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아버님의 訃音, 그리고 오래된 카메라

간밤에들어온모양이다.부음이다.잠에서깬흐릿한눈으로메시지를확인하다나도모르게한숨이나온다.결국돌아가셨구나.선배의아버님이다.89세이니거의천수를다한셈이지만,어쩌다한번씩만날때마다과시하듯아버님의건강을자랑했던선배를생각하면가슴이미어진다.

아버님은나의고등학교25년대선배이시기도하다.참과묵하셨다.마산추산동에서약국을오래하셨는데,대학다닐적집을겸한그약국을참많이도들락거렸다.아버님은2남3녀를두셨는데,장남이나의초.중학교1년선배다.그아래로두남동생은나의초.중.고후배이기도하고.그렇게많이들락거렸지만,개인적으로아버님을그렇게잘알지는못했다.워낙과묵하신데다,항상약국에앉아계셨기때문에면대할수있는계기는별로없었던기억이다.

몇년전인가,선배딸혼인식때한번뵌적이있는데,예전의풍체에비해좀마르셨지만,참건강해보였다.인사를드렸더니아주유쾌한표정으로아는체를하셨다.선배말로는약주를그렇게즐기시는데,매일빠지지않고드신다했다.그후재경향우회에서도뵈었는데여전하셨다.뵐때면속으로언제약주한잔올려야겠다는생각을했는데,결국은지키지도못했다.

아버님과개인적으로그렇게가깝지는않지만,나와는특별한어떤인연이있다.아버님이젊었을적애지중지하셨던카메라를내가물려받은것이다.그게2011년이다.공기업사장을한선배의호출을받고삼성동사무실인근으로갔더니보자기에소중하게쌓여진조그만상자하나를내게안겼다.무엇인가고물었더니,싱긋웃으며득의만만하게열어보라고했다.

조그맣지만묵직한상자였는데,뚜껑을열자나온그물건은다름아닌카메라,그것도오래된카메라였다.빈티지풍이물씬한가죽케이스가눈에들어왔을때,나는그카메라가어떤것인지를단번에알수있었다.독일짜이스이콘(ZeissIkon)의수퍼이콘다(SuperIkonta).1930년대명성을떨치던접이식중형카메라다.렌즈는테사(Tessar)8cm/f2.8.

선배는그카메라를내게주기위해나를부른것이다.그러니생각났다.선배는내가올드카메라를수집하고거래하는이베이딜러(eBaydealer)인줄알고는언젠가아버님의카메라를얘기한적이있다.아버님이젊었을적카메라를무척좋아했는데,아직도장롱에는그때모은올드카메라들이있다면서때가되면아버님의허락을얻어나에게주겠다는것이다.

그러다여러차례이사를다니면서잃어버리곤했는데,그중마지막남은카메라가그것이었다.약속을지킨선배도선배지만,아버님의그손때묻은카메라에감격하지않을수가있을것인가.고맙다는말은좀새삼스러워서할수없었고,대신농담삼아선배에게한말은"이카메라가얼마나비싼건지알고있습니까?"였다.선배는그에관심없다는표정이어서내가말을이어갔다."예전엔이카메라한대가인사동집한채값이었지요."선배는약간흥분한상태에서내가하는말을웃음으로받아주었다.

그카메라를오늘아침,아버님의부음을접하고다시한번꺼내만져본다.반질반질한레자(leather)와크롬(chrome)의재질에서따뜻한아버님의손질이느껴진다.저카메라로선배를비롯한가족들의사진을찍으면서즐거워했을아버님을느껴본다.

선배아버님의명복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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