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아님께- ‘가을꽃’ 정독하신 죄…^^

성북동 간송미술관 外 2004/12/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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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방살이- after 대신 2008/05/25 00:11

1.수연산방

혼자 천천히 그 곳을 다시 찾고 싶었다
혼자이면 여럿이 갔을 때 보이지 않던 많은 것을 볼 수가 있으리란 생각 때문에…
예측한 대로 어제 나는 그 곳에서 펌프도 발견했고 앞마당에 있는 우물과
그 우물에 매달려 있는 함석 두레박도 발견했던 것이다.

고향집의 그것보단 훨씬 작은 모양이었고 일부러 제작한 낌새도 보였지만 뭐 대수겠는가
그 전에 갈 때는 그런 것들이 그 곳에 없었던 것은 혹 아니었을까?

마당 곳곳엔 짙은 자주의 패랭이도 군데군데 피어있었고
하얀 옥잠화도 간간이 내린 가을비를 맞고 함초롬이 피어있었다.

댓돌에는 구두 두 켤레가 보이고…
좀 간격을 두고 나도 그 곁에 신고 온 구두를 벗어놔버렸다.
일상의 분주함과 번뇌까지도 잠시 벗어버리듯…

왼편 아주 작은방이지만 제일 먼저 아….! 하고 한 눈에 들어오는 창호지를 바른 여닫이문…
국화잎과 처음엔 빨간색이었는데 똑 같이 갈색으로 변해버렸다는 주인의 설명으로 알게된 잎들이
바랜 체로 세로로 삐뚤빼뚤 정겹게 붙어있고 유리도 격자창 좀 큰 부분에 달려있었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용목 나비장,

골무 네 개가 있는 자그마한 액자 등이 장식되어있었고…

솔잎차 한 잔을 청하니 유과 두 개도 따라 나왔다.
향기좋은 솔잎차를 반 잔 쯤 마시자 약간 취기도 돌면서

마루 건너편 방의 분명치 않은 얘기소리도 도란도란 들려오고,
어느듯 나도 그림 같은 그 곳 풍경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루에 있는 찬탁, 아래쪽에는 다기 류가 장식되어있고 윗편에는 무서록을 비롯한

이태준의 저서 [별은 창마다] [아버지가 읽는 문장강화] [불멸의 함정] 등의 책들이 쌓여있었고
휘문고보를 중퇴했지만 실질적으로 현대문학에 끼친 지대한 공헌과 후진양성등으로
휘문인의 긍지를 높혀준데 대한 감사로 돌에 새긴 명예졸업장도 묵직하게 무게잡고 세워져 있었다.

상허 이태준선생은 여주인의 외증조부 였다는 사실도,
혼자여서… 조용한 시간 이여서, 물어볼 수 있었겠지…

그런데 마루에 웬 커다란 마시마루 방석?
나에게 이런 집을 한 번 맡겨보시지…
괜한 시건방을 마음으로 한번만 떨기도 하면서…^^

(… 중략…)

날짜: 2003/10/26 05:50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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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 수연산방 다실에서….

가을 꽃에 실었으면 더 좋았겠지요

엮인 글도 참조하셔요~~

이웃 공개했으면 좋았을 걸 ..

교아님은 이웃 제로…모두가 이웃이셔서…^^

6 Comments

  1. 참나무.

    02/09/2015 at 02:39

    예전 잡글 다시 읽어보나 고칠 데가 한 두군데아니어서
    부끄럽지만 …그대로 올립니다…폰트체만 바꿨어요…

       

  2. 교포아줌마

    02/09/2015 at 05:26

    참나무님
    제가 죄…. 가 많습니다.
    기꺼이 읍하고 벌 받겠습니다.

    더 중형으로 때려주소서….

    이태준의 가을 꽃을 정독하다니요. 감히.

    세월 참 좋아졌네요.

    외증손녀의 집

    참나무님 손에 끌려 그 언젠가 처럼 혼 빼고 다니는 시간들.

    옥잠화, 패랭이 비맞고 있는 뜰

    댓돌 위에 저도 신발 벗어 놓고요.

    국화꽃잎 바른 여닫이문 반쯤 열고 앉아
    참나무님 하나 나 하나 골무 하나씩 끼고

    솔향나는 차 마시며
    바느질 합니다.

    흘러가는 젊은날 한 때의 이상이 진화되지 못하고 북녁 모진 땅에서 스러져간 문장의 천재를
    생각하며 도란도란 나누는 가을비속의 대화.

    감사합니다.
    참나무님

    이곳
    바람불고 툭툭 비 듣는 밤
    성북동으로 훨훨 날아가서 참나무님이랑 노는 시간

    조블의 기적이지요.


    묵은 떡은 냉동고에서 꺼내어 보온 밥솥에 넣으라시던 조언

    맛있게 잘 쓰고 있습니다.

    지금쯤 현진이 동생이 세상에 태어났을 수도 있겠어요.

    순산
    기도합니다.^^*   

  3. 참나무.

    02/09/2015 at 05:43

    네에~~기도 덕분에 자연분만으로 잘 태어났답니다
    병원이 며느리 친정 근처라 저는 오늘 자유롭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서울오시면 제가 꼭 수연산방으로 모실게요
    솔차도 한 잔 하고…근처 최순우 고택… 심우장…
    그리고 야매로 눈썹 문신한 아주머니가 말아주는 맛난 잔치국수까지…^^

    고맙습니다…
    이제 손주 여섯 할머니 되겠네요…

       

  4. 교포아줌마

    02/09/2015 at 06:02

    축하드립니다.
    이제 마음놓고 굿 나잍^^* 손주 여섯 복 많으신 할머니~
       

  5. 산성

    03/09/2015 at 02:37

    기쁜 소식이 숨어 있었네요.
    축하드립니다.
    현진이가 찬밥되는 순간은 아니겠지요?^^
    새 아가 건강하게,
    산모도 산후 조리 잘 하길 기도해 드립니다~

       

  6. 참나무.

    04/09/2015 at 09:12

    첫 시련이겠지요…
    산모도 아기도 건강하게 퇴원하여 오늘은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답니다
    메르스 이후 아기는 면회도 어렵다니 아직 오누이 상면은 전화와 동영상으로만 했고요…
    탄생 순간 보여줬더니 ‘괴물’ 이라해서 웃었네요

    이후 사진은 보고 ‘아기 귀여워’ 하긴 하는데
    뭐잖아 질투의 화신이 되겠지요…^^

    기도 고밥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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