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다른길도 다녀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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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잘 안 다니는 길도 다녀봐야겠습디다. 수영 마치고 단골 카페에서 커피 일잔하고 돌아오는데 멀리서 보이는 노랑 따라 발길을 옮겨봤지요. 근데 노랑 사이사이 뭐가 달려있습디다. 가까이 가서야 산수유 붉은 열매가 바짝 바른 채 꽃과 같이 매달려있는 걸 알게 됩니다. 봄꽃 필 때, 또 가을 열매 맺을 때 느끼는 경이로움과 이율배반적 절망감을 산수유나무들 보자마자 이중으로 저격당한 기분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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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무슨 사건일까요. 바로 곁에 청매 한 그루가…하여 씰데없는 생각들을 모조리 없애버리더군요. 어떻하면 잘 나올까…요리조리 담느라 온 신경 쏟느라. 그래봤지 별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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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오늘 이러구 있을 때가  아닌데…내일 오전 참 오랜만에 1박2일 준비도 해야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될지 생각이 하낫도 안나는겁니다. 일단 집 청소는 현지니 하부지가 잘 해줘서 괜찮지만…빨래까지  어제 다 했고…제일 문제는 어지러운 내 방, 굴러다니는 리플렛들 또 서랍장까지 모두 정리해야 떠나는 못된 버릇이 있거든요. 석달 장기여행도 아니면서… 여행전문가처럼 준비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떠나진 못한다는거지요. 네 맞습니다 평소에 정리 정돈 잘 못하는 거 들켰습니다.일단 정신없는 바느질꺼리도 한 몫하구요. 요 며칠 담아 둔 사진들도 …덩치에 안어울리게 작은 꽃을 좋아하는 게 문집니다. 들꽃사진 전문가들처럼 망원렌즈도 없는 주제에…그냥 습관처럼 찍어댄 거라 억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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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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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도 정말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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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노랑 냉이꽃도 있어서 잘 담으려했지만 오히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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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낮은 민들레는 문들레라 부릅니다. 윤동주 시집 초행본엔 문들레로 되어있거든요. 달이 연상되어 괜히 또…3월 한 달 내내 윤동주 시인을 벗어나지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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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오는 길, 보도와 인접해 있는 경비원 아저씨들 공간. 딱 한 번 노랑 비닐 장판 입힌 식탁에서 커피 마시는 장면 보면서 만약 빵봉지이라도 있어서 저런 시간  건내드리면 얼마나 좋을까…허지만 그런 기회는 좀체  오진 않더군요. 우선은 편히 커피타임 하실 시간들이 없는 분들이고…(바로 곁에  여러 개 서 있는  싸리비라도 담았으면 제 말이 더 실감날테지만…) 무엇보다  제가 빵이라도 들고 다니다 마주칠 확률은 더 희박하더란 말이지요…어제 빨아 널어 논 걸레랑 장갑, 완장을 보며 백중기 화백 그림볼 때처럼 그냥 찌잉~~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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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피는 꽃은 없다지요. 당분간은 여리디 여린 이 청매 한 그루 곁을 지나다닐 것같네요. 아마도 꽃이 다 질때까지?  살아온 길도 이처럼 가고싶을 때 갈 수 있으면 얼마나좋을까만…휴우~~~그나저나  할  이야기 또 하나 더 올리고 가야겠는데, 어쩌지요. 서랍장 정리 끝나면  저녁에 혹시?

The Hours Complete Soundtrack OST by Philip Glass

오늘 서랍장 정리하며 들을 BGM:
The Hours Ost, 미니멀리스트 필립 글레스 작곡한…
-영화만큼 출연배우(특히 줄리언 무어)도 음악도 좋아해서 몇 번 올렸지요

4 Comments

  1. 수선호이

    30/03/2017 at 06:00

    문들레가 마음에 들어오네요..
    사람은 고여있을 때도 있는데
    꽃과 시는 흐르는 거 같아서요^^
    ..
    일상의 가까이 스며든 풍경들 고맙습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

  2. 수선호이

    30/03/2017 at 06:00

    스며든..수정이 안되네요^^;

    • 참나무.

      01/04/2017 at 12:20

      오타 신경쓰일까봐 제가 고쳤어요
      뭐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건 신경쓸 겨를이 없어
      그동안 답글 못올렸네요…죄송~~^^

      • 수선호이

        01/04/2017 at 15:00

        고맙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잘 하시기에
        그냥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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