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세상

그날밤,

우리군함이피격당해컴컴한바다속에가라앉고있을때,

우리집에도난리가났다.

모임에갔다,아무것도모르고집엘들어서는데,

마누라는혼비백산한모습이다.

텔레비전엔분명그런자막이나왔다.

아군군함이북한군에의해피격돼침몰하고있다는것.

어떻게해야할까.

한집안의가장으로서도막막한심경이었다.

하물며나라를다스리는대통령의입장에서야오죽했겠는가.

옷입은채로계속지켜보는데,볼수록가관이다.

보도가왔다갔다한다.뭔가야료가있는것같기도하고.

한30여분쯤지나니,보도의분위기가이상해졌다.

북한과는관련성이없는쪽으로가고있다.

그게아닌데.

이윽고청와대안보대책회의소식이흘러나온다.

청와대벙커에서소집됐다는그회의다.

좁은테이블에몇명이우중충한표정들로앉아있다.

아마도어디서더러는술한잔하다가,

더러는집에서자다가불려나온몰골들이다.

도대체얼골들에서긴장감이라곤찾아볼수가없다.

어느장면에선가대통령은다리를꼬고앉아있다.

복장들은모두양복차림인데뭔가허술해보인다.

넥타이도단정하지않다.

우리의아들이컴컴한바다,죽음의나락으로떨어지고있고,

나라가백척간두에서있는형국인데,

그회의모습엔전혀긴장감이느껴지지않는다.

차라리그장면을공개하지않았어야했다.

딴에는국가수뇌부의결의에찬모습으로국민들을안심시키려고한것같은데,

오히려국민들을더불안케하는회의모습이었다.

복장이라도좀통일되게입고나오든지하지그게뭔가.

우스개소리로예비군복도있고민방위복도있지않은가.

대통령은연일대책회의만하고있다.

입에발린소리.

인명구조에최선을다하라.

철저히조사해한점의혹없이밝혀라.

그러더니어제청와대에서나오는보도왈,

대통령이몇날을밤새생각해봐도(침몰)이유를모르겠다고한다.

이며칠새,여러가지소식들이외신과인터넷을달구고있다.

국민들이병신들인가.

이제어느정도알만큼은안다.

속초함이함포를5분간130발대고발사했다는,

미상물체는분명북한공격정이다.

그런데그렇게실컷쏟아붓고는

‘새떼’라니그게무슨막걸리같은말인가.

백령도새들은밤에잠도자지않는가.

국민들이안다,안다하면,

정부와군당국에서마지못해쬐끔씩인정하는형국이다.

이런어수선한와중에모든정보를알고관장해야할입장에있는대통령이

몇날밤을새우며곰곰히생각해봐도모를노릇이라니?

도대체그게무슨꼴이고짓거리인가.

시간은자꾸자꾸흘러간다.

시기를놓친조치들의효력은분명사후약방문이될것이고,

또다시역풍으로몰아닥칠것이다.

어제는꽤알려진젊은연예인하나가목을맸다.

백령도發의엄청나고안타까운뉴스의와중에서도

우리를또한번어이없게하는소식이었다.

누나,자살한지얼마나됐다고동생까지목을매는가.

이래저래어수선한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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