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 髮 考

전철경로석옆,기대는곳에등을대고서있는데,

누군가등을쿡찌른다.

웬할머니한분이옆자리를가리키며앉아라고한다.

이할머니가왜이러시나.

괜찮다고했더니,다시한번등을두드린다.

할머니를돌아봤더니,내머리를지긋이치어다본다.

아차,싶었다.나의머리는반백이다.

그것도좀그로테스크한반백이다.

어제이발을하면서염색을하지않았다.

이제출근할일도없으니나갈일도없고,

물들이는데시간걸리는것도귀찮고,

뭔가를덕지덕지바르는것도별내키지도않아서다.

염색을하지않으니머리가좀이상해졌다.

흰머리칼돋아난머리옆과뒷부분만구획적으로하얗고,

윗머리는그런대로아직은좀까만색이있다.

흡사연극의분장같은머리모양새다.

백발로하려면전체로해야지그게뭐냐.

마누라로부터한소리들었다.

그래도기분은산뜻했다.

머리도가벼운것같고.

그래서오늘,친구들과점심먹으러나간것이다.

뒷모습만본할머니는내가한70먹은노인인줄알았던모양이다.

처음염색을결심했을때,

딴에는남에대한배려도있어야한다는생각이었다.

젊게보이자는것보다는,

나이에맞는머리칼로사람들을대하는게도리인양싶었다.

60도안된주제에백발의노인머리칼이말이되는것인가.

그런데,이제는그런생각도없어졌다.

편하고자연스럽게살자.

머리칼도그렇지만,마음도이제는정말늙어가는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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