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풍월당:머레이 페라이어 만남’인터뷰 전문

최성은 10월 23일 오후 4:21 ·

말은 사라지고
글은 여행한다….�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하길 바랍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이 보여주세요
보람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풍월당 최인선 씨. 유승일 선생님. 권미선 씨
수고많았습니다.
그리고 유니버설 뮤직. 크레디아의 협조가 없었다면
이 소중한 자리는 없었습니다.
진행을 도와주신 김주영 선생님…. 멋지게 해주셨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월 22일 오전 11시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를 만났습니다.

어느 시의 한 구절을 읽는 것만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또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촬영한 영상을 보고 글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좋은 공연, 좋은 음반을 위해 함께 걷는 크레디아와 유니버설 뮤직 덕분에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미처 통역되지 못 했던 부분 포함하여 감수까지 마친 내용을 올립니다.

풍월당 특별한 만남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 Q&A

Q. 풍월당에서 청중들을 만나게 된 소감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A. 이곳에 오게 되어 굉장히 신나고,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Q. 바흐 이야기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로 프랑스 모음곡이 출시됐습니다. 바흐 연주를 많이 해오셨고, 명반들을 내오셨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3번째 모음곡 시리즈가 완결된 것이 참 반가웠습니다. 영국 모음곡, 파르티타에 이은 3번째로 프랑스 모음곡 작업을 하셨습니다. 사실 영국 모음곡이 시작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 동안에 바흐에 대해 시각이 변모된 점이 있으셨나요?
A.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빼놓으셨네요. (청중 웃음)

Q. 모음곡 중에서만요.
A. 아뇨, 기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음악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는지에 대해 묘사하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복잡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보는 주요한 점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곡 전체를 하나로 본다는 것입니다. 나누어 조각조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요. 하모니가 결국 어디로 가는가를 이해해야 하죠. 우회하는 길이 있고, 많은 길들이 있어 다소 복잡한 과정이에요. 하지만 이것이 스타일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타일도 신경 쓰죠. 저는 하프시코드를 2년간 공부하면서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저는 역사적인 흐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음악을 보다 큰 범주에서 보는 것이 음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그렇다면 하프시코드를 공부하신 것은 바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셨습니까?
A. 네, 바흐를 잘 연주하기 위해 하프시코드를 공부했습니다. 음악은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건반을 치는 것이 아니죠.
셈여림 표현이 어려운 악기인 하프시코드로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많이 연구했습니다.
인간이 말을 할 때는 큰 소리도 내고 작은 소리도 내는데, 프레이징이나 음악도 같은 겁니다. 표현을 바꾸고, 어떤 때는 레가토(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연주)를 많이 사용하고 어떤 때는 적게 사용하고, 루바토(자유로운 템포)를 사용하고, 템포를 바꾸거나, 노트 이네갈(Notes inégales), 즉 같은 음가로 기보된 음표라도 모든 음표를 같은 음가로 치지는 않는 것 등을 하프시코드로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셈여림 없이도 가능하죠. 그것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피아노를 칠 때 팔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하프시코드는 손만 사용하기도 하고요. 이런 모든 점이 바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영국 모음곡, 파르티타에 이어 이번에 녹음하신 프랑스 모음곡이 있는데요, 각 모음곡마다 해석을 조금 달리 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의식적으로 해석을 다르게 한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모음곡이 영국 모음곡, 파르티타에 비해 좀더 가볍긴 합니다. 파르티타는 오케스트라와 콘서트에 좀더 적합하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영국 모음곡이 영국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이 세가지 모음곡은 전부 프랑스 모음곡이고요. 영국 모음곡이 영국 모음곡이라고 불리는 것은 영국인이 이 곡에 후원했기 때문이죠. (청중 웃음)
기본적으로 프랑스 춤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폴로네이즈’는 폴란드, ‘에어’는 영국의 곡이지만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 등은 모두 프랑스 춤곡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모음곡이 다른 모음곡과 다른 점은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는 점인데요. 좀더 가볍지요. 다른 춤곡들은 극적인데, 영국 조곡 2번은 보다 이태리적입니다. 프랑스 춤곡은 참 섬세하죠. 이 곡들은 대개 3성부인데 어떤 때는 2성부입니다. 참 아름다운 점은 이 곡이 그가 그의 아내에게 결혼선물로 줬다는 겁니다. 그녀의 공책에 썼죠. 그의 아내는 가수였는데, 하프시코드를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이 곡은 레슨곡이었던 겁니다. 참 아름답고 감동적인 곡이죠. 파르티타 같이 어렵진 않지만 그 부드러움이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순수한 감정이 필요하거든요.

