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갖고 다닌다
입만갖고다닌다.

이즈음의자조적인신세타령에보태고싶은말이다.

어쩌다신세가그렇게되었다.

나이들어벌이도시원찮고,씀씀이는많아진다.

벌어서쌓아놓은것도딱히없다.그저좀있는것까먹고산다.

밥하고술을요즘많이얻어먹고마신다.

특히친구들로부터그렇다.

몇번그러면‘땡빚’을내서라도한번은신세를갚으라고한,

어머니의말씀이무색해지고있다.

물론익스큐스는있다.

내가사고싶대도말린다.

그래서어쩔수없이신세를진다는.

밥먹고술마시는소소한일은그렇다치자.

함께성의를모아도모해야할일에도그런경우가많다.

동창회에내는연회비라든가찬조금등이그에해당된다.

적잖은돈을내는친구들은언제부터인가그렇게정해져있는것으로치부돼,

응당그런것으로알고들있다.

나로서는그것도술과밥못지않게신세를진것에다름아니다.

이난을빌려그친구들에게감사의마음을전하고싶다.

고등학교졸업40주년이내년이다.

함께모이는자리를마련하려면꽤나큰돈이들것이다.

마산,부산,서울등에서기금이마련되고있는것으로안다.

그동안많이냈던친구들의역할이역시큰것으로알고있다.

같이들공평하게부담해행사를치르는것도좋을것이지만,

앞에서언급했듯,입만갖고다니는나같은궁한동기들도더러있을것이다.

그렇게함께하지못하는마음들이안타까울것이다.

그러나궁한친구들이라지만마음마저궁하겠는가.

많은돈을내는친구들은,물론그친구들의마음을헤아리고있을것이다.

행사도좋지만더중요한건사람이다.서로를아끼고보듬는마음이중요하다.

40년을거슬러함께해온동창.동기간에야이루말할수있겠는가.

菜根譚에이르기를,

交友須帶三分俠氣…라했다.

벗을사귐에는모름지기三分의俠氣를띄어야한다는것이다.

벗의사귐에는서로편지를주고받으며음식을함께나눈다든가,

또는만나서담소하는것만으로는충분한것은아니다.

서로도우고격려하며吉凶禍福을함께할줄알아야한다는것인데,

그러므로교우에는희생의마음이있어야하나니그마음이곧義俠心이라는게,

趙芝薰선생의채근담을통한가르침이다.

채근담의이글귀는이렇게끝난다.

作人要存日點素心

친구들로써사람다워지려면한점의순결한마음(素心)이없어서는안된다는것.

졸업40주년에큰일을하는우리동기친구들의의협심이고마울따름이고,

그에우리들의素心이모아진다면더욱뜻깊은40주년이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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