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수집의 詩

아내와인천서오다가허기를느껴찾아든집,

능곡역앞의국수집이다.

언젠가아내가능곡시장엘왔다가한번들러본집이라는데,

맛이좋다는것이다.

콩국수를시켰다.

아내는연신땀을닦으며의아한표정이다.

아니,이렇게더운데에어컨이왜없는가.

가만보니에어컨이없다.대신선풍기만한적하게돌아가고있다.

그러나앞문과뒷문이트여맞바람이있어그런지

나는별로더운지모르겠다.

두서너명다른손님들도그런표정이고.

마누라만덥다덥다한다.

콩국수나올때까지무료하다.마누라가내뒤벽을가리킨다.

시한편이걸려있다.

‘다시멸치육수’

국수집에걸맞는시제목이다.

‘사랑의진국을마신다…’

앞부분을조금읽어보니어라,하는생각이든다.

죽읽어보니진하고간에맞는멸치국물이입안에가득찬느낌이다.

콩국수가나왔다.맛있게먹었다.

궁금해서견딜수가없다.

주인을불렀다.젊다.갓마흔쯤됐을까.

저시,아저씨가썼어요?

아입니더.

그라모어디서갖고온것인가베.

예,인터넷에서본건데좋아서베껴놓은것입니더.

매일저시를보면서정성으로우려내는멸치다시국물,

그리고그국물에말아주는국수라면

그맛이어떨것인가는안먹어봐도알겠다.

몇마디속에경상도사투리가눅진하다.

부산이라고했다.

젊은부산사람이어쩌다경기도능곡역앞에다국수집을차렸을까.

국수와함께막걸리도판다.

안주는부추전과묵,딱두가지다.

부추전이라는데안물어불수가없다.

방아가들어가는가,안들어가는가.

안쓴다고했다.대신홍합을많이넣는다고했다.

주문을했다.방아를준비해놔라.

해서주문에따라방아를넣어달라고하면방아들어간부추전을내놔라.

그렇게하겠다고했다.

乞期待.

능곡에서방아들어간부추전을먹을날이머지않았다.

다시멸치육수

사랑의진국을마신다.

너를아낀다며
고운볕에눕혀
皮骨이상접하도록방치했지

돌아와너를찾으니
종이처럼가벼운허물만남았구나.

안타까움에
네몸에갖은사랑쏟아부으니
거추장스런가식의잡물
한쪽으로내몰리고
둥둥뜨던경솔함도
신중하게드러눕는다.

비로소
금단의문이열리고
애처로운영혼
망신창이가되도록녹아든다.

너를맛보면맛볼수록
벗어날수없는이깊은감칠맛

저나락에몸을벗어던진채,
동그란눈을뜨고
오뉴월恨서린여인처럼
나를바라보는너의눈빛

말못한그리움이
화살되어가슴에박힌다.(조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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