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기고…

김덕용 : 결 – 달이 흐르다 / 2011 나무에 단청기법 80.5 x 80.5 cm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일부, 15~16p
  •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동네 미장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안도 타다오 기사가 있어

읽고 있는데 이어폰에선 낯익은 詩句가 흘렀다.

집에 와   다시 시집 펼치며 올해가 타계하신 지 몇해인지 궁금해져

블로그 검색해 보니  1주기 때가 2009년 5월경이었다.

더 자세히 보니 5.5~5.24 갤러리 현대 강남점

시집에 수록된 나무판에 그림을 그린 김덕용화백의

낯익은 작품들과  자개를 입힌 신작들도 같이 전시됐었지 아마?

포스팅 일자가 5.5  어린이 날인데 전시 첫날 다녀왔나보다

출판소식 듣자마자 산 시집인데 누구에게 빌려줬는지 이후 보이지 않았는데

지난 주일 안형수 콘서트  중간에 뜬 시간이 있어서  들린 알라딘 헌책방,

찾는 책을 없었고 우연히 눈에 들어와 다시  산 헌 책이다.

4,500원…딱 절반값, 혹시 내 책?

우연을 기대하며 급히 펼쳤지만

그런 대단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뜻대로 된 건 별로 없다. 시도한 건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회를 잡기 위해, 그리고 기회를 잡은 뒤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진했다고 했다. 안도는 ‘성공 스토리’란 건 없다고 했지만, 그 치열함은 ‘성공의 비결’이다. 코바나컨텐츠 제공

안도 타다오 기사까지 동아닷컴으로 꼼꼼하게 읽었다.

최근에 인터뷰한 내용까지 상세하게  나와있었다.

얼마 전에 다녀온 르 코르뷔지에: 4평의 기적

때문에 기사내용이 쏙쏙 스며들었다.

…안도는 르코르뷔지에를 일컬어 건축가이면서 화가이기도 하고, 조각가이기도 하고, 작가이며 사상가라고 말한다. “아마 500년에 한 번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의 건축가와 미켈란젤로 다음에 르코르뷔지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건축가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그들은 위대합니다.”

원문보기:<–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건축물들. 흰색 기둥과 연못이 함께해 신전 같은 느낌을 주는 이탈리아 패션회사 베네통의 연구센터 ‘파브리카’. 빛과의 조화라는 안도의 건축 철학이 드러나는 서울 혜화동 JCC 재능문화센터, 지면에서 솟은 게 아니라 땅에 숨은 듯이 어우러진 일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위쪽부터). 동아일보DB

그런데 신문기사엔 제자들과 같이 만든 르 코르뷔지에 건축 모형을

이번 한국전에 무료로  100개 보냈다는데 예당 별관엔 왜 50개만 전시되었을까?

안도 타다오 인터뷰처럼  ‘성공스토리’란 없고

치열함이 ‘성공의 비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치열함 하니 주일에 만난 안형수 콘서트 장면이 금방 떠오른다.

그도 오른 손에 마비가 와 꽤 오랜  침체기 그쳐

부단한 노력 후 요즘은 별 무리없이 연주 생활한다던…

 

20170312_160318

 

라이브 무대에선 처음 본 그의 연주 자세가 참 묘했다.

기타를 거치대에 세워두고 서서 연주하는 모습이라니…

거치대 때문에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본 콘서트 (탱고 12곡)  연주 이후  앵콜 전에 설명을 했다.

당신 건강에 하루 5시간 27분 이상 앉아  있는 건 무리라

의사들이 충고해서 연구해 낸 방법이라고…

모두 박수를 다시 쳤다.

 

 

앵콜로는  ‘겨울 나무’와  ‘섬집아기’

KBS 라지오로도 자주 듣던 서정적인 연주라 더 반가웠다.

어제 저녁엔 밤늦도록  안도 타다오, 르 코르뷔지에,  박경리

안형수까지 연달아 떠올라 자정이 넘도록  잠들지 못했다.

001

눈이 온전했던 시절에는
짜투리 시간
특히 잠 안 오는 밤이면
돋보기 쓰고 바느질을 했다

여행도 별로이고
노는 것에도 무취미
쇼핑도 재미없고
결국 시간 따라 쌓이는 것은
글줄이나 실린 책이다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 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 바느질,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30 p

2 Comments

  1. 데레사

    14/03/2017 at 08:09

    박경리 선생님 초기작 표류도를 꿰매고 붙이고
    너덜너덜 해 졌지만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제 버리고 갈것만 남아서 홀가분 하다는 말을
    나도 해야될 나이에 이르렀음을 새삼 느낍니다.

    • 참나무.

      14/03/2017 at 09:22

      박경리 선생님과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참 많답니다.
      엄마랑 진주여고(옛날엔 일신)동창이라
      따님인 영주씨가 추린 유고시집인 이 시집은
      시라기 보다 힘빼고 술술 들려주시는 옛 이야기 같아서요.
      지금 아침 마당 보다 들왔어요
      박 모세 기적의 소년…정신연령 3세 대학생
      세상엔 참 감동 스토리가 많기도 하네요
      사진 한 컷 담았어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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