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성수동 간판 이야기가 올라와서 스크랩합니다 대부분 가본 곳, 지나다니면서 눈여겨보던 간판과그래티피, 반갑네요 그래도 안 가본 곳 두 곳(윤경양식당, 커피식탁)가보려고, 글쓴이도 동네 사람이라 소개를 잘 해주셔서 . ..
우리 동네, 성수동 간판 – 글 노유청 ( 옥외광고 전문지 ‘사인문화’ 편집장 )
성수동이 변하고 있다. 사인문화가 성수동으로 이사했던 2009년 당시만 해도 공장중심의 지역이었지만, 이제 흥미로운 곳으로 바뀌었다. 성수동으로 이사한다고 하니 친한 선배 기자는 서울의 디트로이트로 가느냐며 놀려 대기도 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성수동의 이미지는 그랬다. 실제로 한동안 봤던 풍경도 그랬으니까. 자동차 공업사와 크고 작은 공장들. 서울의 디트로이트라는 표현은 은근히 적절하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성수동은 마냥 공장만 있는 동네가 아니다.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 아기자기한 느낌의 밥집, 공방 등등. 간판과 익스테리어 그리고 창문 안으로 보이는 흥미로운 실내장식인테리어까지. 걸으면 걸을수록 재밌는 동네다. 이런 성수동을 보고 모 잡지매거진 에서는 서울의 브루클린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덕분에 그 지면과 담당 에디터는 아직도 네티즌들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지만…
브루클린 정도는 아니어도 이제 성수동이 흥미로운 동네가 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서울숲역 뒤편은 마치 일본의 한적한 마을처럼 좁은 도로에 자그마한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각자 개성 넘치는 개인 가게로. 길거리 전체가 일종의 아카이브인 셈이다. 가게와 간판은 마치 아카이브를 채우고 있는 작품 같다는 느낌이 든다. 괜히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고 싶은 길. 이는 디자인이 가져온 변화고, 독창적인 개인 숍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그야말로 성수동에 ‘힙’이 터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간판에서도.
변화하는 성수동을 상징하는 듯한 카페 성수의 간판. 입구에 채널사인을 살짝 올려 둔 듯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카페 성수 에서는 쿠킹클래스, 시 낭독 등 흥미로운 문화행사도 열린다. 간판개선사업을 하는 지자체를 방문할 때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은 "간판 개선을 통한 도시 이미지 제고"다. 하지만 결과물은 솔직히 한심한 경우가 많다. 똑같은 크기와 형태의 채널사인. 어디가 어디인지, 도무지 무엇을 하는 집인지도 알 수 없는 간판. 이러한 획일성은 결국 인위적인 힘으로 끌어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결국 독창성이자 개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니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성수동은 정말 독창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카페, 공방이 생기면서 주인장들이 자신의 개성을 담은 간판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성수동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이는 디자인이 가져온 흥미로운 변화다. 물론 아직도 공장이 많고 성수동의 이미지는 패셔너블 보다 인터스트리얼에 가깝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에 자꾸 디자인을 덧칠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성수동이 홍대, 연남동, 경리단처럼 자본의 공습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건 공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오래된 성수동, 이른바 공장촌. 소비지향과 생산지향 공간의 적절한 조화가 만든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23일 성동구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자치조례(관련 기사 http://www.huffingtonpost.kr/2015/09/24/story_n_8186956.html)를 발표했다. 이런 정책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성수동의 재미는 아마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재밌어지는 성수동의 간판을 모았다. 매일 출근하면서도 무심하게 지나쳤던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간판을 들여 봤다. 하나하나가 놀라운 재발견이었다. 재미있는 성수동의 간판에 대하여… 윤 경양식당, 윤경양 식당, 윤경 양식당. 띄어쓰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재미난 가게 이름. 패브릭 소재에 식당 이름을 출력해 마치 현수막을 걸어 두듯 구성한 간판이 이색적이다. 윤경양 식당은 최근 들어 자주 가는 곳인데, 전혀 두드리지 않은 두꺼운 돼지고기로 만든 돈가스가 진짜 제 맛이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커피식탁은 최근 들어 가장 자주 가는 커피집이다. 민트색 페인트를 칠한 익스테리어 위에 간결하게 배치한 철제간판. 너무 깔끔한 맛에 자꾸 눈이 가는 간판. 왜 커피식탁이란 이름을 지었느냐고 사장님에게 물었더니 음식을 통해 이야기하는 공간이 식탁인 점에서 착안해, 사람들이 모여 커피와 차를 두고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커피식탁엔 사람이 항상 넘친다, 사장님의 인스타그램에도…
아이니드 팩토리와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은 최근 변화하는 성수동의 느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최근 ‘힙’하다는 성수동 왔다 감!"이란 인증샷을 SNS에 남기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 물론 인증샷 때문만은 아니다. 공방과 카페, 최근 성수동이 왜 ‘힙’한지 알 수 있는 요소를 보고 즐길 수 있기에.
흥미로운 말장난, 서울숲 파이. 수프와 파이를 파는 가게와 바로 옆에 있는 서울숲을 묘하게 엮은 언어유희다. 작은 간판이지만 안 쳐다보곤 못 배길 흥미로운 구성. 그리고 파이와 수프가 진짜 맛있어서 최근엔 간판과 상관없이 일주일에 두어 번은 평균적으로 찾는다.
플레이앤드는 카페 같지만, 자동차 튜닝숍이다. 이른바 서울의 디트로이트라는 성수동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일을 하는 공간 중 군계일학이다. 간판과 익스테리어가 너무 훌륭해서 지나다닐 때마다 자꾸 쳐다보게 된다. 검은색 바탕에 플레이앤드라는 상호만 간결하게 구성한 채널사인 형태는 낮보다 밤에 봐야 예쁘다.
촬영을 진행하는 사이에 새로 생긴 빵집 밀도. 식사를 뜻하는 단어 meal의 알파벳 ‘m’을 식빵 모양으로 표현한 것이 재밌다. 그리고 온도를 표현하는 기호를 배치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로고를 만들었다. 빵 온도인지 밀도인지. 뭐든 상관없다. 빵이 맛있으니까.
샐러드, 수제 요구르트, 주스를 만들어 파는 앨리스 보울.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모두를 화이트톤으로 구성하고 익살스러운 서체로 설치한 간판이 인상적이다. 주문과 동시에 착즙 기계를 돌리고 마지막으로 패킹까지 해서 내오는 사장님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자그마한 주스 공장을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Seong-Jin Cho – Piano Concerto in E minor Op. 11 (final stage of the Chopin Competition 2015)
도토리
12/11/2015 at 04:57
어쩌면 그냥 지나쳤을런지도 모르게 조용하게 표현한 간판들인데
이렇게 눈여겨 볼 수 있게 하시니 호기심 충만입니다.
다음에 성수동에 가게 되면 서울 숲 파이에 우선 들러보고 싶습네당…^^*
참나무.
12/11/2015 at 13:28
글쓴이가 성수동 주민이라 간판이야기만 쓴 게 아니고
직접 다녀보며 쓴 기사라 보관하고싶었어요…
서울 soup, 파이가게는 오래 전에 가봤고요
‘커피 식탁’은 어제 어렵게 찾았답니다
한 번도 안가본 골목이어서 …
돌고 돌고 또 돌고 ‘링반데룽’이 생각나더랍니다…쯧
근데 주인장이 참 맘에 들어 자주갈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