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질 녘

추석 특집이라고 유난히 어머니 아버지에 관한 시

고향이 들어가는 노래랑 연주를 참많이도 듣는다

나이 불문하고 가슴 찡해지는 단어들이다 모두

세음에서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통씩 읽어준다.

지금은 장모님께 파스가 되겠다는 사위의 편지다

아까 4시 노날시간대엔 박형준 시인의 시가

6시 세음 시간엔 정희성 시인의 시가 흘러

하릴없이 찾아본다

꼭꼭 눌러쓴 어머니의 편지

냉장고 보약해다 노왓으니
낸비다 뜻뜻하게 뒤먹어라
형준아 너며살리야 이십세가 넘머
지면 철도 다러가는데 굼구 잠이나
자고 집안 엉앙이고 더러우워
볼수가 업구나 어머니는 올때마닥
실망이 되는구나 멋시든 생활력도
강하고 악기야한다말리지 썩키 버리고
그리서 업는 살립이 엇덧케 살럴가
어머니가 하나님계 가슴조리면서도 기도
하지만어머니는 심장이 상하여 울울짐나서
견델수가 업서 제발 어머니 말좀 드러라

– 박형준의 ‘저녁의 무늬’ 중에서

아버지의 안경 / 정희성

돌아가신 아버님이 꿈에 나타나서
눈이 침침해 세상일이 안 보인다고
내 안경 어디 있냐고 하신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나는
설합에 넣어둔 안경을 찾아
아버님 무덤 앞에 갖다놓고
그 옆에 조간신문도 한 장 놓아 드리고

아버님, 잘 보이십니까
아버님, 세상 일이 뭐 좀 보이는게 있습니까
머리 조아려 울고 있었다

2 Comments

  1. 순이

    29/09/2015 at 10:57

    추석연휴 바쁘셨지요?
    새아기는 잘 자라고 있지요.
    산모도 회복이 잘 되구요?
    참나무 언니도 건강하시고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
       

  2. 참나무.

    29/09/2015 at 12:21

    산소엔 잘 다녀오셨나요 순이님은?

    박형준 시인의 어머니 이야긴 몇구절 더 있었지요
    ‘밥굶지말고..사표쓰지말고…’

    어느 날 병원에서 환자복이 축축한 걸 발견하고 시인도 놀라고…
    어머닌 문어채로 창피함을 표하셨는데…시대를 잘 타고나셨으면
    틀림없이 시인이 되셨을거란 술회도 하지요…

    문득 제 어머니 편지를 모두 없앤 게 아쉽기도했답니다
    글씨도 예뻤고 …편지를 참 잘 쓰셨거든요
    은방울꽃을 눌러 편지에 동봉하시고

    추석이 추억을 더듬게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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