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내면의 풍경 & 스팅

우리는 하나의 징후다
더는 아무 의미도
더는 아무 고뇌도 아니다
우리는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
언어를
낯선 땅에서

슈만, 내면풍경…미셸 슈나이더 지음·김남주 옮김 | 그책 | 192쪽 | 1만2000원

이 책은 슈만 음악의 열렬한 애호가이자 정신분석학자였던 미셸 슈나이더가 위대한 작곡가였던 슈만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그의 음악에 대한 정성스런 주석이다.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을, 누구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펼쳐놓는 《슈만, 내면의 풍경》은 우리를 슈만 음악의 비경秘境으로 안내한다. – 이미배 (음악학자)

차례를 순서대로 읽으면

횔덜린의 시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구절이다

책의 시작 부분 내맘대로 요약하면:

1954년 2월 27일 차가운 비가 내리는 뒤셀도르프,

아주 추운 날씨였고 사육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실내화에 셔츠 차림의 남자가 포장도로를불안정한 걸음으로 비틀러렸다.

혼란스런 표정으로…눈길은 아래를 향하고있는지

아니면 내면을 향해 있는 듯울고 있었다.

. . .

곧 라인강이 나타나고 부교가 보였다. 그제사 걸음을 멈추고

통행세를 낼 동전을 찾아 호주머릴 뒤적거리다

온 길을 되짚어 나가려다 다시 걸음을 멈추고

미안한 표정과 함께 다리 지키는 사람에게 비단손수건을 건냈다.

. . . . . . .

이후 군데군데 얼음이 언 라인강에 투신…

몸은 물살에 금방 휩쓸렸지만 헤어나려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그의 몸은 비늘처럼 반짝이는 얼음 덩어리로 뒤덮인 잿빛 물살에 실린 나무토막 같았다.

. . . . . . .

거룻배 위에서 고기잡이하던 어부들이서둘러 다가와

그를 물밖으로 끌어냈지만 그는 또다시 물로 뛰어들었다.

둑으로 데려간 어부들은 그가 다시 뛰어들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어야 했다

마침 둑을 지나가던 사람 하나가 그가 저명한 작곡가이자 비평가로

최근까지 뒤셀드로프 성가대와 오케스트라 지휘자 로베르트 슈만임을 알아보게된다

… ….

아내 클라라는 이후 그의 일기를 보고

그 날 슈만은 어느 때보다 우울했다는 사실도

정신이 이미 언어 너머에 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슈만은 시시콜콜한 것도 다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단다

029.jpg

.

특별한 책이다

차례가 싯귀로 시작하는 책도 처음이고

문지사 시집처럼 작고 얇은 책값이 12,000원

그러나 내용은 짧지도 쉽지도 않다

추천한 이는 이번 책읽은 후랑 읽기 전

슈만의 음악이 다르게 들릴 거라 확신한다 했다

그 말 할 때 마리아 칼라스가 떠올랐다

성악 역사에서 BC는 ‘Before Callas…’ 라 했던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페렐리 때문이리라

이번 책은 슈만의 전기는 아니다

휠드린 시가 중간중간 나오는

슈만 애호가의 사적인 기록이라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마리아 킬라스 이전과 이후가 다르 듯

작곡과 비슷한 수준으로 글도 잘 썼던 슈만 음악을

언어로 풀어놓은 듯 한 책이란다.

지난 금요일 며느리는 하필 차가 막혀 평소보다 늦게 온다 했다.

