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나뉘어라,정미경 작가가 하늘나라로?

오늘 늦게 정미경 작가 소식을 알았네요

참 많이 좋아했던 작가였는데…

 [밤이여,나뉘어라]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었지요

지인들과 가끔 나누던 얘기도 생각납니다

‘ 김병종 화백은 그림보다 글이  더 좋더라’

‘둘 사이 연애시절 오가던 편지도 굉장했다지…’

작년 연말부터 새해까지 예술계에 한  획은 그은 분들

별세소식을 유난히 많이 들었지요.

감히 그녀 독자라 우기며 지금까지 제가 한 일은

제 포슽에 몇 번이나 그녀 이름을 올렸을까,

문득 궁금하여 찾아보니 8편이나…

오래된 포슽이라 이미지는  다 사라지고

글씨도 다닥다닥… 도즈흐 다 읽어낼 순  없고

그 중  밤이여, 나뉘어라  이미지<img…> 들이

유난히 많아 도대체 뭘 올렸을지 제가 궁금해서

김병종화백 이후 행보 기대하며살려내봤습니다

– 다닥다닥은 그냥 두고…;;

  • 제목 : 3. 윤이상 , 정미경 & Munch  

2006 이상문학상 제 30회 대상 수상작<밤이여,나뉘어라>-정미경

Teile Dich Nacht(밤이여나뉘어라)소프라노와 실내앙상블을 위하여

샘플음악(5분)먼저 클릭

수록음반(4번째 트랙)
Thre epoems by Nelly Sachs for soprano and chamber ensemble
Dorothy Dorow(soprano),
Ensemble Intégration Saar brücken,Hans Zender

윤이상 작곡 연주 ‘밤이여 나뉘어라’

음반까지 찾아올린 모양인데 물론 들리진 않습니다

아래는 밤이여 나뉘어라, 중 일부 직타한 듯합니다

뭉크 작품에 관한 탁월하고 예리한  묘사가  다시 생각나네요

작품 속에 나오는 그림들과 뭉크의 방 <절규> 시리즈들

제가 찾아가며  곳곳에 심은 것같습니다

#사춘기

…낯선사람들의시선앞에서파리한소녀의눈빛이불안하게흔들린다. 발가벗은소녀는두팔을늘어뜨려벗은몸을가리려하고있다. 이미몸에서움트는 관능의기운을감추기엔팔이너무가늘다. 오므린무릎 벌리면,비릿한 첫생리혈을흘리며울음터뜨릴것만같은소녀… M이 옆에서중얼거린다.

“난,이게 뭉크의 자화상 이라고 봐”
“그래?”
“일생을 신경쇠약과 죽음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린
뭉크의 표정이저러지 않았을까

(…중략…)

…삶의 모퉁이에서 가끔 M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럴때면 M의 얼굴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그녀의 긴 팔이다.

흰 반소매 교복 아래 칠센티 쯤보이던…

 

#마돈나

마돈나는그러니까.내마누라가마돈나야
벗으면똑같아절정에이르게해주면
꼭그런표정을짓는다니까?
(…중략…)
P는입을길고동그랗게벌린채눈을
부릅뜨고는두손으로 귀를틀어막는다. 
아아,소리지르듯목을길게뽑으며.
벌린입을쳐다보고있자니내귀에만
들리지않는절규가실내에가득찬것같다.

M은 못본척하고 설거지를 하고있다.
매혹적인 인형극의 무대 뒤를 우연히 보아버린
어린소년처럼 나는 발바닥이 간지럽다.
(…중략…)

낮에 들렀던 그 미술관에 도난사고가 있었다한다. 
<절규>와<마돈나>,두점을 가져갔는데, 
한낮의 미술관에서 총기를 든 그림 도둑들은
순식간에 그림을 떼어내서 그야말로 
절규하는 관객들 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한다. 
너무도 유명해서 팔지도 못 할 그림을 왜가져갔을까

욕망과 어리석음이 없다면,
세상은 클라이맥스없는 흑백의 무성영화같겠지.

