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부임 발령을 받고 가족 모두 인도로 오게 되는 경우, 인도학교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 게 현실인 것 같다. 그간 숱한 학생들이 인도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이나 여타국가로 상급 교육을 받고자 되돌아간 사례들이 많이 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담자 입장에서 보자면 학부모가 가진 정보가 부재하거나 단편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1.인도 학제와 국제 학제에 관한 이해
인도만이 가진 생소한 여러 학제들이 공존하기에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건 사실이다. 이에 부연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인도 학교가 퍼블릭스쿨(Public School)이라고 명기되어 있어서 공립 학교로 생각하기가 쉬운데 이는 사립 학교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공립학교식 개념은 거번먼트 스쿨 (Government School)이라고 하는데, 주로 저소득층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아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형편이다. 모두 인도 학제 하에서 공부한다.
또한 학교명에 ’인터네셔널’ 혹은 ‘월드’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학교들이 많이 있는데, 무조건 국제학제로 운영하는 학교는 아니고 상당수의 학교들은 인도 학제로 교수하거나 국제학제와 병행하여 교수한다.
인도 학제로는 CBSE, ICSE가 대표적이며, 국제 학제라 함은 IGCSE, IB 등을 들수 있다.
델리 및 근교의 대다수 공립과 사립학교들은 인도학제인 CBSE (Central Board of Secondary Education)를 따르며 ‘보드시험’(우리로 치면 수능 시험)을 10학년, 12학년 말에 치른다. 10학년 끝나고 치르는 수능시험이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중압감과 두려움을 준다하여 몇 년전 수능대신 내신으로 대체하였으나 최근 다시 수능시험을 치르도록 하자는 논의가 있다. 12학년들은 매년 3월 한달 기간동안 며칠간격으로 한과목씩 주관식 수능 시험을 치른다.
또 다른 인도학제인 ICSE (Indian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는 캘커타나 뭄바이의 여러 학교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델리와 근교에서는 대표적으로 스리람학교와 스코티시 하이학교가 선택하고 있는 학제이다. 수학, 과학, 영어가 CBSE보다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어려운 편이라는 얘기가 있다.
한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국제학교란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라는 학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로서 IB 학제는 디플로마(학위취득)과정과 써티피케이트(과정수료) 코스로 되어 있다. 11학년에 시작하는 2년과정으로 리써치와 분석등 실용적 학습에 치중한다. 영어권과 유럽권 대학에 진학하는데 플러스요인이 있기에, 학부모들께서 학비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IB학제의 국제학교를 선호한다. 우드스탁을 비롯하여 아메리칸 앰버시 학교가 대표적이다. 몇년 전부터 브리티쉬 학교와 스리람 학교, 최근에 설립된 많은 학교들이 IB학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곳 델리 및 근교의 국제 학교들은 인도 학제(CBSE/ICSE등)에서 공부한 학부모들이 반복,주입식의 암기공부에 싫증을 느끼고 자녀들에게는 색다른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중시하는 교육 학제하의 학교에서 교육시키고자 하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9,10학년의경우 대다수의 국제 학교들은 캠브리지에서 개발한 영국 교육 제도인 IGCSE (Cambridge International General Certificateof Secondary Education)교육 학제를 채택하고있다.
IB와 IGCSE 는 각각 2년씩 통합과정이기에 9학년과 10학년, 그리고 11학년과 12학년 중간에 입학하기가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같은 학제하의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전학오는 케이스는 예외로 간주한다. 브리티쉬 학교의 경우는 13학년제이기에 10학년과 11학년, 12학년과 13학년이 통합과정이므로 혼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아메리칸 앰버시 학교 입학과 차선책
지난 15년 넘게 꾸준히 반복되는 사례이다. 대체적으로 학비지원을 받는 주재원 자녀들의 경우, 아메리칸 앰버시 학교/(브리티시 학교) 입학을 위해서 잠시 자녀들을 임시?학교에 입학시키면서까지 대기하려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입학하는데에는 여러가지 경우들이 존재하기에 일반화시키기가 쉽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미국국적/ 외교관 자녀/ 외국에서 국제학제 수업 경험 등으로 영어 학습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생 순으로 우선권이 있다.
그 외에는 대기신청 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하는데 – 대기순번이 빠르더라도 위의 우선순위에 따라 대기 기간이 길어질 소지가 많다 – 자기 차례가 왔을 때 별도의 시험.인터뷰를 치러서 최종 결정된다.
그러므로 아메리칸 앰버시 학교에 입학신청 후 학부모께서는 1년 정도 대기할 것을 염두에 두고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이때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학부모들에게 입학이 용이한 학교를 소개해 주고 사례비까지 받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문제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서 문제소지라 함은 잘못 입학함으로써 자녀들의 학습력에 피해가 간다는 사실이다. 입학이 용이한 학교일수록 학비는 학비대로 비싸고 교육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6개월~1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고 비록 임시로 다니더라도 학생들은 알차게 보내야 한다. 그러나 학부모(학생) 그리고 임시 학교 모두 재학생이 잠시 머물다 다른 학교로 옮길 거라는 분위기에 놓여 있다면,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될 리가 만무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제대로 된 학교라면 임시로 다니고자 들어오려는 학생을 받아들일 리 없을 것이라는 점, 가능하다면 우수한 학생을 받고자 하는 학교들이 제대로 된 학교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지난 10여년간 아메리칸 앰버시 스쿨 못지 않은 인도 국제학교들이 늘어났기에 선택이 폭이 넓어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녀 학교 결정시, 스스로 발로 뛰며 직접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상담자는 조언자이며, 결정은 학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3. 주재원의 경우, 자녀들 학교, 집 등 공통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DB를 구축해서 후임자에게 전수.공유하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자녀 학업 그리고 집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에 회사일에 충실하려면 이 두가지 큰 일들이 원활히 해결되어야 하는데, 필자 상담 경험으로는 여전히 각자도생하는 듯하다. 반복적인 시행착오로 인하여 시간 낭비, 돈 낭비가 매우 많다고 느낀다.
박혜성
2016년 9월 25일 at 3:38 오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도움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