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전후

‘낼 아침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근 며칠간 잘 때마다 든 생각이다.

음력 10.18일(11.29)

시어머님 기일 지난 후 맞는 새 날

다시 맘을 바꾼다

‘오늘은 또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까’ 로

#

우리동네 우리집에서 가차운야채가게엔 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통용된다.

야채가 워낙 싸서 너나 없이 자주 들리는 곳이다

경동시장(역시 카드불가)에서 제삿장 보고 난 이후여서

현금은 없는데 깻잎과 도라지 시금치등 야채 몇가지가빠졌다.

지갑 안에는 천원짜리 몇 장밖에 없어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며 손전화 안쪽

비상금 5만원을 믿고 해질 녘 다시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4천원이 모자라 할 수없이

미안하다 그러고5만원을 건냈다

오후라 괜찮다 하며 4만 6천원 거스럼을 받았다.

그 다음날 또 잊은 게 있어서 현금을 챙기니

6천원만 보이고 4만원이 안보이는거다.

그 날 입은 바지,검은 파카 주머니 지갑까지 다 뒤져도 안보인다.

혹시 흘렸나 내 방 대청소까지 해도…

거스럼 받은 건 생각나는데

도대체 4만원은 어디로 갔을까

혹시 야채가게에서 흘리진 않았을까? 맘이 자꾸 가는 거다.

뭘 잃어버리면 엄마 치마밑까지 살핀다는 말도 있듯…

꺼림직하여 허퍼삼아 다음 날 또 빠진 게 있어서

야채가게 들러 물건을 사고 난 이후

많이 망설이다

"혹시 4만원 계산대 책상에 흘리지않았을까요"여차저차 설명했다.

일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인데 마침 오빠가 있었다.

그는 아주 느긋하게

"흘릴 수도 있지요. 다른 사람이 집어갔을 수도 있고…"

늘 바쁜 가게여서 다른 사람 계산 후 CCTV를 한 번 보자 했다

(아니 이런 가게에도 그런 게 있었나?)

나는 왠지 CCTV 돌려보면 바닥에 떨어진

구렁이 알같은 내 돈 4만원이 찍혀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시간을 물었다.

골목길 걸으며 ‘세음’ 들으려고 시간맞춰 나갔기 때문에

5시 40분 전후라 정확히 말했다

이리저리 한참 돌리더니

"저기 이모 나왔네요"

이 가게에서 내 호칭은 언제부터 이모였다.

잔뜩 기대를 하고 눈을 고정.

화면에 짜안 폭탄이 나타났다

돈 주고 받는 장면도 나오고…

그런데 학실히(YS요즘 생 난리여서)나는 거스럼 4만 6천원을

한꺼번에 받고 호주머니에 넣는 장면까지 두어 번 되돌리며 보여준다.

내 예감처럼 떨어뜨리지도 않았고…;;

"아 죄송해요 학시히 받아 넣었군요"

"괘안해요 이런 일은 ‘서로가’ 개운해야되지요"

(출세했네 CCTV에 찍힌 이모)

그나저나 어디서 흘렸을까

세음 듣느라 손전화 꺼내면서 골목에서 빠졌을까

벼라별 생각 다 들었지만

할수없지…더한 일도 있는데 …

맘을 고쳐먹고

이후엔 애통해 할 시간조차 없었으니…

그런데 오늘 아침 다른파카 호주머니에 4만원이 들어있었다.

그날 내가 입은 파카 색도 검정에다 비슷한 다른 거였던 것이었다.

오늘 돈 4만원벌었다. 이 어찌 좋은 일 아니겠는지.

#

피카소가 스페인에서 파리로 이주했던 가난했던 젊은 시절,

몽마르뜨 언덕 허름한 방 한 칸

이름하여 ‘세탁선'(방은 30개 화장실은하나 뿐인)

그도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해서 이사한 한 달동안은

동네 주변을 자세히 열심히스켓치했단다- 그래서… 이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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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데 갈 수 없을 때는 이런 일화들 떠올리며

우리 동네 성수동 수제화 골목에서 잭슨 폴록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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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 않은 매.난.국.죽 동양화 그래티피까지 만나다니!

