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두몰머리에서의 한 밤

양수리두몰머리에친구가산다.

그친구를때때로찾아간다.

이번에는해가바뀌어갔으니좀격조했다.

서울을출발할때부터내리던비는,

마현,두몰머리초입으로들어서면서빗줄기가세졌다.

한친구가말했다.

우리가오는날은왜대부분비가오는가.

가만생각해보니그렇다.

십년을다녔는데,대부분비오는날이었다.

그러나그말속엔그래서좋다라는뜻이담겨있다.

두몰머리는비가와야제격이다.

그것도저녁무렵이면더좋다.

비내리는저녁,강가에서면,

수평선에맞닿은산그림자는묵색(墨色)이다.

어쩌다왜가리라도떼지어날면한폭의동양화다.

친구의화랑은옛모습그대로다.벌써20년의세월이다.

화랑마당한가운데걸려있던조각품,그게안보인다.

친구가손으로가리킨다.

울타리옆한쪽에치워진채나를쳐다보고있다.

걸려있는자세가흡사예수의모습같다고한게수년전이다.

그래서치운것은아닐것이다.

그게어느날떨어졌을것이다.그래서울타리쪽에다세워놓았고.

화랑의외양엔그만큼신경을안썼다는얘기다.

그게그친구의면모일것이다.아무말말자.

화랑음악실에앉아서내다보는풍경이좋았다.

다시앉아본다.역시좋다.

저쪽한편에친구둘이서우산을받쳐들고강을바라보고있다.

마당천막에앉았다.비는계속내린다.

드뷔시의’월광’이듣고싶어졌다.

천막위어스럼한불빛이흡사달빛같다.

빗소리가천막위로가득하다.

베토벤의’트리플협주곡.’

주기오른친구들의팔들이다들들먹거린다.

빗소리와협주곡의멜로디가묘한앙상블로들려온다.

쇼팽의피아노곡은또어떤가.

내리는빗방울과함께앙증맞게리듬을맞춘다.

밤은이슥해지고술자리는더깊어져간다.

술병이쓰러져간다.

정다운얘기는끌없이이어지고,

음악은빗소리와함께계속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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