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 物 畵

그것은하나의靜物畵처럼자리잡았다.

명절제사음식준비하는모습들이다.

늙으신어머니의자리는항상정해져있다.

냉장고옆이다.냉장고에등을기대신다.

오른편옆에마누라가앉는다.왼편은제수씨다.

그맞은편자리는여동생들이다.

그렇게들옹기종기앉아서들,

맛있고고소한냄새를풍기는명절음식을만들고다듬는다.

아버지돌아가신지30여년이훨씬지났다.

그후엉겁결에아버지를포함해조상님기리는제사를맡았다.

성의없이그저관행처럼지내온제사지만,

제사전날우리집풍경은예나지금이나이런모습이다.

어떨땐말들이없이음식익어가는소리만들린다.

어떨땐왁자지껄떠든다.그리고간단없는웃음소리.

이런날,나는할일이없다.

하릴없이앉아있다가가끔씩찌짐이나하나슬쩍들고와우직우직씹는다.

고소하고맛있다.그맛에서나는새삼명절이나제사를느낀다.

나만유독그런가.장남은명절이나제사날이면쓸쓸하다.

어머니,마누라등이옹기종기앉은그런모습은화기가넘친다.

그러나그래서나는역설적으로더쓸쓸하다.

갑자기한바탕웃음소리.

내흉보는소리끝에나온것인가.

어머니는그렇게파안대소하시는데,나는가슴이저며온다.

제사밥이맛있어진지는이미오래됐다.

갈때가다됐다는뜻이다.

어느날세상을등져

이승을떠올릴적에가장먼저다가올풍경이다.

문득,다시한번바라본다.

분명그럴것이라고확신한다.

나의이런확신이어긋난다면,

그렇게되었으면하는바램으로승화되었으면한다.

그것은분명하나의정물화로내게다가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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