– 난은 왜빠졌을까…건너 편 벽엔 소나무에 학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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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니 지 아빠랑 잠시 장난감 사러 나간 후

할부지께 또 잊어버린 거 사달라고 부탁한 후

-내 건망증 해마다 달라진다

제꾼들 들이닥치기 전,

나 혼자 가진 커피타임

마들렌 많이 사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우리동네 커피타임 마들렌은 매 번 다른갑다

어떤 날은 녹차 이번엔 초콜렛-요담에 또 가봐야지

왜그리 많이 사느냐 묻지않는데도 한 마디 했다

"마들렌 잘 굽던 친구가 얼마 전에 죽어서…"

"아… …."

-나이든 표시하느라 수다스럽긴… ㄴ ㅈ~~

여타튼지간에 나의 이런 씰데없는 시간들 때문에

우리세대가 마지막일 우리집 제사를

한 번 치루고 나면 몸도 마음도 훌쩍 늙어버린 것 같은 제사를

치뤄내는 건 아닐까…

6 Comments

  1. Flora

    30/11/2015 at 04:02

    저도 어제 동네마트 갔다가 우유하나 사고 지갑을 두고 온 사건이.
    아침에 이 냥반이 찾아다 주었는데 밤새 간이 완전히 쫄았어요.
    아들이 미국서 처음 집에오며 인턴해서 돈 모아 사다준거라 ~~
    안보이니 더 소중해지는 것 깨달았지요 ㅎㅎ   

  2. 바위

    30/11/2015 at 10:14

    그건 하낫도 잘 못 된기 아입니더.
    사람이 살다보모 그런 추억거리 맻 게씩은 갖고 있지예.
    너무 신경 쓰지 마이소. 다부 거기 더 나뿌답니더.

    저도 글을 올리다봉게 우떤 음악이 나왔는지 잘 모리겠네예.
    헨델 ‘라르고’ 맞지예? 그 정도는 기억합니더.
    참나무님, 힘 내이소.
    지도 한 오 년 안에 고향, 그것도 요새 테레비 자주 나오는
    명석면 ‘비실마을’ 가서 살라고 생각하고 있십니더.
    마누라가 같이 안 가모 지 혼자라도 갈랍니더.
    그 동네가 요새 텔레비를 탔는데 ‘연꽃마을’이라 쿠네요.

    말이 많았습니다.
    편안히 쉬십시오.    

  3. 참나무.

    30/11/2015 at 14:53

    아드님 잘 키우셨나봅니다.

    요즘 올려주시는 여행사진들 열심히보고있어요
    특히 홋가이도 풍광들…다시 그립더군요

    지갑 카드 손전화 등등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놀라는지 말도못합니다 저는…^^
       

  4. 참나무.

    30/11/2015 at 15:06

    시골생활 좋고말고요
    우리도 일년에 두어 번 …
    선산 다녀올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랍니다.

    오늘 말씀하신 기타 연주곡 제목 몰랐는데
    Y-tube 찾아보니 우리가 젊은 시절 많이 듣던 곡이데요

    고향사투리 참 정겹습니다.
    위로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5. 바위

    01/12/2015 at 09:03

    엊저녁 식사하면서 몇 잔 비웠지요.
    취중에 참나무 님 방에 들러 씰데 없는 소릴했네요.
    그냥 가슴에 담고 있었던 소립니다.

    죄송합니다.
    이해해 주시니 더욱 감사하고요.
    행복한 저녁시간 되십시오.    

  6. 참나무.

    01/12/2015 at 09:49

    가끔 취타도 해야 인간미가있지요…^^*
    동시대… 동향이라 공감가는 일이 많아 다행이다싶답니다

    멋진 저녁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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