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化門 블루스

광화문의밤은오랜만이다.

한잔얼큰해진걸음으로나도모르게찾아드는어둔골목,

휑-하다.

헐린건물자리엔철근더미와콩크리트잔해들만

휘뿌연히드문드문늘려있다.

추위몰아치는한밤중,참그로테스크한풍경이다.

그휘뿌연어둠속에불빛하나가보인다.

어딘지짐작이안되는그불빛을따라간다.

그집이다.’옴팡집’이라고부르던주막이다.

다헐려지고없는건물들사이에어떻게그집만용케남아있을까.

할머니라고해야하나,누나라고해야하나.

酒母로하자.

나는어떻게든버틸요량이다.

저거들이,

안되면이집이랑나랑한꺼번에헐어버리겠지…

알듯모를듯한말인데,

그렇다고나라에서아니면서울시에서하는국가시책이라

마냥맞장구만칠계제만도아니지않은가.

철거하는데따른보상문제만은아닌것같다.

뭔가감정적인다툼이있는것같기도하고.

다쓰러져가는,

좁고볼품없는술집인데도찾는사람들이많았다.

문학하는사람,신문기자,음악가들이단골들이다.

나에게는추억이어린술집이다.

타계한심선배와’今生의마지막술’을나눈곳도이집이다.

소설가김병총선생과도잔을주고받던술집이다.

한테이블에서너명이앉아서들막걸리를마시고있다.

테이블이라해봤자딱세개다.

일고여덟명이앉으면꽉찬다.

안주는무조건5천원이다.

소주한병에생두부한모.

한잔따라마시고

酒母더러잔을건넸더니손사래를친다.

요새마이안묵는다.몸도그렇고.

자세히보니얼골이말끔하다.

어찌보면좋아보이는얼골이고,

또어찌보면앓고있는얼골이다.

예전사람들안부를묻는다.나도잘모르는데.

더러는세상을떴고,

또더러는앓아누웠다는소식들이희미하게전해지고있다.

옆자리사람들이노래를부른다.

흘러간노래.나도따라부른다.

항상그랬듯가요!하며나온다.

찌그러진문을툭닫고나와도

酒母는가타부타아무런대꾸도없다.

조선일보앞버스정류장.

심야버스는오지않는다.

춥다.

추운광화문블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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