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 傘 三 題

I.見物生心

비오는저녁지하철.

음악듣는다고미적대다전철안으로떠밀리듯이들어왔다.

퇴근시간이라자리가있을리없다.

자리가없을때문옆에서는게편안하다.

기댈데가있기때문이다.

그런데열차가신형이라그런지등받이가낮다.

등을기대면앉은사람의머리쪽으로기우니신경이많이쓰인다.

기대선곳에우산이놓여있다.큰우산이다.

자리에는젊은여자가앉아있는데,아마도그여자것으로보인다.

그여자앞에신사복차림의남자가서있다.

교대역.많은사람이타고내린다.

그여자가벌떡일어서더니내린다.우산은거들떠보지도않고.

앞에서있던남자가잽싸게자리를차지한다.

그리고는나를힐끔힐끔쳐다본다.

아무래도내가나이께나든것처럼보여서인가.

그남자친구는앉자마자휴대폰을꺼내만지작거린다.

그리고는간혹곁에놓여있는우산을한번씩쳐다본다.

그남자도알고있을것이다.그우산이내려버린여자의것인줄을.

열차는계속달리고내릴곳은다와가는데낭패감이든다.

여자가놓고간이우산을어찌할것인가.

나는우산이없다.비는계속내리고있고,

주인없는우산이곁에있으니어찌하면좋은가.

다음이당산역이다.갈등은계속되고있다.

그순간,그남자가고개를홱돌리더니우산을든다.

그리고자기가랭이사이로밀어눕혀놓는다.

마치자기우산인것처럼.

나는그날당산동에서버스타러가면서비를흠뻑맞았다.

II.三人成虎

버스에자리가많다.나는맨뒷좌석바로앞에있는자리를좋아한다.

맨뒷좌석가운데에어떤젊은남자가혼자앉아있다.

그쪽으로걸어가면서보니,하차문옆좌석에우산이하나놓여있다.

누가놓고내린것이다.밖에는비가계속내리고있다.

나는우산이있다.누가놓고내린것이건별신경이안쓰인다.

다음정류장,어떤젊은처녀가버스에올랐다.

사뿐사뿐걸어오더니,우산이놓여있는좌석앞에멈춰선다.

그리고는주변을한두번둘러보고는그자리에앉는다.

그처녀는물론우산을들었다.

그처녀,자리에앉더니옆에놓인우산을들고본다.

그순간,맨뒤에앉아있던그양반이쏜살같이일어나더니

그자리로가서는우산을뺏어든다.순식간의일이다.

이거내우산이요,내우산인데어찌…

남자의말은굵은톤이었다.

그순간버스에있던승객의시선이일제히그처녀에게몰렸다.

그처녀는다음정류장에서도망치듯이내려버렸다.

그남자의심산을도저히알수가없다.

그러나어쨌든우산하나가멀쩡한처녀를이상한사람으로만들었다.

그여자에게우산이둘필요했을이유가없지않은가.

III.無題

북한산이물천지다.연일내린비에산이온통젖었다.

토요일에도비가오락가락한다.

물론비준비를단단히했다.

친구들도마찬가지다.비옷에다우산까지챙겼다.

챙겨나온우산들은,

배낭옆주머니에넣으면쏙들어갈정도의조그만것들이다.

그런데한친구가유독길고큰우산을들고나왔다.

스틱대용으로도쓸만한크기의우산이다.

모자에스카프를걸쳐쓰고는우산을들고엉기적거리는모습이좀우습다.

서로들오랜만이라조잘거리며산을올랐다.

탕춘대길을걸어올라첫쉼터.옛매표소부근이다.

뭔얘기들이그리많은가주고받는얘기는끝이없다.

문득나무아래세워놓은그친구의길다란우산이눈에들어왔다.

친구는세워놓은우산을뒤고하고는얘기에정신이없다.

저우산이온전할까.온전할까.

그때까지비는오질않고있었다.

두번째쉬어가는곳은포금정사터.그곳에서빗방울이어른거렸다.

우산을꺼내쓰야하나말아야하나.

배낭을들고주춤거리고있는데,

누군가"아,내우산!"한다.그친구,길다란우산을갖고온친구.

우산을아래첫쉼터에그냥두고온것이다.

그곳까지갈수는없는노릇이다.모두들포기하라고했다.

그러나그친구는못내아쉬운표정이다.

아침에산에오느라새로샀다는것인데,

한번써보지도못하고잃어버린게영억울한모양이다.

누구든우산을잘잃어버린다.그게대수는아니다.

그런데그친구는계속씨부렁거린다.그렇게아까운모양이다.

산을올라가면서도그얘기,정상에서뭘좀먹을때도그소리,

내려오면서도그얘기다.내우산오데로갔을까.

구기동에’삼각산’에서의뒷풀이.

어쩌다가그런화제가나왔는지모르겠다.돈에관한얘기다.

그친구는자기잘나갈때얘기에신이올랐다.

우리아부지기분이좀언짢다고느껴지면그때마다돈보따리릉안겼지운운…

누군가한마디.

일마,그리돈이많은데,

그깟우산하나잃어버렸다고종일우산을입에달고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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