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을 지나 한기(寒氣)를 건너러.’

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

코끼리는 간다가슴으로 읽는 시 일러스트

들판을 지나 늪지대를 건너
왔던 곳을 향해 줄줄이 줄을 지어

가만가만 가다 보면 잔디도 밟겠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
발아래 잔디도 그늘이 되겠지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속으로 속으로 혼잣말을 하면서
나아갔다가 되돌아갔다가

코끼리는 간다 이 제 니(1972~)

코끼리는 육중하다. 육중한 코끼리가 저벅저벅 간다. 탁 트이고 활발한 들판을, 우울한 늪지대를.

미지의 곳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최초의 곳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어쨌든 코끼리는 간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 속을 혹은 빛의 분수가 솟구치는 정오를 코끼리는 간다.

코끼리는 참 꾸준히 간다. 미안하게 생각할 때에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에도.

그처럼 감정이 내리고 혹은 오르더라도. 코끼리는 진행한다. 코끼리의 마음도 진행한다.

그러고 보면 진행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육중한 몸집으로 모두 다 진행하고 있지만 그 기미를,

그 희미한 암시와 흐릿한 리듬을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보라, 11월의 나무들도 코끼리처럼 간다.

나목(裸木)을 지나 한기(寒氣)를 건너러. – 문태준 시인[가슴으로 읽는 ] 11. 26 (수)


’11월의 나무들도 코끼리 처럼’ 간단다

시 보다 해설이 좋아서 옮길 때가 많다.

오늘도. . .

*

"인생의 午後 즐길 수 있어 감사해

"이해인 수녀 새 시·산문집 ‘…동백꽃처럼’ 발간… 암투병 후 깊어진 영성 묻어나

"아직 살아 있는 것을 새롭게 감사하며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이웃을 보네."

이해인 수녀(69·올리베따노 베네딕도회)의 2011년 첫날 일기다.김한수 기자 –> 기사 전문

부산 광안리 수도원 산책정원 성모상 앞의 이해인 수녀. 그는

“무료급식소에 계셨던 성모상인데 힘들 때면 그 앞에서

자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사진右)


부산 광안리 수도원 산책정원 성모상 앞의 이해인 수녀.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이해인 수녀님이

암 투병 후 두번째 시.산문집을 출간하셨단다

찬트를 듣고 싶은 아침이다

창조절 12째 주일 11월 23일

4 Comments

  1. 도토리

    26/11/2014 at 05:25

    나목을 지나 한기를 건너려…
    11월의 나무들도 코끼리처럼 간다…!!

    저렇게 표현해내는 능력이 부러워요..
    .. 글 좀 잘 쓰고 싶어집니다…
    ㅠ.ㅠ   

  2. 산성

    26/11/2014 at 09:15

    시인,하필이면 코끼리인가 그런 생각 했는데요
    그 육중함이 밀고나가는 것들을 한번 상상해 보았어요.
    문태준 시인의 붙임글이지요?

    해인 수녀님도 벌써 칠순을 바라보시네요.
    아직은 아니실 것도 같은데
    그렇게 저렇게 세월 가지만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감성
    이제는 함께 가고 또한
    짐작 가능한 연배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편안하기도 합니다~

       

  3. 참나무.

    26/11/2014 at 09:35

    그러게요 그런 능력 부럽고말고요
    오죽하면 제목으로 뽑았을까요…

    토리샘은 또다른 능력 있으신데 우실 일은 아니신데….^^
    오늘도 반 바퀴 하고왔어요
       

  4. 참나무.

    26/11/2014 at 09:44

    문태준 시인이 빠져버렸네요…
    현지니 데리러 가기 직전 허둥대던 시간이어서…

    ‘소녀와 영성의 두얼굴’ 홍현표 기자의 글 방금 읽고 왔네요
    동백꽃처럼 지는 일 우리 모두의 바램은 아닐까 싶데요
    전 이해인 수녀님 하면 꼭 떠오르는 장면
    길상사 음악회 때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그 노래 부르신 후
    소녀처럼 부끄러워하시며 쪼르르 달아나던 모습…
    법정스님 생시 때 이야기…저는 그때도 무늬만 불자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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