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박사’의 추억

잘알려진사람이죽었다는訃音은슬픈소식이다.

안타까운죽음일경우그정도는더하다.

그러나슬픔속에서도뭔가마음속한구석을개운하게밝혀주며,

살아있는자들을아늑하게다독거려주는죽음도있다.

죽어도항상우리들곁에있을것같은느낌을갖게하는죽음이다.

‘아폴로박사’로잘알려진趙경철박사의별세소식에서도그런것을느낀다.

故人은항상청년이었다.

별세소식에전해진그분의나이는,말그대로숫자에불과한것이아니었던가한다.

항상웃는모습에소탈하고유머가넘치는언변,

그리고상대방에대한배려는趙박사특유의아이콘이었다.

저명한천문학자일뿐더러모든분야에걸쳐해박한지식을가졌었지만,

결코뽐내는일이없었다.

언제어느자리에서누구와만나든이웃집할아버지같은모습으로

편안함과즐거움을주는대학자였다.

학문이나지위가높을수록자신을낮춘다는登高自卑의전형이아니었던가.

趙경철박사하면,나도모르게웃음짓게하는코메디가생각난다.

오래전의그것이지만,지금도생생하게떠오른다.

모방송국의’몰래카메라’에서다.

서울한강에외계생명체인ET가나타났다.

언론사에서그것을취재하러간다.

‘아폴로박사’가빠질수없다.

그소식을전해들었을때의趙박사의표정과당부의말씀.

긴장감,기대감으로가득한표정으로하는말.

절대적대적으로대하지마세요.

그리고한강.

저기서ET가꿈틀거리고있고,그쪽으로조심스럽게다가서는趙박사.

그러나그것은개그맨이경규가분한가짜ET.

그리고여기저기서나타나는’몰래카메라’들.

시청자들은趙박사의당황스런표정을기대했을것이다.

그러나그럴것이라고느끼는순간,趙박사는너털웃음을짓고있었다.

대학자로서,우롱당한모욕적인기분에화를냈을수도있었지만,

그는소탈한너털웃음으로시청자들을정말즐겁게했다.

그웃음속에서하나더읽을수있었던것은안타까움이다.

그ET가실제의것이었으면하는기대감뒤에오는안타까움이다.

아마도趙박사는ET와의만남을통해자기의평생에걸친학문인

천문학을결산하고종지부를찍고싶었을것이다.

그러나그게거짓말로일관된한편의코메디로결말이났었지만,

그것을즉각코메디로연결시키는부드러운배려로시청자들을즐겁게한것이다.

그는이제이세상을떠나광대한우주속에서ET와만나고있을것이다.

ET와지구에서의’몰래카메라’얘기를나누고있을지모르겠다.

파안대소가새삼그리워지는趙경철박사님,

그웃음과함께편히잠드시기바랍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