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山

우리들은대개그랬다.특히장남이면아버지와의대화가좀궁했다.

딱히잘못한일이없는데도아버지는항상엄했고,칭찬에인색했다.

그런아버지가어느날나더러같이산에가자고했다.

웬일인가.함께있으면어색함이줄줄흐르지않던가.그런데같이산에가자고한다.

알아봤더니아버지와단둘이가는게아니라,아버지가몸담고있던산악회에서가는산행에같이가자는것이다.

그래도어색함이없어지겠는가.혹시나하는어색함을줄이려고한친구를꼬드렸다.그친구가남진현이다.

가야산을그래서아버지와함께갔다.그게1975년늦가을쯤이다.

첫날밤을해인사입구객사에서지냈는데,

아버지는동료들끼리있고나는진현이와가야산밤하늘을보면서보냈다.둘이서한잔했는지는기억에없다.

가야산은넓고깊다.해인사를지나조릿대길을따라한없이오른다.

가파르지는않아도큰산다운기개에마음은바빠지고움추려든다.

아버지는일행들과저만치앞서가고나는진현이와함께간다.

토신길은말그대로신의길이다.불자가아니더라도불심이느껴지는길이다.

청량한바람에조릿대이파리들이사각댄다.염불소리같기도하고어디선가향내음이계속난다.

어느언덕길을헉헉대고오르고있는데,고개를들어보니아버지가서있다.

아버지는웃고있었다.이리온나.내손잡아라.

나는아버지의손을잡고언덕에올라섰다.아,또어색하다.

상장봉꼭대기에는군인들이거주하고있었다.비가부슬부슬내리고있었다.

정상바로앞에군인들이숙소가있어한번들여다봤다.한군인이무슨책을보다가마주하니싱긋웃는다.

그군인이보는책은영어단어장이었다.분명히기억한다.

그날산행은길었다.기억에뚜렷하지는않지만,가야산을오른후그옆의산도올랐던것같다.

매화산이라고,봉우리들이기이해제2금강산이라고부르는산이다.

하루에천미터가넘는산을두개나오르다니.지금생각해보면아버지와그일행들도산욕심이있었던것같다.

기진맥진한상태로마산가는버스에올랐다.아버지와는멀찍히떨어져앉았다.

아버지가내게로왔다.한마디.철이니,산참잘가더라.

아버지로부터들어본거의유일한칭찬이다.그래서가야산하면아버지가떠오른다.

그리길지않은아버지와의인연에서처음같이오른산이다.아버지는그로부터두해후돌아가셨다.

그산을다시올랐다.

요번에는해인사쪽이아니라,그반대편성주쪽에서다.

해인사토신길이조릿대길이라면백운동길은야생화의길이다.노오란얼레지들이지천에피었다.

산을오르는데,자꾸아버지생각이난다.

병만이가마다한칠불봉을나혼자오른것도그때문이다.

가야산어디선가아버지의흔적을찾고싶었다.

토신길로의하산은그야말로꿈의길이다.

비가온후라청량하기이를데없다.

바람은그때그바람이다.

그바람속에아버지를찾는다.

(2009년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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