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회관 대극장 가열 123번

“칠순역을 지나면서 제가 했던 일을 정리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스터, 프로그램, 기타 자료들을 보냅니다. 영인문학관에서 잘 보관하셨다가 언젠가는 날 잡아 전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

김영태 (1936∼2007) 시인이 생전에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영인문학관은 화가이자 작가로서 독특한 예술적 경지를 보여줬던 김 시인 10주기를 맞아 그를 회고하는 전시를 마련한다.(… )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의 김 시인은 그림과 글, 무용평론을 넘나들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였다. 아무렇게나 흘려 쓴 듯하지만 개성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글씨체에는 그의 호에서 따온 ‘초개눌인체(草芥訥人體)’라는 별칭이 붙었다. 초개눌인은 ‘지푸라기처럼 보잘것없고 어눌한 사람’이라는 뜻(…)

강 관장은 “김 선생의 편지는 문학사적 가치를 낳는다. 이 전시는 한 예술가에게 바치는 우리 문학의 오마주”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6.9(‘예술가에게 바치는 오마주’ 요약 )

#영인문학관 제 39회 기획전시

  • 제목 : 김영태의 편지들 – 문인교신전Ⅱ
  • 기간 : 20176.16() – 7. 12()

참고: 영인문학관 http://www.young-in.kr/

짧은 글, 깊은 사연
– 문인 편지전 –
2007. 9.7~9.22

김영태 시인 타계소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주기라니…암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마지막 기간을 자료 정리로 보낸 예술가시다.

장르별로 기증자를 정하고 자료를 정리하여 기증하면서 삶의 마지막, 아까운 시간들을 보낸 것이다.

나도 올해 칠순. 시인처럼 병중은 아니지만 정리할 게 뭐있을까  뒤돌아 보니 전도서 일부만 떠오른다.

영인문학관에는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ㅊ지들…기력이 모자라 한꺼번에 못하고, 석 달에 한 번씩 보낸 자료들이 이번에 대대적으로 전시되는 모양이다.

1 년에 두어 번 활발한 기획전들을 해 온 영인문학관, 전시소식 받으면 오프닝 공연 때 가급적이면 다녔는데 이번 6월 16일은 1박 2일과 겹쳐 가질 못했다.

  • 대학로에서

• 전시명 : 미완의 릴레이 (Unfinished Relay)
• 전시기간 : 2017.5.26.(금)-7.9.(일)
• 전시장소 :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
• 초청작가 : 뮌(김민선, 최문선)

이동식 놀이동산 Travelling Funfair, 메탈구조물, MDF, EVA, 모터, LED라이트, 가변크기, 2017

바리케이드 모뉴먼트 Barricade Monument, 6채널 영상, 사운드 11분, 2017

대학로는 자주 다니는 편이다. JCC아카데미도 한달에 두어 번은 가니까. 나간 김에 아르코 미술관도 들린다. 전시실 1. 들어서자마자 몹시 어두운데 뭔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2전시실 역시 어두워 사진 한 장 담지못했다. 화면 6개가 둥글게 설치된 작은 방 모니터에선 젊은이들이 아지못할 각기 다른 행동을 보이는데 예습을 않아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계단 오르내리며 엉뚱하게 김영태 시인의 *문예회관 대극장 가열 123번 시가 생각났다. 우연인지 집에 돌아 와 전시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번 10주기 전에선 이병주, 최인훈, 이청준, 김승옥, 최인호, 마르께즈 등의 탁월한 캐리커쳐들도 볼 수 있고 마종기 시인과 평생 주고받은 160통 정도 편지글도 양쪽에서 모두 간직하고 있어서 전시된단다.

요즘 평창동 일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전, 지난 번에 못 가본 키미아트&카페 도 가보면 좋으련만 연일 폭염 주의보라  칩거 중이다.

사진들은 모두 2007년 문인 편지전에서 담은 건데 본문에는 사진이 하낫도 안보이고 편집 들어가  파일 찾아 올렸다.

 자화상

*문예회관 대극장 가열 123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저는 춤 보러 가서
극장 맨 왼쪽 통로에 있는 자리…
가열 123번에 앉아 있습니다
춤 공연이 있는 날
그 자리가 비어 있으면
누구든 고개를 갸우뚱할 것입니다
춤 보러 오는 늙은이가 결근했나보다고
보통 저녁나절
저를 만나시려면 그 자리에 오시면 됩니다
30년 넘게 저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요
보는 것도 業이지요
제가 보이지 않는 날
나의 누이들 중 누구 하나가
꽃다발을 그 자리에
놓고 가는 게 보이는군요
말없이 그가
세상 뜬 저녁에

– 김영태시집 :그늘 반근
문학과지성 시인선 242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 *가열 123번은 언제나 극장 측이 비워 준 김영태선생의 지정석이었다. 예측하신대로 2007년 김영태선생 타계 후, 그 자리에는 늘 시들지 않은 꽃다발들이 놓여졌다.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보통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

내가 그리는 사물의 대상은 국한되어 있다. 피아노를 그리기도 하고 발레 포즈를 그동안 수없이 많이 그렸다. 나는 내가 그린 피아노를 ‘걸어 다니는 피아노’라고 가끔 말한다. 남들도 내 그림을 보고, ’저 피아노는 걸어가는 것 같다!’ 라고 웃는다.

나는 요즘 무용을 보러 다니고 무용평도 쓴다. 프로포숑을 자세라고 번역 할지? 나는 발레리나의 포즈를 피아노만큼 그렸다. 한동안은 토슈즈만 그린 적도 있다. 철저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만 찾아다닌다. 나는 보통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이 세상을 떠날 때 무언가 내 흔적을 남기고 싶다.

– 草芥 김영태 소묘집 <잠시 머물렀던 幻影들> 1970. 열화당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시,
여러 번 올려 죄송하지만

김영태   – 과꽃

과꽃이 무슨
기억처럼 피어 있지
누구나 기억처럼 세상에
왔다가 가지
조금 울다가 가버리지
옛날같이 언제나 옛날에는
빈 하늘 한 장이 높히 걸려있었지

김영태 시집:누군가 다녀갔듯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295

2 Comments

  1. 데레사

    20/06/2017 at 18:30

    과꽃을 읽으며 나도 기억처럼 세상에 조금
    왔다가 갈텐데 정리를 해야지 합니다.
    편지나 일기는 다 없앴는데 사진을 아직도
    갖고 있네요.
    자식들 소름끼치지 않게 줄여줘야 하는데
    이놈의 미련때문에… ㅎ

    건강 하십시요.

  2. 참나무.

    21/06/2017 at 09:03

    정리하는 일이 참 어렵지요
    시인처럼 기증할 것도 없고,
    대부분 버려야할 것들 뿐인데도…
    .
    예년보다 더위가 훨씬 앞당겨진 듯하지요
    여름 초입인데 걱정이 앞섭니다
    어찌 소일하시나요…
    저도 비 오시는 날만 기다리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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