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남

누구든좋아하는시한편씩은갖고있을것이다.

나도그렇다.이제는세월도지나고해서좀아득하지만.

군시절.대구동생으로부터시집한권이부쳐왔다.

신동엽시인의시모음집이다.창작과비평사에서출간한

‘창비시선’의1호가그책이다.

군시절이그렇지않은가.신세가처량해지고매사가자포자기적이되는.

그래서일까.신동엽시인의시가마음에다가왔다.

고등학교1학년이후어떤시인과그사람의시에그렇게몰두해본적이없다.

그책은내가받자마자금서가됐다.대충그시인이어떤사람이라는걸알것이다.

군대에서일을저질렀다.그시인의시몇편을등사판으로긁어

몇몇참모부사병들에게뿌린것이다.그당시보안대는그런수준이안되었을까,

내가속한통신참모부에서좀말썽이됐지만,그런대로위해는받지않고지나갔다.

아무리군대일은아무것도아니라지만서무계는좀바쁘다.

남들나가는주말출장을같이나가지못하고일없을때혼자서나가곤했다.

그시인은1969년에별세해파주월롱산에묻혔다.

혼자서출장나가는어느날,월롱산에서그시인의무덤을찾았다.

그러나찾을수가없었다.어느이름모를무덤가에서갖고간소주를마시다

잠이들었다.그시인을꿈속에서만났던가.

어제토요일동숭동.

눈내리는동숭동길은낯이익다.

일때문에찾아가는길이지만,뭐랄까기분이들떠있다.

인병선여사를만나기위한걸음이다.신문사일이지만,그것과는다른일도있다.

인병선여사가신동엽시인의미망인이기때문이다.

옛시집속의여사는앳된얼굴이었다.2남1녀자식들과도봉산에서찍은사진이었는데,

그사진을시인이찍었다.그러고곧시인은세상을떴다.

사진속의그앳된얼굴일수가있겠는가.이미80을바라보는만년의여인이다.

취재목적은지금그분이하시는일에관한것이라,그것을먼저설명하는데,

시인을얘기하지않고서어떻게일이진행될수있겠는가.

여사가하시는일도시인의정신과일치한다.

말하자면시인의민초를아끼고사랑하는마음과여사가반평생을기울여하시는짚풀문화와의동질성이다.

짚풀은곧농민의생활이고문화고마음이배여있는것아닌가.

시인의옛시집을보여드렸드니,여사는놀라워한다.

아니,어떻게이책을갖고있느냐는것이다.

결국취재의소귀의목적은신동엽시인때문에잘됐다.

짚풀문화와신동엽시인은결국한묶음이었던것이다.

취재말미에조심스럽게물었다.시인에대한소회가듣고싶었다.

여사는지난2008년에시인과자신을각자의일로돌려보내는’이별식’을치렀다.

그러고는시인의향리인부여에’신동엽문학관’을설립하고

시인과여사의모든유품과물품을모두그곳에기증했다.

이런말로여사는답했다.

이제그분은나의남편이라기보다는척박한이땅과민초를사랑한,

이땅의인물입니다.진즉놓아드렸지요.

그런말씀을하셨지만,나는안다.왜절절한그리움이없겠는가.

얘기를마치고나오면서몇장의사진을찍었다.신문에실을사진이다.

그것과별개로한장을찍었다.창밖으로는눈이내리고있었다.

헤어지면서한말씀을주신다.

오늘참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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