Q.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메인이 되는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 소나타 전에 하이든, 모차르트, 브람스 세 작곡가의 작품들을 연주하실 텐데요. 특별히 베토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이 작품들을 고르신건가요?
A. 프로그램은 함머클라비어와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했습니다. 우선 작곡가를 먼저 정하고 그 다음에 준비작업을 했습니다. 고전시대 작곡가로 베토벤의 스승이었던 하이든을 먼저 정했습니다. 또 베토벤은 모차르트에게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베토벤이 모차르트를 위해 연주했을 때 모차르트는 “이것이 바로 미래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하죠.
제가 연주하는 하이든의 곡은 제 생각에 모차르트에 대한 것입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죽은 뒤 2~3년 후에 작곡된 것입니다.
하이든이 사랑했던 젊은 애인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이 곡은 위대한 사람에 대한 곡이고, 나는 그 것을 음악 속에서 느낍니다. 이중변주곡이고, F 장조 부분은 모차르트가 연주하는 것을 추억하는 것 같습니다. 참 화려하죠. 하이든이 모차르트를 인간으로서, 작곡가로서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연주할 모차르트 곡은 굉장히 극적인데요, 이 곡은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작곡한 곡입니다. 그 때의 감정을 곡 전체에서 느낄 수 있고요. 느린 악장에서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직접적인 표현을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것은,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사람이 죽는 것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그것이 내 어머니가 될 줄은 몰랐다”라고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모차르트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충격이 되었는 지 볼 수 있는 일화지요. 2악장 중간파트 경우에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묘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브람스를 선택한 것에 대해 얘기해보죠. 브람스가 많은 작곡가들의 스케치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에 사람들은 스케치를 공부함으로써 작곡가가 그것을 어떻게 곡으로 발전시켰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스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브람스는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 스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함머클라비어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특히 3도 하강부분이 그 점을 나타냅니다. 브람스의 마지막 악장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브람스의 경우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헨델, 바흐 등 모든 작곡가들의 영향을 받았고, 그가 마지막 관계점인 것 같습니다. 베토벤 이전의 두 작곡가와 베토벤에게 영향을 받은 브람스의 곡을 미리 연주함으로써 함머클라비어를 듣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적절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베토벤 소나타 중에서도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는 굉장히 큰 작품이고 대위법이 많이 쓰인 작품입니다. 바흐를 계속 연주하고 공부하는분으로서 바흐의 대위법이 베토벤 대위법을 연주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까?
A. 네, 어느 정도는요. 베토벤의 대위법과 바흐의 대위법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어느 일부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바흐의 대위법은 굉장히 부드러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반면 베토벤의 대위법은 상당히 거칩니다. 구약의 선지자처럼 자신이 할 말만 거칠게 내지르는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길고 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고, 그 안에서 질문을 던졌다가 또 답을 합니다. 같은 하모니 안에서요. 하나의 테마 안에도 드라마가 있습니다. 3도 하강하고 자연스러운 선이 있는 바흐와 다르죠. 베토벤에는 또 이상한 조성들이 있어요. 바흐의 조성변화는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지는데 베토벤은 D 플랫 메이저, b 마이너 등등 메인 조성과 동떨어진 조성들이 있어서 더 극적이고, 간혹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그래서 바흐와 베토벤의 대위법이 참 다릅니다.

Q. 헨레 판 베토벤 소나타 악보 편집을 작업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손가락 번호 등이 무척 독창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헨레의 요청으로 수년째 지속적으로 작업 중입니다. 핑거링 외에도 연구를 많이 합니다. 스케치를 공부하고, 당대 관련된 자료들도 공부합니다. 그 과정에서 참 흥미로운 발견들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10개를 마쳤고 12개가 남았습니다. 작업은 다소 느립니다. 계속되는 투어 일정 때문에 더 빨리 하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발견 중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월광 소나타에 대한 부분인데요. 많은 학자들이 “월광 소나타는 달빛과는 상관이 없다, 만들어진 이야기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최근에, 10년도 채 안된 일일텐데요, 한 경매에서 밝혀진 사실이 있습니다. 월광 소나타가 작곡되기 직전에 베토벤이 쓴 메모인데요. 독일의 한 음악 잡지에 흥미로운 기사 뒷면에 “또 하나의 에올리언 하프를 사야겠다”고 쓴 메모입니다. 에올리언 하프가 뭐냐 하면, 바람이 하프의 현에 닿아 소리를 만들면, 신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풍월당 각주: 실제로 에올리언 하프는 아이올로스(바람의 신)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바람은 자연이니까요. 모두가 매료됐죠. 그 기사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젊은 연인이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 달빛만 있는 행성에 간다는 내용이죠.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에올리언 하프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부분을 베토벤이 월광 소나타에 표현한 겁니다.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발견된 것입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원고들을 구해 관련된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의 의도가 무엇이었는가 등을 알기 위한 스케치들도요.