7시 30분에 시작하는 풍월당 출간기념 강연회 …

많이 늦어버려 첨엔 포기하려했다

궂이 택시까지 타고 간 이유를 나중에 알았다

‘5일의 마중’ 이후 자주 듣게되는 스팅…

이미배씨도 스팅 애호가인지 스팅 목소리 부분만 발췌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려 했는데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지

스팅이 말하는 부분이 쉽게 찾아지지않아 DVD 제목만 소개해주며

집에 가서 Y-tube 찾아보라 했고 나는 찾아봤다

연기하는(약간이지만^^)스팅도 처음이고

부인이 연극배우인 것도 처음 알았다

‘옮긴이의 말’ 소 제목은

고통, 고통, 고통,그리고 음악이다

슈만은 ‘고뇌’가 아닌 ‘고통’으로 괴로워했다고 강조했다

고뇌는 정신적인 것, 고통은 육체적인 것…

당시 대부분의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고뇌했지만

슈만은 제어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며…

저자는 슈만의 음악에서도 고통의 징후를 느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 징후는 낮도 밤도 아닌 황혼의 시간에서만 더듬어 볼 수 있다고…

낭만적인 음악 설명할 때 이미배씨는 자료화면 2개를 짧게 소개했다

호로비츠 그 유명한 고별 무대 트로이메라이 연주랑

틸레만 짧은 지휘로…베토벤운명 교향곡 ‘딴따따 따안~~’ 변주 부분

관객들의 좀 의아한 듯한 표정을 읽었는지

딴따따 타안~ 직접 목소릴 내며 짧은 모티브가 씨앗이 되고 꽃이 되고

종래에는 나무가 되고 숲이되는 과정을 열심히 설명했다

(‘당신은 안개였나요’가수 이미배씨랑 동명인데 노랠 썩 잘 부를 것 같진 않더라…^^)

운명이 낭만적이다…엔 쉽게 동조할 수 없었다 나는?

트로이메라이라면 몰라도…

허나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낸 결론이겠는지

호로비츠 마지막 연주는 어린이 정경이 아니라

어른들 정경이 아닐까…그 부분은 동감이었다

슈만은 바흐 애호가였고 바흐 푸가 중 한부분인

‘고통’에 해당하는 모티브를 쏘옥 뽑아내어 비슷하게 작곡한

‘어떤 곡’ 설명했는데 앞자리라 모니터가 잘 보이질 않았다…;;

바흐 푸가랑 슈만 음악 더 많이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

2:18 Twin Spirits:

Portraying the love of Robert & Clara Schumann with words and music.

P.S

강의가 끝나고 ‘특별히’ 추첨이 있다 했다

난 많이 지각하여 추첨표도 얻지 못하였는데

책 표지에 사용된 사진을 작가가 직접 선물한다고…

슈만의 음악과도 썩 잘 어울린다고 강력 추천해서 검색해봤다

이도 인연인지 그 날 당첨된 젊은 처자가 발빠르게사진까지 올려뒀더라

풍월당 출판기념 강연회는 연주까지 들을 수 있어서 시간허락되면 가는 편이다

책에 실린 사진 작가가 작품을 직접 건냈다

나도 추첨권을 받았더라며 당첨될 확률이???

검색하다 삼성동 올림푸스 홀 갤러리에서 본 작품들까지 만나게 된다

이미배씨가 음반 자켓 사진으로도 유명하다더니

검색 도중 마에스트로 정과 나란이 찍은 모습도 찾아지고

강의 끝나자 마자 총알처럼 집에 오기 바쁜데

-현지니 하부지 퇴근하기 전까지…

이 날은 번역가 김남주씨도 바로 내 뒤에 앉아 있어서

200 페이지도 안되는 이번 책 번역하기

정말 어려웠다…작가랑e메일 질문을 여러 차례했단다…

부럽다 외국어 통달한 사람들…

원서 읽을 수 있는 사람들...

19 Comments

  1. douky

    10/11/2014 at 07:59

    보고 싶은 책이네요….
    읽고 나면 슈만의 음악이 다르게 들릴 것이라니….

    스팅의 목소리, 발음, 톤이 참 매력적이지요?
    11집 ‘the Last Ship’ 두어달 전에 샀는데… 음유시인 같았어요~   

  2. 선화

    10/11/2014 at 10:12

    이미배…허스키보이스의 카수로 알고 있는데 음악학자??
    동명이인 인가요 ?

    밖엘 나가 봐야해서 대충 읽고 갑니다
    추천만 올리고요~^   

  3. 참나무.

