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고향 마산의 먹거리
모처럼 찾는 고향 마산의 일정은 항상 빠듯하다. 매번 내려 갈 적에는 좀 푸근한 시간을 가지려고 작심을 하고 가지만, 막상 도착하면 그렇지 못하다. 만나는 사람들이 다들 오랜 만이니 좀 들뜨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먹고 마신다. 달리 뭘 할일이 없지 않은가.
4월의 마산은 완연한 봄날이다. 시내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무학산 기슭마다에 봄꽃이 가득하다. 바다 또한 봄빛이다. 물결의 흐름이 별로 없는 완만한 조수는 편안함과 느긋함을 준다. 간 밤의 바쁜 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이른 아침부터 선배와 선창가 거리를 걷다 들어간 곳이 오동동 선창가 ‘기산식당’이다. 근자에 내려갈 때마다 잘 들리는 곳이다. 지난 번 내려왔을 때는 점심으로 도다리 쑥국을 먹었고, 저녁에는 낭태 매운탕으로 밥과 소주를 먹고 마셨다. 이 집은 아침 일찍 가야 그날 어판장에 나온 싱싱한 제철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주인 내외 분은 이미 면이 익은 사이다. 지난 해인가, 이른 아침에 호래기회를 내 놓았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았다. 전날 밤에 마신 술 주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때라 해장술에 정말 제격인 호래기였다. 그 호래기회 맛에 대한 소감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 글을 본 사람이 꽤 있었나 보다. 3월에 내려와서 들렸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하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유명한 탤런트 몇 분도 찾아왔다고 하는데, 그 집 벽에 인증서 같은 사인들이 적혀 있었다.
선배와 자리를 잡았다. 딱히 뭘 주문할 필요가 없다. 아주머니가 그날 생선으로 만든 먹거리를 내 놓기 때문이다. 오늘은 뭘까. 선배가 귀뜀을 해 준다. 오늘은 학꽁치와 멸치회일 것이다. 선배 말이 맞았다. 금새 한 상이 차려줬다. 젓깔 등 몇 가지 맛깔스런 반찬이 나오고 오늘의 주 메뉴인 학꽁치와 멸치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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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젖가락 하기 전에 벌써 입에 침이 돈다. 일본 사람들이 ‘사요리’라는 말로 좋아하는 학꽁치는 지금이 산란철이다. 제철은 보통 겨울이지만, 산란기에 맛 보는 학꽁치회 맛도 그 특색이 있다. 호들갑을 좀 떤다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멸치는 햇멸치일까. 보통 햇멸치는 날이 더워지면서 걸려 올라온다. 살이 통통 오른 게 씹기에 포만감을 준다. 그기다 싱싱하니 고소하기 짝이 없다. 몇 번 젖가락이 오갔는데, 소주 한 병이 후딱 날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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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탕 꺼리는 무엇일까. 아주머니가 빙그레 웃는다. 오늘도 낭태입니더. 3월에 먹은 그 낭태 매운탕이다. 그 통통한 육질감을 주는 낭태가 어떻게 생겼을까. 주방으로 갔더니 낭태 세 마리가 좀 뭐한 표현이지만 ‘채비’를 하고 있다. 대가리가 위아래로 납작한 것이 특징이다. 입은 크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조금 나와 있다. 등은 갈색으로 얼룩과 점무늬가 흩어져 있는데 배는 흰색이다. 낭태도 지금이 산란기에 즈음한 시점이라 더 맛나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다. 생선은 어떤 어종이든 싱싱하면 그 맛이 배가된다. 싱싱하면 우선 단맛이 난다. 얼큰함은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다. 단 맛에 얼큰함이 더 해진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간단하게 ‘맛 있다’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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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태매운탕으로 배가 든든해졌다. 아침부터 배가 든든하면 문제다. 그 든든함은 말하자면 저녁에 마실 술을 담보하는 것이다. 결국 저녁 술자리도 그 선배와 했다. 많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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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5월 1일 at 7:47 오후

    오동동의 기산식당, 기억해 두어야
    겠습니다.
    멸치화도 도다리쑥국도 좋아 합니다.
    혹 미더덕 찜은 없던가요?

  2. koyang4283

    2016년 5월 1일 at 9:24 오후

    물론 미더덕 찜도 있지요. 혹여 가시거던 제 말씀 한번 드려보세요. 뭐라도 하나 더 드릴 것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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