 

#절규

“<절규”>는 왜없지?”

실내를 둘러보며 나는 그 그림을 찾아보았다. 

“<절규>는,많아.”

<절규>는, 많아. 그말은 어쩐지 비장하게 들린다.

<절규>가 많다니. 마지막 방에 이르러서야,

M이<절규>는 많아,  라고 한 말이 무슨뜻인지 알았다.

하얗게 칠해진 채 관람객을 위한  나무 의자 하나 없는

그 방은 온통<절규>의 방이었다

(…중략..)

교실만한 그 방엔 모두<절규>시리즈로 채워져있다.

단색판화.  혹은 채색판화 .

조금씩 색채의 톤이 다른 회화 작품,

큰 <절규>,작은<절규>,그리다 만<절규>. 

무채색의<절규> 붉은<절규>,검은<절규>, 

희미한,손바닥만한, 고막을 찢을듯한, <절규>….

한순간, 나 역시 그림 속의 그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 귀를 막고싶다

그 방은 너무 날카로워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않는

고음역의 절규로 가득 있는 듯하다

(…중략…)

정말 견딜수 없을땐,차를 달려서

내가 여기서,누구 앞에서 울겠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늘 울었어. 

소리내어 엉엉울면서,

붉은 신호등 앞에선 브레이크도 밟으면서,

눈물이 턱에서 모여 허벅지가 뜨뜻해지도록

뚝뚝 흘러내리는데, 지나가는 사람은 없나,

 좌우도 살피면서, 그렇게,

그래도 살겠다고 운전을 해서 저 길을 다시 돌아오는거야.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1863.12.12~1944.1.23)

어디서우울음소리가드들려
겨견딜수가없어나난말야
토토하고싶어울음소리가
끄끊어질듯끄끊이지않고
드들려와

야양팔을벌리고과과녁에서있는
그런부불안의생김새들
우우그런치욕적인과광경을보면
소소름끼쳐다다달아나고싶어

도同化야도童話의세계야
저놈의소리저우울음소리
세세기말의배후에서무무수한학살극
바발이잘떼어지지않아그런데
자자백하라구?내가무얼어쨌기에
 
소소름끼쳐터텅빈도시
아니우웃는소리야끝내는
끝내는미미쳐버릴지모른다

우우보우트피플이여텅빈세계여
나는부부부인할것이다.

2006 이상문학상제 30회 대상수상작<밤이여.나뉘어라>-정미경

프롤로그 같은 작가의 글 본문의 行 그대로

마져 쳐올립니다어감이 이상하네…;;

오랜 세월 머나먼 독일땅에서 평생을 살다간 윤이상.

그는 처절한 조국 상실의 심정을,북구에 망명중이던 유대 시인 넬리작스의시

<밤이여,나뉘어라>에 곡붙여,불멸의 음악시극으로 남겼다.

내가 이 시극에 집착하는 까닭은,그 음울한 외침과도 같은 발성과,

신경을 긁어대는 듯한 불협화음에서,이 작중 인물들이

면에서 자아내는 절규를 들었기 때문이다.

 

덧부처 텍스트의 장본인 넬리작스(NellySachs1891∼)시집

‘Teiledich Nacht'(밤이여,나뉘어라) 에 나오는 시 3편 같이 올립니다

1.DieseverschTu”r(굳게 닫힌 문)

그뒤에서는끔찍한일이벌어졌다
너는그뒤에서무슨일이벌어졌는지를본다.
너의두눈은네몸에서떨어져나와있는가?
아니면이미죽음속에있는가?
죽음은열려있고?
비밀들은그뒤에비로소살아있다.

