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골통’ 李 선생

행사가끝나고출입구쪽으로나오려는데안면있는분이앞에서계신다.

얼마만인가.

한때좌파정부쪽에몸담고남북관계일을열심히하신분이다.

그러다그쪽어떤골수좌파사람과의불화로여러모로불이익을당하곤,

홀로어렵고외로운길을걸어오고있는것으로알고있다.

앞으로다가섰다.눈이마주치면서인사를하려니뭐랄까,경계의빛이뚜렷하다.

우파쪽인사들의특징이있다면그런것이다.

골수우파로분류되는조아무개라는분은잘적에반드시야구방망이를곁에다둔다고한다.

좌파정부10년간에세상이그만큼변하고무서워진것이다.

예전의기억을되살리면서인사를드렸다.

"저,누구누구입니다.어느어느통신사에있었습니다.이런이런일이있었었지요.그때신세졌습니다."

그분은기억하지못할것이다.벌써수십년흐른세월이아닌가.

아,그래요.반갑습니다.

그분의대답은간단하고명료했다.명함을꺼내쥐어준다.그리고는헤어졌다.

나더러지금은어디서뭐하냐고물었는데대답하기가어색했다.

딱히뭘하고있지않은주제아닌가.그래도딴에는최대의예를갖춰인사를드린셈이다.

1978년경이었을것이다.

국토통일원이라는곳에서무슨세미나를가진후그결과물로전국순회전시를한다고했다.

출근길버스안에서들은소식이다.주제는’남북이질화’에관한것이다.

남북이너무달라통일에지장이초래되고있다는것이고,그것과관련된여러사례와사진들을전시한다는것이다.

불쑥이런생각이들었다.동질성을강조해도모자라는판에다른것을자꾸강조하는게통일에무슨의미가있는가.

그생각으로출근을해서기사를만들었다.자료는충분했다.

겁도없이2급비밀자료로분류되던귀순자의증언록을인용했다.

북한에서도제사를지내고성묘를한다.계급계층에관계없이노인들은공경한다등등.

우리가그때가지배워온반공내용의것과는전혀다른내용들이엄청많았다.

일테면없어진줄알았던미풍양속이북한에고스란이살아있는것이었다.

그것을기사로만든것이다.데스크에서도좀망설였지만기사는그대로나갔다.

오후쯤국토통일원장관실에서전화가오더니저녁무렵에난리가났다.

통일원세미나내용을전면으로뒤엎는내용이니전국전시고뭐고할수가없게된것이다.

대기하라는지시가모처로부터왔다.

그렇게해서불려간곳이이른바’남산’이다.부장과차장,그리고나.

부.차장이먼저들어가서나왔다.얼굴이사색이다.이어내가들어갔다.

어떤사람이앉아있었다.단도직입적으로물었다.왜그런기사를쓸생각을했는가.

잘됐다싶었다.얘기를했다.

통일,통일하면서없는남북이질화를자꾸강조해서되겠는가.그런마음으로운운.

나가보라고했다.부장이다시불려들어갔다.그리고잠시후나왔다.

부장의얼굴에화색이돈다.나가자는눈치를한다.

밖으로나오더니부장은웬편지봉투하나를꺼낸다.가자어디가서한잔하자.

봉투속에는얼마간의현금이들어있었던것이다.

그방에있던사람이준것이다.그기자랑나가서한잔하고격려해주라는것이다.

그방에있던사람이바로그이선생이다.

남북관계에있어그만큼진보적이던분이다.

그런분이이즈음은’보수골통’으로매도되고있으니아이러니가아닐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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