈 일 있을 때 찾아 볼게요’야채마루’…^^
군산 이성당도 유명한가보네요 전 대전 성심당 빵맛은 봤는데…^^*
좋은 하루되시고요…~~~다녀가시는분들도.
푸나무
15/01/2014 at 01:27
홍대입구에서던가..
전철역 갈아타는데에도 무슨 빵집인가 있던데
거기두 맨날 줄서드라구요. .
저두 참나무님과라
줄서서 사먹어봤어요.
비싸기만 하고
그냥 빵맛….ㅋㅋ
근데 밥님은 정말 모르는게 없으시다.
사부님 해야할가봐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