2.VormeinemFenster(내방창밖에서)

지저귀는새
말라붙은창밖에서
지저귀는새
너는그새를본다
너는그새소리를듣는다

하지만다르게
나는그새를본다
나는그새소리를듣는다
하지만다르게
똑같은태양계안에서
하지만다르게

3.TeiledichNacht(밤이여나뉘어라)

너의빛나는두날개는
경악으로떨고있다.
나는이제떠나려하고
네게피비린내나는밤을
돌려주게될것이기에

2006이상문학상  작품집에수록된

<밤이여,나뉘어라>는 10페이지에서48페이지까지의

짧은 단편이지만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나서 포스트 올리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읽었습니다

(1인칭 주인공 직업은 영화감독)

점섬이란 단어가 공인된 문학작품에도 나오는구나…첨 알았고

뭉크의 절규는 여러 다른 수많은 절규랑 한 전시실에 따로 있구나…도 알았고

미스테리 같은 실화를 자연스럽게 영입한 부분도 절묘했고…

한 여인을 추억하는데 얼굴보다

흰 반소매 교복아래 칠 센티 쯤 보이던 긴 팔이 될 수도 있다는

작가의 눈이 신선하고 예리하다 느끼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포스트 잇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이 부분은 왜 붙였지?

다시 떼어 다른 귀절에 붙이기도 하면서…

역시 冊을 읽어야겠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좋은 게 많아서

전경린 함정임 김영하 등등…

어울리지않게 오전 내내 창 열어둔 채

독서삼매에 빠져 이제사 정리하여 올립니다

P.S:

윤이상샘 자켓들입니다

하릴없어 보이지요.

어쩌겠어요…

오래 전부터 자켓그림 찾아보는 것도 취미였거든요

흉 보셔도 할수없습니다

-2007.3.8 참나무.

8 Comments

  1. 초아

    19/01/2017 at 21:09

    저는 몰랐어요.
    돌아가신줄을 이곳에서 알게되었어요.
    올려주신 3편의 시를 읽으며,
    그분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57세 나이가 더욱 슬프게 합니다.

    • 참나무.

      19/01/2017 at 21:41

      특히 ‘밤이여, 나뉘어라’
      뭉크 작품해석을 정미경작가보다
      더 예리하고 특별나게 묘사한 글
      ‘저는’ 아직 못만나서요
      정말 안타까운 나이지요..ㅠ.ㅜ

  2. 데레사

    19/01/2017 at 23:17

    김병종 화가의 화첩기행을 즐겨 읽었거든요.
    아직도 한창의 나이인데 돌아가신 분도
    남은 분도 다 안타까워요.
    부디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 참나무.

      19/01/2017 at 23:35

      ‘생에 있어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의 아름다움’
      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는 수상 소감도 참 인상적이었지요
      60도 못채우고…한창 무르익을 때 떠났으니
      문단의 손실도 클테지요
      가족이야 말할 것도 없고…
      *
      (이미지들이 정신없어 본문 정리하는 중에 다녀가셨나봅니다
      답글이 두 개 달려서 하나는 지웠어요~~)

  3. 최 수니

    19/01/2017 at 23:43

    2006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밤이여 나뉘어라 는 정말 잘 쓴 소설이지요.
    저도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정미경 작가 아직 젊은데 돌아가셔서 안타깝습니다.

  4. 참나무.

    20/01/2017 at 07:16

    ‘장밋빛 인생’도 꽂혀있네요. 책을 많이 정리했는데도…
    ‘밤이여…’읽기전까지 윤이상 작곡 사실도 전혀 몰랐고
    ‘절규’ 방이 따로있는 현지 미술관 가고싶어 잡글을 남겼나봅니다
    작가들은 참 고맙지요

  5. 김수남

    21/01/2017 at 23:08

    네,참으로 공감 되는 글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남은 가족 분들과 또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고인이 미처 이루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이뤄갈 수 있어지길 기도합니다.

    • 참나무.

      22/01/2017 at 08:42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의 아름다움’에 관한 글들
      수남님도 꼭 쓰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은 많이 추운 주일 아침…
      *
      늦게 다녀가셨네요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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