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은 벽

그대거기
붙박혀움츠려있음은
오가는흰구름따라눈길보내거나
매서운칼바람에옷깃여미거나
꽃피고지고새울어서
단풍물들어서
흐르는시간으로
그냥흘러가는것들내버려두는뜻은아니다

그대거기
그냥주저앉아있음아니다
타박타박그대외로움세상을밟고간다

(이성부’숨은벽3′)

북한산숨은벽을보면숨이턱막힌다.

슬랩아래로우회해서백운대로오르는길도있다.

그러나슬랩이그냥두지를않는다.

손짓을한다.

나를한번타보아요.

십여년도넘었다.

어느해가을날,숨은벽을올랐다.

믿을것은오로지손가락과신발이다.

구부린채다섯손가락으로바위를집고올라가야한다.

신발은스텔스밑창으로무장한’파이브텐’암벽화.

그때는로프도걸쳐놓지않았다.

한번스타트해서그냥뒤돌아보지말고오르라는게,

당시우리의김영호산행대장의당부였다.

시킨그대로올랐다.

숨한번크게몰아쉬고올랐는데,다음숨쉰기억은없다.

말그대로한숨에올라야하는곳이숨은벽이다.

슬랩을다오르고비로소아래로내려다본다.

저기를내가올라왔다는성취감,그리고경외감.

그해가을,숨은벽의단풍은피빛처럼붉었다.

붉디붉은단풍이바람에낙엽되어흩뿌려지고있었다.

백운대로이어지는암릉.

아슬아슬한바위길로우수수바람이지나가니,

퍼뜩죽음의그림자같은게느껴지기도한다.

그다음주에한번더올랐다.

그리고숨은벽에완전히빠져들었는데,

그것으로그만이었다.

우리의김대장이먼곳으로이민을떠나버린것이다.

김대장없는숨은벽은오를수도없고,오를마음도없었다.

언젠가김대장과다시한번오를날이올수있을것인가.

(후배가지난토요일찍은숨은벽.후배도이날오르지는못하고우회해백운대로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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