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 봉수 장군의 추억

사단장이벙크에나타났다.불시에들이닥친것이다.

G-4쪽엔일병인나와병기쪽에서나온병장,단둘뿐이다.

다른장병들은잠깐눈을붙이느라옆방의야전침대에포개져자고있었다.

오늘로CPX사흘째.한잠도못잤다.우리1사단은승리에승리를거듭하고있었다.

군수분야는물자보급에한치의이상도없이전쟁을잘수행하고있었다.

내일이면끝난다.

그러나아무리CPX라고해도전시는전시다.전쟁중이라는것이다.

잠이온다고지휘본부를비울수는없는것이다.그런데,모두가골아떨어져있는상황.

사단장의명성은자자했다.

이북출신으로화끈하고호방한성격의사단장앞에참모들은사시나무떨듯했다.

그사단장이새벽에불시의시찰에나선것이다.

방문여는소리와함께나와눈이마주쳤다.

총알같이일어섰다.

전진!

벙커가떠나갈듯한소리로경례를했다.

그구호에골아떨어진장병들이깨어나기를바라는마음도있었다.

사단장은지휘봉을드는것으로인사를대신하고는내앞으로다가온다.

옆의병장은어찌할줄을모르고부동의자세로서있다.

다들어디갔는가?

예,모두들눈좀붙이고있습니다.

어디서?

옆방입니다.깨우겠습니다.

깨우지마라.그냥자도록내버려둬라.

불화같은화를낼줄알았는데,그냥두라니.

그래서더떨려온다.나는이미제정신이아니었다.

통신인가?

예,그렇습니다.

통신,잘싸웠어,아주잘싸웠어.

무슨말인가.전황이그렇게돌아가는줄은알았지만,

사단장이직접그렇게부추켜주니좀뜨아했다.

나는마음속으로각오를하고있었다.브리핑을하라면해야한다는각오.

아니나다를까.사단장은나에게브리핑을시켰다.

마음을다잡고차트앞에섰다.D+3의통신분야의전황.

브리핑을어떻게했는지기억에없다.

차트기록과머리속에담겨진전황을있는그대로보고했을것이다.

잘했어.아주잘했어.일병인가?

예,일병김xx.

그때까지도옆의병장은부동자세그대로서있었다.

일병,철모벗어.

사단장은갑자기철모를벗어라고했다.이게웬일인가.

철모를벗으니알철모로만들라고했다.점점더궁금해진다.

철모안을벗겨내고알철모로만들었다.

사단장이갑자기탄띠에차고있던수통을꺼낸다.

마개를돌려따더니,철모를들어라고한다.

그리고는수통의내용물을들이붓는다.술이었다.소주.

사단장자신도철모를벗는다.그리고알철모로만들더니역시소주를들이붓는다.

자,마시자.우리의승리를자축하자.

나는사단장과알철모로건배하고는죽들이켰다.

육군졸병일등병과별하나인사단장과의알철모건배.

사단장은그이듬해별을하나더달았다.소장이된것이다.

그사단장이바로김봉수장군이다.

오늘아침,조간신문에그분의이름이있었다.

‘부고란’에서다.돌아가신것이다.

예비역육군소장김봉수로,대전에서돌아가신것으로나와있다.

그때가1974년경이었고1975년11월내가전역할때까지사단장으로계셨는데,

아마도내제대후몇해를못채우고소장으로전역하신것같다.

김봉수장군의후임으로우종림장군이왔고,그다음사단장이전두환장군이다.

오늘김봉수장군의부음을접하니,그시절이그립고그분에대한그리움이솓구친다.

‘천안함’침몰등우리나라국가안보에검은그림자가드리워지는흉흉한시절이라더그렇다.

명복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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