    10/11/2014 at 12:37

    오랜만에 줄긋기 하며 읽고있어요
    책은 얇고 작지만 사진도 좋고…슈
    만 음악 좋아하신다면 맘놓고 권하고싶네요
    음반 안산지는 골백년 되었고 요즘은 책도 잘 안삽니다
    그냥 동네 도서관 이용하고 …

    스팅… 좋아한다는 소리도 못하겠네요
    그의 연주만 듣고…사적인 사항은 캄캄 무소식이었으니…
    올린 영상 보며 많이 놀랬답니다
    가만 생각하니 극히 제한된 일부만 선호한 것같네요
       

  4. 참나무.

    10/11/2014 at 12:44

    동명이인입니다…선화님
    특시 슈만 음악에 관한 논문도 많이 쓴 학자구요

    카수 이미배 노래는 넘 잘난 척 한 것같아 나중에 올린거에요
    월요일부터 무겁게 시작하기 싫어서…ㅎㅎ
       

  5. 벤조

    10/11/2014 at 18:11

    여기 오면 배우는게 많아요.
    참나무님 감사~~~

       

  6. 산성

    11/11/2014 at 00:43

    스팅의 노래 아닌 목소리 들으니
    대관령 음악제에서의 안성기씨 생각납니다.
    스트라빈스키 병사의 노래.

    슈만과 클라라,슈만 내면의 풍경
    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되는…

    스팅 아내의 손, 의외로 투박함에도 놀라고요.
    서로를 아주 깊이 이해하겠지요?

       

  7. 참나무.

    11/11/2014 at 05:34

    네에~~ 이미배씨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싶어하던 노래 아닌 목소리 맞습니다
    스팅 부부…슈만과 클라라가 되어…
    얼마나 자신있으면 이런 발상을 했을까 싶네요
    안성기씨 목소리 또한 좋았겠네요

    이번 책은 책 시작 부분 제가 요약한 사육제 날의 그 ‘사건’이 아니라
    실내복 자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흙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슈만의 시선…
    나아가서는 그의 머릿속에 대하여 말하고자 했답니다

    산성님께도 권하고싶어요 이 책…잘만 읽어내면 부조니 평가대로
    "절대 음악에 도달" 했다는 슈만…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도 싶고요?

    저 요즘 sky A&C 보느라 남는 시간이 없어서…
    좀 전에 바로크 서양미술사 아주 재밌게 봤어요.
       

  8. trio

    11/11/2014 at 07:01

    슈만이 몸을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뒤셀도르프의 라인강을 찾아간
    트리오인데 얼른 책을 주문해야겠네요. ㅎ

    "슈만, 내면의 풍경"이라는 멋진 제목과
    스팅과 아내가 재현한 슈만과 클라라의 트윈 스피릿…
    고통과 고뇌로 얼룩진 슈만의 불행했던 삶이 조금은 위로받겠지요?

    책 소개 감사합니다. 참나무님!
    이미배…처음 듣는 이름이예요.

       

  9. 참나무.

    11/11/2014 at 09:10

    트리오님이 보실 책입니다
    만약 이번에 출간된 책 읽고 뒤셀도르프 방문하셨으면
    좀 더 유익한 테마여행이 되셨겠다…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젠 블로깅도 잘 못하겠네요
    정작 올리려는 것 대신 엉뚱한 걸 올리고
    비공개로 할 포스팅이 떠억허니 공개가 되어있고…;;

    바로 위 잡글 말이지요…;;
       

  10. 참나무.

    11/11/2014 at 13:00

    벤조님 답글을 깜빡했네요

    ‘터무늬’ 있는 집에 사시는 벤조님 부러워하며 왔습니다   

  11. dolce

    12/11/2014 at 21:18

    이미배님은 학교 다닐 때 오히려 유명했다고 하데요.
    정말 학굠무대에서 잘 불렀다고요….
    음악 학자로 변신 했는지는 처음 알았네요. ㅎㅎ

    클라라는 사랑을 넘쳐나게 받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남자에게서 열정적인 사랑을 받았으니….

    스팅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됩니다.

       

  12. 참나무.

