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Paul Gaugu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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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많은 예당, 느긋하게 하나만 보고 한가롭게
5시 공연을 보나 좀 바빠도 3시 시작하는 박환 화백
특강도 함께 열리는 갤러리 쿱 보고 가나… 망설이다
예당 전시들은 기간이 널럴하니 후자를 택했다.
구정도 끼어있어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이고
당일 3시 하루 뿐인 특강이 궁금해서…
한 가운데 테이블엔 주인공이 앉아계시고
작은 갤러리지만 다른 주일 보다 관객들도 많았다.
영상물 비춰질 공간 남기려고 작품 둘은 내려져 있었다.
우면산 칼바람 때문인지 남부터미널 내려
빙판길 걸을 때는 어께까지 시렸다.
앞서가는 사람 넘어지는 광경을 두 번이나 목격해서
‘추운 날 나가지말라’는 아들 말이 생각나 바짝 긴장하고
걷다보니 어제 저녁엔 다리가 후덜거리기도 했다.
서두르지않고 조심조심 다시 가려면 여유를 두고 나와야 해서
강의 중간에 나오는 결례 범하지 않으려고 큐레이터에게
대강 시간을 물어보니 30여분 정도 될 예정이라 해서
안심하고 작품들 찬찬히 둘러보고 맨 뒷자리에 앉았다.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게 하는 것이다”
– Paul Klee –
강의 들어가기 전 모두가 궁금해 하는 그림그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먼저 보여주고 간단한 소개후
“아무것도 안보여 몇 분이나 오셨는 지 몰랐는데 박수소리 들으니 많이 오셨네요”
로 말문을 여셨다.
“그의 작품은 가난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헌사이다”
-서성록 평론 중 –
간단한 집안 내력과 어린 시절엔 탈곡기 날카로운 칼날에
넘어져 피를 얼마나 많이 쏟았는지 요즘은 차로도 30여분 걸리는
예전 양평 소도시에서 목사셨던 아버지가 업고 달려
병원에 도착했을 땐 온통 피 범벅, 의사는 외상보다 심장병이 더 시급하다며
어른도 생존률 10%(?) 인데 아이들은 더 희박하다는 걱정을 먼저 하셨단다
더 중요한 일은 먹는 걸 아주 조심해야한다 해서 근 몇 년간을
종지만 한 소량으로 견뎌 완쾌했던 이야기부터 군대 이야기까지
꽤 오래 해 주실때는 30분을 훌쩍 넘기고 4시가 넘어가고있었다.
“모든 예술가들은 자신의 영혼에 붓을 담가 자신의 본성을 그림으로 그린다”
– Henry Ward Beecher –
아버님도 군 복무시 교통사고로 별세, 3남 1녀 중 형과 아우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집안 소개도 더 하신 후
드디어 그림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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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전시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중 접촉사고로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차를 다 부쉰 후에야 겨우 신체를 꺼집어 낸 대형 사고여서
완전히 실명을 하게된 내력까지 차분하게 설명하셨다.
원래 동양화 전공이셨지만 서양화로 전환하여
실명 전에는 주로 어두운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실명 이후 그림이 밝아졌다는 거의 일대기를 얘기해 주신거다.
시각장애자가 그림을 그린다는 소문이 나서 어느 날
모 T.V 에서 방송 의뢰가 들어와 처음엔 거절하다
비싼 물감(램브란트 튜브 1개 3만원)값이라도 벌자 하고…
근 2주간 출연했는데 우리들께 질문을 하셨다.
출연료를 얼마 받았겠느냐고…
관객 중 남자 한 분이 한 100만원 선? 했는데
어이없게도 30만원, 상품권을 받으면 50만원이라해서
할 수없이 상품권을 받은 이후 타 방송국 에서도
출연 제의가 여러 번 들어왔지만 다 거절하셨다고
밝은 모습으로 재미나게 설명해주셨다.
설명 없이 그냥 작품만 보면 도무지 시작장애
1급인 분의 그림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입체감이 살아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필 대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풀 먹인 실과 흙,
청바지천을 이용였으니 자연스러운 마티에르 효과를 낸 것같았다.
작품들은 하나같이 고된 창작과정은 긴 시간과 피나는 노력의 결산물이었다.
예당 먼저 안가고 참석한 일은 말 그대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작품 한 점 못산 게 못내 아쉬웠지만
부디 많은 사람들 가 보고 또 많이 팔려서
남은 시간 더 멋진 작품활동 하셨으면 좋겠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가는 실, 두 번 꼬은 실,
세 번 꼬운 실을 풀로 붙혀 스케치 역활를 하고
물감 색 구별은 각기 다른 그릇으로 …
흙을 바르고 청바지 천을 잘라 물감 칠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붓 대신 손으로 위치는 핀을 꽂아가며…
실 꼬는 일은 어머니(84세)가 해 주시고
그림 ‘그’자도 모르는 여동생이 어디까지 칠했는지 도와주다
지금은 완전히 혼자 작업을 하신다 했다.
지퍼가 마치 창 같은 작품, 자세히 보면 실이 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붙어있는 설명문
실명작가 박 환 특별전
2017. 10.19 ~ 10 31
갤러리 쿱
‘갤러리 쿱’을 가야하는 이유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