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왜가리
이른 아침 개울가 밭두렁에 왜가리 한 마리가 외발로 서 있다 서천(西天)으로 돌아가기 전 달마처럼 잿빛 등에는 해진 짚신 한 짝, – 이홍섭(1965~ )
잔뜩 웅크린 채
눈이 채 녹지 않은 허연 밭뙈기를 바라보고 있다
눈이 다 녹으면 그는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왜가리 한 마리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 서 있다. 미동도 없이 한 획처럼. 화살이 과녁의
복판을 뚫고 단단하게 박힌 것처럼. 침묵이라는 과녁의 복판에 왜가리 한 마리가 서 있다.
시인은 그 왜가리를 보면서 중국 숭산의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 좌선했던 달마를 떠올린다.
선(禪)에 통달했던 달마를 떠올린다. 왜가리가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끝에는 눈이 녹지 않은,
응달의 땅이 있다 ( 이 ‘허연 밭뙈기’가 근심과 망념 덩어리로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왜가리 한 마리가 면벽 수행을 하고 있다. 왜가리는 운수납자(雲水衲子)여서 해진 짚신 한 짝
외에는 가진 것이 없다. 두루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는 까닭에 거처를 두지도 않는다. 웬일일까.
저 왜가리의 벽관(壁觀), 저 침묵이 천둥보다 크고 무섭다. 혹독한 겨울의 대공(大空)을 깰 듯하다.
-문태준 시인
"Impromptu, Op. 90 D899 No. 3 in G-Flat Major" by Franz Schubert
정명훈과 서울시향 10년- 김선욱 앵콜곡이었지요
dolce
24/01/2015 at 22:38
어느 순간에 우리는 문득 왜가리가 되곤합니다.
홀로 외발로 서서 눈이 채 녹지 않은 허연 밭뙈기를 바라보며 서 있곤하지요.
병석에서 홀로 왜가리가 되기도하고 좌절해서 왜가리가 돼기도하고
많은 사람 속에서도 외다리로 선 왜가리가 되기도하지요.
그래도 우리가 끊임없이 일어 설 수 있는 것은
내 주위에 있는 하나님이 붙여주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 붙여주신 사람이 되기를 항상 기도해야 겠지요.
참나무님 일어나주셔셔 감사합니다. ^^**
참나무.
25/01/2015 at 12:33
‘줄탁동시’처럼 시(혹은 해설이)절묘하게 가슴으로 읽혀질 때가 있지요
이 날 아침에도 그래서…
주말 아침 라지오 프로 중 ‘송영훈의 my story, my music’ 코너
(첼리스트 송영훈이 진행하는…자신의 경험을 직접 얘기하는 )에 소개된 내용 중 일부…
송영훈씨가 즉석연주로 유명한 바비 맥펄런과 같이 공연 리허설 할 때 즉석연주 않기로 했는데 갑자기 무대에서 ‘즉석 연주’ 하자는 모션을 취하여 진땀을 흘리며 어찌 연주한 줄도 모르게 애를 먹은 후 무대에 내려와 당신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어떻게 매번 즉석연주를 그렇게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맥퍼런의 답은 ‘나를 믿고 연주할 때는 어려웠는데 주와 음악을 믿은 후 부터는 어려움 없이 연주가 잘 되더란 말을 하데요…
오늘 주일 예배 보면서도 아침에 들은 맥퍼런의 경지가 부러웠답니다
돌체님의 신앙심으론 이해가 되시겠지만 …저는 아직이라…;;
감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인연에 감사드리면서…
dolce
26/01/2015 at 01:27
저도 만남에 감사를 드립니다.
예기치 않은 기쁨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오늘 이 음악이 참 좋습니다. 참나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