    13/11/2014 at 01:02

    오래 머무셨네요…
    이 책 추천사와 강의 한분은 ‘아직’ 젊은 슈만 연구하는 교수였고요

    ‘안개…’ 부른이는 연대 가정과 출신 멋진 가수였지요
    연륜도 꽤 되는- 나중에 찾아볼게요..

    스팅은 돌체님이 먼저 시작하셨지요…^^

    오늘 서울은 수능 한파가 여지없이 발동하여 찬바람 씽씽 불데요
    손자 데려 올 때 보니까…
    지금 다시 어린이집에 데려주고…전 수영하러 곧바로 가야한답니다

    오늘도 기쁜일 많은 날 되시길바랍니다
    다녀가시는 분들께도…Hand~~~
       

  13. 참나무.

    13/11/2014 at 01:06

    가수 이미배: 1948년 생이네요- 저보다 한 살 작은…;;
    칸초네 샹송도 참 멋들지게 잘 불렀지요
    곧 눈내리면 그녀 노래 한 번 올려야겠습니다

    아고 지각…허러럭~~~
       

  14. dolce

    13/11/2014 at 05:23

    참….차례를 시 귀절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감동입니다…..    

  15. dolce

    13/11/2014 at 05:24

    네 저의 집사람 선배라서 조금…
    잘은 모릅니다만 멋지게 잘 불렀다고
    왈 …정미조 보다 낫다고 ㅎㅎ

    별루 나이도 많지 않으신데… 전 엄청 많은신 줄 ….ㅋㅋ
    전 우리학교 24회 입니다….

       

  16. 참나무.

    13/11/2014 at 05:42

    슈만, 내면의 풍경…
    얇은책이지만 옮긴이는 어려운 문맥 만나면 잠시 번역일 멈추고
    오래 오래 슈만의 음악에 심취하곤 했다고 밝히데요

    휠더린 시는 계속 수필집의 축이되어 중간 중간 나오고
    글과 어울리는 사진도 실려있어서 슈만의 언어들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슈만의 죽음 안따깝네요 다시…
    ‘그 사건’ 이루 클라라는 슈만과 한 집에 살기가 싫어 바로 이웃 노처녀집에서 기거했는데
    이후 슈만은 정신병원에서 생활할 때까지 2년간 헤어져 지냈다네요
    2년 후 클라라가 찾아가고 바로 2일 후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브람스가 죽기 1년 전에 찾았을 때는 고유명사까지 추측으로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바바바 어버버버’ 이런 표현뿐이 못했답니다…ㅠ.ㅜ

    클라라는 슈만과의 마지막 포옹 잊지못하여
    브람스가 끼일 틈도 없지않았을까…싶었고요…

    음…제 나이를 괜히 밝혔나봅니다…^^
       

  17. dolce

    13/11/2014 at 23:03

    그 호로비츠의 트로이메라이 연주….
    청중에서 눈물 흘리던 몇분을 보여주는 데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답니다.
    떠나있던 조국에서의 마지막 연주….. 가끔 듣곤 합니다….

    슈만의 음악의 클라라의 사랑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었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클라라 올 때까지 기다렸나봅니다.^^**    

  18. 참나무.

    14/11/2014 at 00:08

    안그래도 이미배씨는 눈물흘리는 장면 쪼끔 보여주면서 학생들 얘길 들려주데요
    우리에겐 절절한 그 장면들을 학생들은 ‘저 사람들 왜 울어요’ 그러더라며…;;

    슈만의 우울증 -삶 속에서 만난 무시무시한 죽음 이라 했답니다
    항상 따라다니는 강박강념은 20세 누이의 자살이 주 원인이고
    형과 형수의 죽음으로 우울증은 도를 넘었다지요
       

  19. dolce

    14/11/2014 at 22:13

    ㅎㅎ 그 학생들 정말 몬말리네요^^**

    네 그렇군요
    그런 슈만이 어떤 꿈을 꾸며 그 곡을 작곡했는지 대충 보이네요…
    슈만의 마음이 되어서 다시 들어봐야 겠네요. 고맙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