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북한산 산행

오늘은구파발코스를택했다.

오랜만에중성문도보고싶고,

대남문으로가는호젓한숲길을오르고싶어서다.

추석연휴가실제로는금요일부터라고해서

서울에사람들이좀없을줄알았는데,

북한산은그게아니다.

아침9시도안됐는데,구파발버스정류소는만원이다.

사람들틈에끼어겨우북한산성입구에도착할수있었다.

산성매표소로가는입구엔산행객들로붐벼복잡하다.

그기다공사하는곳은또왜그리많은가.

아침뙤약볕이강렬하다.

절기상으로입추지난지도오래됐고,

추석을코앞에뒀는데도날씨는한여름못지않다.

그늘로가면시원하지만,양지쪽은뜨겁기그지없다.

이런상황이니산행시작이산뜻하지못하다.

대서문쯤가니땀이비오듯한다.

땀닦을마땅한게없다.

수건챙기지못하고나온게정말후회스럽다.

그런데또왜그리힘이드는가.다리도이상하게아프고.

산성안가계들모두철거한다고했는데,그렇지도않다.

백운대길로갈라지는삼거리엔아직도몇몇가계들이영업을하고있다.

중성문이빤히보이는곳에서도저히갈수가없다.

한참을쉰다.땀이너무많이흘러앞이보이지않을정도다.

담아온물은벌써미지근해졌다.갈증과더위에별도움이못된다.

시원한물이그리워인근의샘물에갔더니폐쇄일보직전이다.

당연히’음용불가’라는붉은줄표시가새겨져있고.

(중흥사를지나대남문으로올라가는숲길)

중흥사를지나겨우대남문으로가는숲길로접어드니좀났다.

물흐르는소리도들리고,숲이라바람도좀있다.

그래도왜그리힘이드는지모르겠다.

아침으로안막어서그런가.

아니면몸에이상이온것인가.

하기야어젯밤꿈이좀좋지않았다.

먼저간친구가나타났기때문이다.

집나오기전아내에게그얘길했더니,조심하라고한다.

친구인데왜?했더니,추석이라보인모양인데어쨌든기분이그렇다는것.

중흥사에서대남문까지가그리길게느껴지기는정말이지처음이다.

몇번을쉬었는지모르겠다.배는고프지않은데그렇게힘이든다.

땀은비오듯하고,다리는무겁고,몸은다리와딴판으로노는것같고.

대성문암자곁에샘물이있다.그시원한물한잔이면되겠지.

그러나그곳도폐쇄됐다.목이더마르다.

(대남문에서바라다본구기동계곡)

겨우대남문에도착했다.망루에서구기동계곡을내려다보니좀시원하다.

자,이제는어떡할것인가.그냥내려갈까,아니면사모바위쪽으로갈것인가.

친구들이아마도상명대쪽에서사모바위로오고있을것이다.

얼굴이라도봐야하지않겠나.

기왕갈것,청수동암문을버리고문수봉으로가자.

그리고오랜만에바위한번타보자.

생각은좋았다.그러나막상그렇게붙으면서후회막급이다.

바위위로뜨거운햇볕이내리쬐니,송두리채맞을수밖에없다.

문수봉을어떻게내려왔는지모르겠다.허겁지겁이란표현이맞을것이다.

딴에는기분전환삼아음악을모짤트의클라리넷협주록으로바꿔들으며내려가려고했는데,

초입에서꺼버렸다.도저히그럴기분이아니었기때문이다.

문수봉에서사모바위가는길도허겁지겁이다.몸이풀풀날릴정도로힘이든다.

바위동굴길을지난어느지점에서요기를했다.

컵라면을먹으려배낭을푸는데,보온병을떨어뜨렸다.모든게걸리적거린다.

한참을내려가겨우주워와겨우끼니를때웠다.

사모바위부근에친구들은없었다.

점심을먹을무렵이라,

항상들잘가는승가사길맞은편언덕에도갔지만없다.

가자.그냥내려가자.컨디션도안좋은데만나면뭐하겠나.

구기동에겨우도착하니몸상태가정말안좋다.

항상가는목욕탕앞에서망설인다.목욕을할까말까.

몸은땀으로가득젖었다.땀에전윗도리엔소금자욱까지생겼다.

정말이렇게힘든산행처음이다.

왜이런가.

나만이런가하는생각에다른산행객들을유심히살펴본다.

덥기는더운모양이다.다들땀에절었고피곤한표정들이다.

아,나만그런게아니구나.날씨때문이구나.

그렇게생각하자.좋을데로생각하는게좋다.동병상련도좋고.

"산에서내려왔다.컨디션난조로집에가고있다"

친구에게메시지를보냈다.

"빠꾸해서목욕탕으로오이라.얼굴한번보자"

답신.

"죽겄다.고마집에갈란다"

재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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