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의 냉담한 공기…

유리창

누군가 또박또박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누군가 내 눈을 감기고 누군가 내 입에 재갈을 물린다
엄청난 우레도 지나가고 잔잔한 미풍도 흘러갔다
얕은 계곡과 녹색 잎사귀들이 비스듬히 햇빛 쪽으로 기운다
어떤 후회나 흔들림도 없이
누군가 또박또박 내 밖으로 걸어 나간다

누군가 나를 응시한다, 아주 우호적으로 한 무리 양 떼가 지나간다
나는 읽힌다

―송종규(1952~ )

Famous Blue Raincoat – Leonard Cohen

우리는 바깥과 매순간 마주하고 있다. 바깥은 스쳐 가지만 때로는 우리의내부를

유심하게 살피고 때로는 영향을 끼친다. 가령 싱싱한 아침의 한 잎사귀, 잘 익은 들판,

햇살, 붉은 한 알의 사과, 가을밤의 냉담한 공기 등은 우리와 마주하면서 우리의

내부영향을 끼친다. 이것들은 우리를 읽고,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그러고 보면 유리창 너머의 풍경은 매우 입체적이다. 또한 또렷하고 정밀하다.

또박우리의 내부로 걸어 들어왔다 또박또박 걸어 나간다.누구에게나공평하게

객관적으로 우리를 읽는다. 마치 이 가을이 우리 모두에게 고르게 작용하듯이.

출처: [가슴으로 읽는 시] 유리창 2015. 10. 12 (월) 시인 문태준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추억: 조병화 詩. 김성태 曲 mezzo sop. 백남옥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아~ 아~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여름 가고 가을 가고
나물 캐는 처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산에
아~ 아~ 이 산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4 Comments

  1. 푸른

    13/10/2015 at 03:49

    우리나라말은 관찰자에따라
    사실과 감성적 묘사를 세밀하고 깊이있게 하기엔 최고인것 같아요.
    다른나라 말은 잘 모르지만요..ㅎ
    참나무님 잘 지내시는것같아 감사합니다.
    현지니 어린이집도 잘 적응할거라 믿습니다.
    귀연 동생도..얼마나 이쁜지요..
    현지니가 조블에서 컸는데..아쉬워요..^^~

    네이버 이사가시는 집 주소 한번 더 알려주세요..

    가..
    ㅇ..ㅡ….ㄹ

    유쾌한 하루 되세요~~   

  2. 참나무.

    13/10/2015 at 05:51

    우리나라 말은 詩를 쓰기 좋은 언어라하지요
    참고로 영어는 사업하기, 불어는 사랑하기에 적당하고
    독어는 철학에 어울린다고 …이번 한글날 즈음 방송으로 들었네요

    특집(라지오)도 있었지요 시에 물들다/ 노래에 물들다…
    가곡을 계절별로 들려줘서 새삼 좋더라구요…
    만약 외국살이였으면 얼마나 애틋한 시간이었을까… 이러며 즐감했지요

    이보세요 ‘즐감’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니
    세종대왕님이 요즘 세태를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실까싶네요
    독립된 언어가 없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잘 사용해야하는데…저부터도 이러니..;;

    말씀 듣고 보니 현지니는 조블에서 큰 거 맞습니다
    이번 주일 내내 혀지니랑 노느라 바쁘네요
    오늘도 새 유치원 적응기간이라
    9시 반에 가서 11시에 데려왔지요…

    P.S:
    코헨…대낮에 듣기 넘 우울해서 가곡으로 바꿉니다

    네이버는 돌보지않아 폐가나 마찬가지…
    그래도 물으시니 알려는 드리겠습니다만
       

  3. 푸른

    13/10/2015 at 06:15

    네이버에 지금 다녀왔습니다.
    아…
    역시 여기가 좋은데..;;
    왠지 저도 네이버가면 썰렁하여 그냥 문은 닫아 놓았답니다.
    뭘 한번 바꾸기가 이리도…ㅡ.ㅡ;   

  4. 참나무.

    13/10/2015 at 08:15

    괜한짓거리같아 방치상태라…죄송합니다

    첨엔 애들 사진이나 올려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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