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 東 曄

서재는엉망이다.

한동안돌보지않았더니책들도저들끼리황망한지제멋대로다.

애써눈길을주지않고지나치려는데,"나좀봐주세요"한다.

‘신동엽전집’

이책이왜눈에띄었을까.

1975년이다.

군생활중이던경기도파주광탄에서이책을받았다.

대구동생이애써구해부쳐준책이다.

누렇게변한책갈피속에이런구절이적혀있다.

"1975.6,비오는날

막사에서새벽잠에서깨어날때

申兄을추모하다"

꽤나신동엽시인을좋아했나보다.

그런데지금보니’申兄’이란호칭은좀뭐하다.

나보다훨씬윗분인데그런호칭을감히쓰다니.

그리움과친근감이앞서그렇게썼나보다.

이책을받자한가지일을’감행’했다.

신동엽의詩들을알고지내는동료들에게배포한것이다.

철필로써등사한복사본을나눠준것이다.

이책은내가받자마자禁書가됐다.

그래서아마도그런일을한것같다.

그무렵,나의그러한호기는이제없다.

그저빈껍데기만남았다.

그러고보니올해가신동엽시인간지40년이되는해다.

이책도그연륜과거의함께한다.

오늘,이책을다시꺼내보니그리움이치솟는다.

그리운그의얼굴다시찾을수없어도
화사한그의꽃
山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

그리운그의노래다시들을수없어도
맑은그숨결
들에숲속에살아갈지어이.

쓸쓸한마음으로들길더듬는行人아.
눈길비었거든바람담을지네
바람비었거든人情담을지네.

그리운그의모습다시찾을수없어도
울고간그의영혼
들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

(‘산에언덕에’시집’阿斯女’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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