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서더리 매운탕에 소주 한잔

빨리갑세,안그-면자리없네.

비오는날,무슨점심을종로3가까지가서합니까.

어허,가보면알아.빨리갑세.

옆자리선배,점심살일이있다.

종로3가까지가잰다.맛이기가막히는매운탕집이있다는것이다.

비는추적추적내리는데,거기까지가려면전철두정거장은가야하고.

그러나어쩔것인가.그떡쇠같은손아귀로목덜미를쥐어잡는데.

비오는종로거리.얼마만인가.

흐릿한하늘,그리고비내음이묻어나는바람.

웬지느긋해진다.나오기를잘했다싶었다.

3가역12번출구를나와골목길을요리조리들어간다.

간판이’부산횟집’이다.사람들이좀있다.

선배가전라도사람이라,맛에는일가견이있다.

그러나그러려니했다.매운탕맛이뭐별것이겠는가.

구석자리에앉았다.주문을받는데,주인은별로들을게없다는표정이다.

지리아니면매운탕?매운탕.알았다.오바.

선배가소리친다.

어이,그좀미나리팍팍넣고…

소주가나오고밑반찬이나온다.

알타리무가들어있는김치,양배추삶은것과풋고추,황석어젓갈,그리고톳나물.

그러려니하고톳나물을한점먹었다.어라,맛있다.

두부를으깨무친톳나물인데,옛날먹던바로그맛이다.

반찬을한가지씩맛본다.어라,맛있다.술안주감이다.

선배는눈을휘뜩인다.거시기맛있지라?

매운탕이나왔다.서더리매운탕.그러려니했다.

팔팔끓이면서미나리와마늘양념을넣는다.한입.

맛있다.아니기가막힌맛이다.시원하고얼큰하다.사각사각씹히는미나리.

선배가또한번으쓱댄다.거시기맛있지라?

소주잔을부딪치며한잔.

그새사람들이꽉차버리고,입구엔사람들이줄을섰다.

맨구석자리라눈총을덜받는다.그러나죽치고앉아있기는좀그렇다.

대충미나리와건데기를건져먹고내장과뼈다귀를씹는데고소하기그지없다.

미나리를추가하고싶은데,밀려드는사람들을보니그럴용기는없고.

선배가내얼굴을읽었다.

어이,우리저녁에한번옵세.매운탕한그릇놓고소주묵으모끝내주는기라.회도팔어.

날잡기로하고명함을한장얻었다.

식당에서밥먹고,다음에올려고명함받기는처음이다.

소주한잔걸치고비오는종로를걸으니,

기분이멜랑꼬릴리해진다.

옛날생각도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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