이미지: 사람 1명 , 정장, 실내

Q. 개인적으로 28번 소나타 작품번호 101번 감수하신 것을 구입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 대학 입시때도 풀리지 않았던 것을 이번에 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 오, 잘 되었네요. (청중 웃음) 마디수가 잘못 표시된 것들을 교정했던 것이 있습니다.

Q. 학생들을 키우거나 가르치는 일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학생들 교육에 얼만큼 관심이 있으신가요?
A. 네, 지금도 마스터클래스 형태로 전세계를 다니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어요. 다음 해에도 줄리어드에서 1주간 마스터클래스가 예정돼 있습니다. 종종 영국 등 다양한 곳에서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려운 문제죠. 피아노 전공하는 학생들을 만났을 때 어렵다고 느낀 점은 재능의 부족도, 감정의 문제도 아닙니다. 심지어 테크닉은 거의 놀라울 정도죠. 문제는 전반적인 이해입니다. 베토벤이 모차르트를 공부할 때 우리는 그가 공부하며 표시한 메모가 있는 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 대위법, 코랄과 현악 사중주를 위한 보이스리딩을 어떻게 배웠는가 하는 세세한 자료가 있습니다. 근데 이것을 아무도 안 가르칩니다. 감정으로 연주하라고 가르칩니다. 물론 감정으로 연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음표가 어떻게 전개되고, 화음이 무엇인지, 불협화음이 무엇인지, 불협화음의 결과는 어떤 것인지 하는 것들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것은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진지하게 1년 여의 긴 시간을 통해 가르쳐야지, 한 두 번의 마스터 클래스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베토벤뿐 아니라 하이든과 헨델, 바흐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모든 자료가 있습니다. 이것들이 중요하고 교육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곡 당시의 환경을 가르쳐야 합니다. 바흐의 음악에는 종교라는 것이 기저에 깔려있고, 베토벤에는 계몽사상과 깨달음이 큰 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학문’으로서의 음악교육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피아노나 느낌, 다이나믹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반적인 교육과 문화적인 교육은 한 두 차례의 마스터클래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장시간을 통해 교육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울러 20세기 이후 작품 연주에 대한 구상이 있으신지 알고 싶습니다.
A. 2번째 질문부터 답변 드리자면, 상당히 어려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20세기 작품들을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배우고 알고 탐구하는 데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리게티 에튀드를 공부하는 데 몇 주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장시간에 걸쳐 베토벤, 브람스, 모차르트 같은 클래식 음악 전체를 아우르고 싶은 마음이 있고, 이에 매료돼있습니다. 아마 제 시간의 대부분을 이에 쏟을 것입니다. 일단 베토벤 소나타를 마치고, 바흐의 평균율, 하이든의 소나타를 완성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제 다음 프로젝트는 함머클라비어 녹음입니다.

Q. 선생님의 손으로 리게티의 에튀드가 연주 된다면 정말 독특하고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살짝 부탁을…
A.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청중 다함께 웃음) 흥미롭긴 하지만, 제가 연주하게끔 만드는 무언가가 없습니다.

Q. 오늘 긴 시간이었는데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월요일 연주회도 잘 마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A. 감사합니다.

감수: 풍월당

P.S:

https://youtu.be/gbhwCfkcwf0?list=RDgbhwCfkcwf0  <–

Murray Perahia performs Beethoven’s “Hammerklavier” Live 2016

2 Comments

  1. 지나

    23/10/2016 at 21:54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의 블로그에 모셔 갑니다…

    • 참나무.

      23/10/2016 at 22:32

      지나님도 서울 계셨으면 참석하셨을텐데…
      마침 오전 시간이라 참석할 수 있었답니다
      밑줄치고싶은 부분 많았는데
      이렇게 상세히 올려주신 풍월당 참 고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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